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편지#1_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misfortune4 2018. 10. 21. 17:49



사랑하는 오빠에게.


나는 오빠의 방어기제를 견딜 수 있나봐

어떤 신경정신과 의사의 유튜브 강연을 보았는데

서로의 방어기제-스트레스나 트라우마로 인해 생긴-를 견딜 수 있으면 

오랜 사랑을 나눌 수 있대

그것이 사랑을 지속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어


오빠의 방어기제가 나도 처음엔 힘들었지만

오빠에게 나의 그것이 더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오빠를 생각하면 항상 따뜻한 햇살이 생각나

춥고 쓸쓸한 날씨속에서도 오빠는 따뜻한 봄햇살 같은 사람이었어


오늘 오후는 정말 따뜻했어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던 길


삼성동-대치동을 이어주는 길은 도보가 비어있고 차도가 항상 가득 차 있어

걷기가 참 좋았어


나는 오랫만에 여유를 찾은 사람처럼 햇살을 받았어

그 따뜻한 햇살 속에서 당연히 오빠를 떠올렸어


우리가 따뜻한 햇살 속에서 서로 기대어 졸 수 있다면

누군가 우리가 나란히 기대어 조는 모습을 보고

너무 아릅다웠다고 말했던 것처럼


힘들때 아무말없이 토닥여주는 것만으로도

깊숙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서로를 속속들이 모른다 하여도

그런 상대가 서로에게 되줄 수 있다면

나는 더 바랄것이 없겠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반짝이는 한강물을 보며 나도 모르게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의 행복을 빌어보았어


엄마와 아빠와 언니가 행복했음 좋겠다

나 없이도 그랬으면 좋겠다


오빠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오빠와 원장님과 어머니 이렇게 세 식구가

오붓하게 죽는 날까지 행복하게 잘 살고

하는 사업도 다 잘되고, 고민하던 일이 내일 아니면 모레 아니면 그 주중에라도

풀려서

오빠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집이 잘 팔려서 새로운 집에 입주하는데 무사히 안착했으면 좋겠다

오빠의 형아도, 오빠의 말에 오빠의 마음에 더 집중해주는 마음을

갖었으면 좋겠다

오빠 가족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대만에 있는 미령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레아도 잘 컸으면 좋겠다

종민이도 지금 처한 송사가 잘 해결되어서

자존심도 지키고 앞으로의 커리어도 보장받았으면 좋겠다

나랑 같이 일하는 분도 행복했음 좋겠다

마음의 상처를 잘 보듬어줄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으면 좋겠다

원하는 일을 향해 갈 수 있는 발판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고.


오빠의 행복을 바라는 기도를 할 때

그 그림을 그려보게 되었어

그 그림에 내가 빠져있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괜찮았을까

내가 거기 없어도 나는 정말 괜찮은걸까


아직은 잘 모르겠어...


다만 확실한 건 오빠가 거기서 웃고 있으면 내가 좋다는 사실이야.


오빠가 웃으면 돼.

그 그림 속에서.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