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나무가 끝도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중앙대의 나무는 아주 높았다
굵게 자라진 않았지만
가는 나무가지들이 엄청나게 넓게 높이 뻗어있다
고개가 다 넘어갈때까지 끝까지 올려다보았으나
그 끝을 다 보기엔 고개의 회전율이 짧아서
바로 하늘을 볼 수 밖엔 없었다
하늘엔 덩그러니 뭉게 구름이 뜬 채 유유히 느리게 흘러간다
조용히 관찰하듯
풍경을 관장하듯
초록빛 나무를 유심히 보았다
아니 보게되었다
스물 아홉 가을해에 연습장에 습작한 시를 선물했던 아이가
'거리의 나무잎의 색이 변하고 있음을 안다면
누나는 분명 행복한 사람입니다'
라고 적어준 글귀를 떠올린다
그 시절에서 멀어질수록 그 글귀가 더 자주 생각난다
초록색을 보며 눈에 깊이깊이 담았다
이런 느낌을 느끼는 낮 시간대는 나에게 자주 오지 않기 때문에
햇빛 아래서 초록색을 이토록 선명하게 느낄 날이
많지 않을것 같아 혹은 마지막일 것 같아
곧
'벌써 단풍이 들었네'라고 말할 것 같아
돌아오는 길 나무들이 이미
한여름의 그 쨍쨍하던 푸른빛을 조금씩 바래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적갈색이 옅게 섞인 바랜 녹색의 느낌이
푸른 하늘과 조금 덜 조화하고 있다
곧 가을이 온다는 것이
견딜 무엇인가 다가오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힘들다
계절은 항상 맞기 전에 두렵고 불안한 것 같다
그것이 온전히 왔을 땐
또 견딜만한 것이 되는데
왜 이런 과정은 늘 반복되는 것일까
무거운 마음에
뒤를 돌아 멀어지는 나무를 끝까지 보았다
슬펐다
사라질때까지 보는 건 슬픈 일이다
손흔들며 가는 사람이 점이 되어 사라지는 것을 끝까지 보고도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어리석어지는 순간처럼
'그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화요일 일기 (0) | 2017.09.19 |
|---|---|
| 김규항 신간 / 김광석 목소리 (0) | 2017.09.16 |
| 견디는 일기 (0) | 2017.09.07 |
| 월요병 (0) | 2017.09.04 |
| 유럽갔다온 푸우와 토요일 데이트 (0) | 2017.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