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화요일 일기

misfortune4 2017. 9. 19. 20:02



오빠는 나를 최대한 안봐도 되는 사람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나는 그 프로젝트안에 있다고 느낀다.

최대한 안돌봐줘도 되고

걱정안해도 되는 상태가 되기를 원하며

자신을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말아달라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사람일리는 없을 것이다


사랑하면 돌봐주고 싶고, 나를 위해 무언가를 애쓸 때

그걸 하지 말라고 맥을 끊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마음이 위로받고 기쁠 것이다. 


그는 일부러 그걸 하지 말기를 당부하고 있다. 나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그러나 그만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건 아니다



나는 또 나의 마음을 속이지 않고 살아갈 자유가 있다

피해를 주지 않는 선 안에서

그러나 더욱 더 열심히

아니 지친다해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내 상상력과

내 기억력과

내 가치관을 

믿는 것이다


아니 믿는다는 건 너무 무서운 일 같다

소망하는 것이다

간절히 소망하면 무언가는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것이 내 편을 바꾸든 상대를 바꾸든

아무편도 바뀌지 않는 일은 없도록

최선을 다해 소망하는 일이다

그것이 내 일이다


오늘은 많이 힘든 날이다.


자꾸만 미루는 사람이 밉다.

나는 오늘을 살기 때문이다.


미루는 사람에겐 늘 상처 받는다

진심을 받아주지 않는 경험들은 작고 작은 기억들이 쌓여

아픈 부분을 어느날 크게 건들여버린다


이 나이가 되니

이젠 그게 덜하긴 하다

덜 고통스럽다

무뎌지는 것이 걱정될 뿐이다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는 사람이 될까봐 두렵다.


가을이 되니 모기가 자꾸 나를 문다

여름에는 먹을 게 많았는데

가을에는 먹을 게 나밖에 없나보다


야근하며 온몸을 뜯기고 출근하면

그 모기가 시뻘겋게 취한 채 나를 향해 달려든다


금방 잡힌다

밤엔 그렇게도 잘 피해가던 모기가

피에 취하니 금새 잡힌다


손가락 사이에 피가 찍 하고 난다


온 다리와 손목과 손등과 목뒤와 얼굴에 사정없이 물어

밤새 나를 긴장시키고 짜증나게 하던 게

가는 실조각 만치도 못하게 얇고 작은 물체로 찢어지는 걸 보니


이 곤충은 


이 곤충은


왜 태어났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건 바로 내가 왜 태어났을까하는 질문과도 같다.



나는 정말 볼품없이 


살아가고 있는데


뇌가 크고 몸이 크고 사람이고 영혼이 있어


모기처럼 오늘만 살고 죽진 않는다



나는 매일 보고 싶은 사람이 있고


돌아가고 싶은 곳이 있고


먹고 싶은 게 있다


모기도 비슷하지 않을까



모기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었다는 이유로 사람에게 죽임을 당한다


모기도 먹고 싶은 걸 먹었을 뿐인데 말이다



사무실에만 종일 갇혀 같은 일을 한지도 3년이 지나가니


약간 미쳐가는 것 같다


휴가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일을 그만 두고 싶다


내일 일어나서 다시 눈을 감고 싶다

다시는 출근하고 싶지 않다


쉬고싶다

진심으로 간절하게

쉬고싶어서 눈물이 난다


어디든 떠나고 싶다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든 좋다


하지만 누구와 가는가가 항상 중요하기에

나는 가질 못한다.


나는 오빠와 떠나고 싶다


오빠가 차를 몰고와 나를 데리고 떠나줬으면 좋겠다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뿐더러


문바깥 승용차들이 친구들을 데리고 삼삼오오 떠나는 광경만 물끄러미 볼 뿐이다


여기 직원들은 야근해도 모두 차를 나눠타고 각자타고 사라진다.


바로 코앞의 아파트단지들에 살면서도 그런다.


저들은 집에 가도 할일이 많으니까 그렇겠지@! 


나처럼 집에가도 아무도 없고, 공허함과 피곤함속에 잠도 못자고 울다 잠들지 않으니까

그들은 걸을 시간이 없고, 아까울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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