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엔 갈곳없는 청년들이나 외국인들이 거리를 독차지 하고 있다.
엄마아빠손을 잡은 아이들도 눈에 띈다
모두가 긴 연휴에 나들이를 나왔나보다
엄마의 손을 잡은 아이들이 귀엽고 슬프다
한국의 추석명절선물세트를 든 외국인 노동자의 검은 손도 슬프다
모든 이질적인 풍경들이 남아있는 사람들이 웃으며 뭐든 즐기려고 어디든 가려고 나와 돌아다니는 모양이
아름답고 슬프다
나는 정말이지 마음붙일 곳이 없고 슬펐다.
엄마와 언니가 손을 붙잡고 가는걸 뒤에서 지켜보고
앞서가는 아빠의 빠른 발걸음에 질려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
택시운전사를 보다 북한빨갱이론으로 귀결되는 논리를 그냥 듣고만 있었다
하룻밤을 자고 왔는데도
너무 긴 시간을 집에서 보낸것만 같다
집은 언제나 침체되고 슬프다
나 없이 지내온 가족들은 이미 그들의 삶의 스타일이 그대로 형성되고 누적되어
나의 출현이 반가운 것은 한 두시간 뿐인듯 하다
내가 자야할 방은 쓰레기를 말리는 곳이 되어있고
화장실은 옷방이 되어있어 샤워도 못하게 되어있고
엄마는 치우는게 불편해 보였다
대충 견디라는 식이고 나역시 그게 편했다
그래서 하루 이상 있기는 서로간에 불편한 것이다
아빠는 바둑을 두러간다 추석에도 어김없다
엄마는 음식이 냉장고에 들어가면 맛없어진다며 베란다에 보관한다
미세먼지때문에 문을 안여셔서 환기도 안되는집이 부담스럽다
아침에 음식을 먹으니 약간 쉬었다
엄마는 안쉬었다면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우기며 먼저 먹어보이신다
우린 다 먹어야 한다. 거기서 안먹는다고 하면 까탈스럽다고 난리가 난다
내가 어떻게 매일 음식을 하냐며 한꺼번에 많이 해놔야 내가 덜힘들지. 나도 어쩔수없다 그냥 먹어라 약간 쉰건 괜찮다고 주장하면
모두 그녀의 심기를 건들이지 않기 위해 입을 닫아야 한다
내가 엄마를 알게모르게 닮았다는 것이 정말 싫어지는 순간이다
성수역 지하철엔 유독 외국인노동자가 많다
내가 먼저 눈을 마주쳤으나
모두 나를 피한다
회사의 사건 이후로
그날의 충격이후로
긴 우울증에 들어간 것 같다
원래 우울증에 빠져있는 나를 방치해온 결과인것 같다
멘탈이 깨질것처럼 나약해진 나 자신을 본다
회사에 나왔는데 자꾸 소리지르는 환청이 들린다.
나에게 해대는 두명의 여자의 환영이 있는것같아 앉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견디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오빠에게 연락을 해보다가 착 가라앉은 화난 목소리만을 들었다.
우리가 도대체 무슨 관계라고 내가 이런 취급을 받아야할까.
지난 3년간 나는 그와 어떤 일도 벌이지 않았다.
그는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나는 그가 불행해지는 건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데
내가 혹여나 그를 위험에 빠트릴까 두려운 것일까
중국인 학생들이 학교에 남아 삼삼오오 놀고 있다.
연휴에 일할 계획만 세웠는데 막상 나오니 일이 되질 않는다
오늘도 거의 2시간을 앉아서 울었다.
나올때까지도 너무많이 망설였다
이 환경자체가 이제 나를 너무나 우울하고 힘들게 한다.
버텨야한다
버텨야한다
내 머리속엔 그 생각뿐이다
지나가도록 견뎌야한다
이 위기가 이 절망과 늪의 시간을
어떻게든 온몸으로 견뎌야한다
난 시궁창에서도 견뎠다
나는 지금까지 무언가를 계속 견뎠고
내가 망가졌을 땐 견디지 못했을 때 뿐이다
슬퍼해
많이 울어
하지만 사람들에게 너를 대입하지 마
그들은 너같이 살거나 너같은 의식으로 살진 않아
너는 머리만 앞서가는 한심한 인간일지도 몰라
너는 너를 슬퍼해도 돼
이렇게 못나고 나약한 나를
충분히 슬퍼해도 돼
사랑받고 싶다
하지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그것이 사실이다
나는 사랑스럽지 않다
나는 많은 고통을 겪었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나는 사랑받긴 글렀다
사람들은 자꾸 손을 잡고 삼삼오오 사라진다
내 눈앞에서
그게 맞다
그게 내가 살아온 방식이기도 하다
내가 못잡는 손을 갈구하는 나의 이율배반은 이미
지겹도록 자책한 일이다
견딜거야 무조건
사랑받는 사람이 강하지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나약할수도 있지
하지만 사랑받는 사람은 슬픔을 모르기에
악해지는 방법만 알뿐이지
견딜꺼야
나와 닮은 사람들을 멀리할꺼야
나와 다른 사람들만 내 편이야
나는 곧 외국인이야
나는 곧 남자야
나는 곧 추녀야
나는 곧 노숙자야
나는 매춘부고 나는 첩이고
나는 비정규직이고
나는 자살에 실패해서 사는 사람이야
내가 사는 이유는 자살할 수 없기 때문이야
오빠는 내가 사는 이유야
오빠와 함께 있는다는 것은 곧 죽음이니까
우린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없어
옷 냄새를 맡으며 견디는게
그렇게 이상한거야?
섬유냄새
오빠냄새
냄새는 슬퍼
흔적도 슬퍼
우울증약을 먹어야할때인것같다
견디고싶다
하지만 견뎌보고 싶다.
내가 무엇까지 견뎠는지를 항상 기억해
그 시궁창의 시간들을 기억해내.
아파도 꼭 기억해내.
그날이 있어서 지금 너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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