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영역동물이고, 인지된 영역 밖을 나가는 순간 카오스상태에 빠진다.
그래서 단비도 탈출했던 거고..
그래서 아래는 그냥 꿈이다. 그려보는. 그만큼 눈물나게 행복할 것 같은.
단비, 먼로 데리고
먼로는 단비오빠 손 잡고
단비는 절대 내 손같은 건 안잡을테니
내 손엔 피크닉 바구니를 들고, 잔디밭으로 소풍가고 싶다.
걷고 걷고 또 끝없이 같이 걸어도
아무도 없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아무도 없고, 아무의 시선도 없는
우리만의 피크닉을 가고 싶다
적당한 풀밭에 자릴 잡고,
예쁜 체크색 돗자리를 깔고
준비해 온 도시락
닭가슴살, 새우살, 완두콩, 당근, 상추, 오이를 예쁜 그릇에 담고
예쁘게 싸서 아이들에게 주면
단비는 손으로 툭툭 쳐가며 탁탁 터트려가며 먹고
먼로는 잘게 부숴주면 콩알같은 입으로 오물오물 먹겠지
나 역시 아이들이 먹는 걸 상추쌈에 가득싸서
가져온 로제와인과 함께 입안 가득 먹고 싶다
다 먹은 후에는
한바탕 실컷 뛰어놀고
저 뒤 수풀의 흙을 파서 아이들 배변을 보게 하고
아이들이 볼일 볼동안 나는 주변을 감시하고
뒷처리를 해주고
돗자리 위에서 같이 뒹굴뒹굴 하다가
아무렇게나 애들과 함께 엉켜 잠들고 싶다
내 배 위에 먼로가 있고
머리맡엔 잔디 풀을 물어뜯다 잠든 단비가 있어도 좋겠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이 들었다가
해가 뉘엿뉘엿 질때쯤
부시시 일어나 눈꼽을 떼고 털을 정리하고
짐을 챙겨 다시 같이 손을 잡고 해를 등지고
집으로 돌아오고 싶다
먼로는 단비오빠 손을 잡고
나는 빈 손으로
집으로 돌아오고 싶다
매일 그렇게 살고 싶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렇게 살고 싶다
집에는 닭가슴살 나무, 새우 나무, 황태 나무, 완두콩 나무, 당근 나무, 참치 나무, 캣잎나무, 귀리 나무가 있어서
늘 따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포도밭에는 늘 로제 와인이 나왔으면 좋겠다
배곪는 걱정 없이 행복하게
타인의 무례한 오해의 시선없이 자유롭게
내가 믿는 오직 이 두아이들과
나를 버리고 길생활로 도망간다 하여도 억울할 것이 없는
오히려, 먼로야, 단비오빠 손 꼭잡고 뛰어라고 뒤에서 응원해줄 수 있는
그런 아이들과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
진심으로 사람이 싫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죽어 없어졌으면 좋겠다.
내 행복을 방해하는 그 모든 것이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내 인생에 명확한 행복이란 단어를 느끼고 죽고 싶다.
단 한순간이라도 그것이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느껴보고 싶다.
떠날것이라는 암시를 남기는 사람들 따위... 모두....
내가 오빠를 믿었던 건, 우리가 만난지 1-2년쯤 되었던 때였다.
나는 그간의 남자들의 경험을 씌워
오빠 나 지금 너무 행복해 그래서 불안해 오빠도 결국 날 떠날꺼잖아
하고 울면
오빠는 다정한 미소로 나를 안아주며
오빠 안떠나, 영원히 시원이 옆에 있어 줄꺼야.
정말? 정말이지? 하면
시니야, 오빠가 떠날꺼같아?
오빠 어디 안가. 이렇게 계속 시니 옆에 있을꺼야.
라고 말해주곤 했었다.
반복되었던 그 대답은 나에게
처음으로
안심이란 것을 주었다.
오빠는 나에게 사람은 그리 쉽게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 첫번째 사람이었다.
내가 그 사람을 기꺼이 보내줄때까지
단비가 먼로를 데리고 집을 탈출할 때 그들을 응원해줄수있을때까지
그때까지만 살아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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