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

misfortune4 2017. 10. 9. 16:13



두렵다

지루하고 긴 시간이 가고 있다

모든 것이 슬프고 버겁다

먹고 사는 안위에 최우선으로 집중된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

내 존재를 알려야 한다는 것이 

내가 정말 잘 하고 싶은데 잘 안될때도 있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버거워 우울하다

그간의 짜증과 분노가 나를 향해 참고 있는 얼굴들

너희들이 제대로 자리잡고 먹고 살려고 하니 자꾸 방해되는 나란 까다로운 존재가

얼마나 거슬렸을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사랑을 느낄 틈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널 숨막히게 한다고 말한다


현실적인 층위에서만 작동하는 너의 머리가 나는 숨이 막혀

계산적인 사람을 닮아가는 너가 두려워


노후란 언제 오는가?

어느날 갑자기 노후가 와서 우리를 두려움에 빠트리는가?


지금처럼 지루하고 힘들게 일초가 갈것이다 그 날에도.


나는 두렵지만

당신들은 모두 평범함과 보통사람이라는 허상에 시달리는 

겁쟁이야


비겁하게 살바엔 두려움으로 살겠어

매일이 너무 힘들지만


겁쟁이처럼 비겁하게 사는 모습이

세상을 멀리 다르게 바라보려는 이를 얼만큼 절망시키는지

너희들도 할말이 많겠지 누구는 그렇게 살아보려하지 않은 날들이 있었는가

혼자 유난떨지 말라는


겁쟁이들은 나한테 그만 겁을 주라며 밀지말라 소리지르는데

두렵다고 울면 짜증난다고 화를 낸다


겁쟁이들의 특징이 또 하나 있구나

울지 않는다는 것

울면 진다고 생각하는 것


비겁한 이에게는 눈물이 없다

눈물을 남겨두는 한 비겁할 수는 없다



어린아이들은 매번 운다

맞아도 울고 혼나도 울고

넘어져도 운다


매일 넘어져도 매일 운다

매일이 두려운 어린아이의 삶에

그러나 비겁함이란 없다


날 아프게한 상대를 원망하거나 서러워서 울지만

그에게 죄를 떠넘기지 못한다

아이들은 죄로부터 빠져나오려하지않는다

그런 것부터 먼저 배우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어른같은 징그러움을 느낀다


모든 인생의 면면을 최대한 피해가고자 결심한 얄팍한 삶에 기대를 건 인생이나

이미 겪어봤으나 너무 힘들었으므로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는 부정적 결의를 다진 인생이나


나에게는 비슷하다


주로 어른스럽다고 하는 행동들에는

크게 망가지지 않고 나름 살았다고 하는 삶들에는 


이런 이면들이 켜켜히 존재한다

위기가 닥치면 다 튀어나오기에 더 평범해야하는 그 얼굴들

더 아무렇지도 않아야 하는 그 얼굴들


슬프게 보이면 안되는 인생들이 불쌍하다

우울함으로부터 도망치려할수록 자꾸 볼살이 떨리는 것이 보인다


행복하고 좋은 이미지로 자꾸 도망치는 사람들의 뒷모습 따윈 없다


기꺼이 어딘가를 감수하고 들어가는 사람에게만 뒷모습이 존재한다

그곳이 어딘지도 모른 채 들어가는 아이에게도 

누군지도 모르고 꼭 쥔 손이

뭔지도 모르고 꼭 안긴 품이


그런게 나에게 진짜인 것이다 


도망치는 사람이 달기 시작하는 온갖 미사여구는 모두 흩어져버릴 것이다


누군가에게 하나의 이미지로 남고자 한다면

도망쳐서는 안된다


쫓겨날지언정 도망쳐서는 안된다


.


비겁한 사람이 나중에라도 눈물을 흘리면 그게 괜찮아보이는

우리나라는 이 사회는 아직 그런것같다.

너무 쉽게 모든 비겁함을 용서하면서

두려움에 찬 이들을 멸시하고 꾸짖는다


비겁했기때문에 뭔갈 이뤘을 것이고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했다고 착각할 것이다

실제로 물질적인 무언가를 했겠다

그러나 '위해서'라는 말은 잘 모르겠다


사회에서 뭔갈 하는 사람들 중

그 뭔가가 죄책감 때문일수도 있고

도망치고 싶어서일수도 있고

이기적인 안위때문에

남들보다 더 가지기 위해서일수도 있다

실제로 두려움메 가득찬 사람들 중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은 드물수도 있다


사회구조가 뭔갈 해내기위해서는 뭔가하구 싸워야 하거나 타협해야 하니까

겁쟁이는 타협할수있고

용감한 이는 싸울수있으나

두려운 사람든 아무것도 못한 채 병마에 시달릴 확률도 높다


두려운 사람은 겁쟁이가 되는편이 쉬울까 용감한 사람이 되는 편이 쉬울까


용감한 사람도 처음에는 두려웠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비겁한 사람이 용감해질 확률보다는

두려운 사람이 용감해질 확률이 높다는 깨달음이다


스스로에게 낙인을 찍는것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건 없으니까



후회하지 않는 건 쇠뇌로 되지 못한다

죽을 날을 앞두고 비겁함에 대해 후회를 느끼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후회하지 않는다고 쇠뇌하고 다짐하는 고집쟁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때 좀 비겁하게라도 내가 살길을 택할걸 그랬어

라고 후회하는 사람이 또 얼마나 있을까

그런말을 한들 정말 그렇게 살지 않은게 후회가 되서하는 말일까



후회하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은

그때 그러지 말걸...하는 마음을 더는 갖고 싶지 않다


지금까지 살아온 거로만도 너무 많은 것같다


쇠뇌하지는 못하는 성격이라

나는 자기합리화는 잘 못하니까


내가 잘못한 것들을 뻔히 알고 있다


위험할 땐 정의로움을 숨기고

귀찮아서 싸우지 않고

고통당하는 사람을 멀리하고

생각처럼 행동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느라 상처받는 사람따윈 무시하고

힘든 사람을 돕지 못했고

했던 것은 후회가 된다


아무 생각이 없는 이들을 멸시하고

내가 추구하는 것과는 전혀 상반된  가치를 설파하는 이들을 이를 경멸한 것은 좋은 행위는 결코 아니지만

후회스럽진 않다



돈을 힘들게 번 만큼 다 써버리고 마는 것

빚을 내서 와인을 먹어버리고 마는 것

내가 고통스럽다고 남도 고통스러워야 된다고 생각한 것

무엇보다 이것이 나를 뼛속까지 고통스럽게 하는 잘못이다

생존본능이 이런것이라면 정말 역겨운 면이 있는 것이다


나는 돈을 모으지 못하는 사람이 됐고

고통을 건강한 방법으로 해소하는 걸 잊어버린 사람이 됐다

무엇보다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것 두가지이다

못난 사람을 경멸하는 습성도 고쳐야 하겠지만

그 잘못때문에 반성되지는 않는다


이 후회에서 벗어나야 내 인생의 다음장을 쓸수있을것같다


그러지 않고서는 나는 절대로 이 두려움의 장을 벗어날 수 없을거다

아님 그냥 죽는길밖엔 수가 없을거다

혹여나 다 포기한채 그들처럼이라도 살려고 뒤늦게 애쓰다가 ㅈ 될수도 있다

얼마나 추할까? 그모습이...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누군가는 시원이가 이제 정신차렸다고 할수도 있을 그런 모습이.....



나에게 너무 많이 실망해서 이런 일기도 큰 의미로 다가오진 않지만

후회할 일을 알고도 하는 것은 이제 하나씩 그만두자 


하나씩 안해도 된다는걸 알면

자연스럽게 안하게 될것같기도 하다


대체할 다른 것을 찾자

매일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볼까

매일 시 한편씩을 습작해볼까

잃어버린 영화를 다시 한편씩 볼까


매일 뭔가를 하자

하나씩이라도...


오빠에게 업무외시간에 전화하지 않기

새벽에 문자남기며 울지 않기

남은돈으로 와인 다사버리지 않기

혼자 두잔이상 술마시지 않기

지나가면서 나 쳐다보는 아저씨한테 욕하지 않기

타인에 대해 신경쓰지 않기

나에게 집중하기

내 인생에 집중하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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