그녀 이야기

견디는 일기

misfortune4 2017. 9. 7. 21:43



<푸우와 유럽여행하기>


푸우의 왼쪽 뺨날엔 프랜치 키스의 흔적이

귀볼 안쪽엔 스멀스멀 기어들어온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냄새가

이마엔 전혜린의 뮌헨에서 홀로 느껴왔을 뿌옇고도 우울한 냄새가

머리를 돌려 오른뺨과 목덜미에는 오스트리아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가져온 싱그러운 풀냄새가 쿱쿱하게 난다

잠시 떼어놓고 눈을 보니

그 눈에는 스위스의 눈덮인 산이 맑고 광활하고도 드높게 펼쳐져있다


뒤돌아 걸어가는 그를 보니 한강의 풍경이 아쉬웠다

살짝 돌아보는 몸에서 얼핏 이상한 쓸쓸함을 느꼈는데

그것이 그의 것인지 나의 것인지는 모르겠다


돌아와 앉아 다시 볼록해진 배를 보니 어디서도 맛있다던 독일의 맥주바에 온듯 하다

그와함께 그렇게 취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돌아오지 않는 티켓을 각자 끊고

이름도 멋진 하이패스를 띵동하고 스마트하게 지나

그는 남양주로

나는 흑석동으로 갔다





<출근길>

어디가 아프면 모든 사람이 우스워 보인다

어디가 아프게되면 모든 게 웃기게 느껴진다

통증을 움켜쥐고 있노라면 뭔갈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 애잔하게 느껴진다


회피하는 것일까

회피하고 싶은 것일까


나 자신을 돌볼때마다 소름이 끼치고 손발이 오그라든다

정말 내가 나를 아낀다는 건 맞지 않는 일이다

몸을 사리는 사람의 순간이

나에게 너무나 뼈아프게 느껴진 오랜 기억 때문일까

누군가의 몸의 사림이

나의 마음과 간절한 요구를 밀어낼 때

타인의 당연한 본능이

왜 나에게 아픔으로 다가오는가

왜 나는 타인과 나를 동일시하려 하는가

그가 하는 행동이

꼭 내가 나에게 하는 행동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함부로 칠때

내가 나의 안으로부터 함부로 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바깥으로 화를 낸다


내가 누군가에게 화를 낼때

나는 나의 바깥으로부터 나에게 함부로 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바깥에서 들어온 나에게 면박을 준다

왜그랬어 시원아 하고


출근길에

너무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는데

앞에 선 남자가 부채질을 해대길래 눈물을 훔치고 창문을 열어주었다

그가 부채질을 멈추었다

평온했다

앞에앉은여자가 졸다말고 깨더니 문을 쾅 닫고는 다시 존다

남자는 조금 후 다시 와이셔츠를 붙잡고 바람을 일으키며 땀을 달랜다

그 순간은 남자 편을 들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바깥은 시원해도 안은 후덥한 9월의 애매한 날씨에

정장을 갖춰입고 땀을 삐질 흘리는 여의도 직장인들 중 한명으로 보이는

덥고 힘들어보이지만 잘 갖춰입은 그 남자의 편이고 싶었다


추운것보다 더운게 더 힘들어 보였다

왜냐하면 그 여자는 잠을 자기 위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나는 깨어있는 사람의 편이다


오빠가 잘 때 무릎배게 가슴배게를 해주던 날들이 떠오른다

내 품에 안겨 가슴을 만지며 고이 자던 그 착한 얼굴

남자가 잠든 모습은 아름답다

여자가 잠든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다.

남자의 나체는 아름답다

여자의 나체와는 비교할 수 없다

나는 미적으로 남성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게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남자들이 서로의 몸에 감탄하고

서로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여성스럽고 수다스럽고 아줌마스러운 갱년기, 에스트로겐 다떨어진 여자들의 습성을 닮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50대 이상만 봐도 남잔지 여잔지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남성호르몬을 찬양하진 않지만

여성호르몬이 떨어진 여자들이 생존방식으로 강구해낸 드센 위악성은

정말로

정말로

그 웃음조차

참을 수가 없다



오빠가 다시 중국에 갔다

중국냄새를 묻혀서 오겠구나


예전 청해호수에 갔을 때

길거리 허름한 국수집에서 맡던 고수의 향이 생각난다

중국 소수민족들에게서 나던 특유의 냄새가

너무 그리워

한국에 도착하고도 몇주일을 향수병처럼 앓았던 기억이 난다

세상에서 제일 편안했던 그 냄새가 미치도록 그리운 때가 아직도 있다

그들이 달여먹던 차 만들어먹던 전통음식의 냄새,

처음엔 비위생적이고 더러워보였지만 함께 지내면서 그것이 더이상 그런것이 아님을 느낄 떄쯤

그곳을 떠나야 했었다.



편도 티켓

편도 티켓


돌아오고 싶은 곳이 없다

돌아가고 싶은 곳은 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내가 돌아가고 싶은 곳이다


미래는 과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