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족을 나와, 단비, 먼로로 지정한 지 몇달이 지났다.
나는 나만의 가족등록부를 작성하였다.
단비와 먼로는 나와 같은 공간에 살지만 다른 세계에 산다.
오늘 저 인간은 나에게 어떤 먹이를 주며 얼마나 놀아줄것이며 우리똥간을 깨끗이 치워줄것인가를 신경쓴다.
어떻게 하면 저 인간에게 더 맛있는 걸 얻어먹을까를 연구한다.
그러면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나는 연휴기간동안 고양이들에게 약간 지친게 사실이다.
그래서 일부러 나갔다오곤 했다.
하지만 직장다녀왔을때처럼 아이들이 반갑고 그러진 않았다.
역시 출퇴근은 해야하나보다. 모두를 위해.
술집에 다닐때도 양주에 쩐 날에도 명절엔 집에 갔었는데,
그때 우리 부모님이란 사람들은 나에게 어떤 낌새도 차리지 못하였다.
심지어 아빠를 오빠라고 불렀는데도 개의치 않았다.
엄마라는 여자는 내가 아직 남자도 못만나보고, 잠자리도 안해본 숫처녀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 믿음은 대체 어디서 온것일까.
이제 명절에 가지 않으니 편하지만, 뭔지 모르게 불편하고 공허한 건 어쩔 수 없다.
명절이란 게 가족이 모이라고 만든 거니까 그런것 같다.
한국에 살려면 이런 연휴들을 감당해내야 한다.
외국에 나갈 용기도 환경도 안되니
그저그런 명절 풍경에서 한걸음 떨어져 시간을 죽이는 수 밖에 별 다른 도리가 없다.
영화를 보고 책을 봐도, 위로가 되진 않는다.
가족이 지겨운 사람들은, 내 말에 시큰둥하겠지만
의미를 잃어버린 연휴란 무엇을 해도 공허할 따름이다. 다른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일을 택하면 어떨까.
하지만 나는 봉사할 용기도 부족하다.
몇번 해보다가 말뿐이다.
에너지를 다 소진하는 기분을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다.
집에서 그간 서울인천을 오다닌 오랜 시간을 보상하듯 계속 잠을 잤다.
거의 술을 먹고 자다꺠다를 고양이랑 놀아주다 간식주다를 반복하니 오늘은 무슨 날인지 아니 지금이 새벽인지 밤인지 아침인지
구분도 어려웠다.
이제 고양이들이 내 곁에서 침대곁에서 잠을 잔다.
그러다보니 자다 가끔 꼬리를 밟기도 한다.
먼로는 거의 사람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악 한다.
미안해 먼로야 하며 계속 쓰다듬어준다.
먼로는 야옹을 할줄 모른다.
요즘들어 단비가 화장실에서 혼자 우어~~ 한다. 외로운가보다.
먼로가 눈도 한짝 없구, 움직임도 더디고, 잠이 자신보다 2배는 많고 하니
같이 동료로 지내기 부족하다. 나도 그걸 알고 있다.
그래서 단비랑 놀아주다보면 자던 먼로가 꼭 깨서 참여한다.
그러면 단비는 놀이를 그친다.
참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셋째를 들일까 생각중이다.
여기저기 또 입양갈데가 없어 방사될 위기에 처한 아픈 냥이들을 찾고 있다.
하지만 그건 내 욕심일것같기도 하다.
모르겠다.
돈을 더 벌고 싶다.
어디서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루에 와인반병정도 먹어도 괜찮은 정도의 돈을 벌고싶다.
어디서 돈을 벌 수 있을까.
내가하는 일이 그래도 한 대학도서관의 서지데이터를 총괄하는 일인데
180만원정도 번다는게
너무 부당하다는 생각을 첨으로 하였다.
혼자살때와는 차원이 다른다.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들이 돈밖에 모르고, 자기밖에 모르고, 하는 것에 진절머리가 나서 싫었지만
나역시 고양이들을 위해 몇십만원을 떼어놔야하는 상황에
나의 것을 포기해야하는데
기껏해야 포기한 게 네일샵 뿐이다.
머리파마도, 염색도, 와인도
나에게 중요하고, 일상을 제대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없으면 불행해지는 것들이다.
네일도 힘들었지만 위기를 넘기고 나니 괜찮다.
옷과 신발과 가방과 화장품도 절대 사면 안된다.
있는거 다 떨어질때까지 버텨야한다.
고양이 모래가 떨어지면 애들이 변비에 걸리지만
내가 새옷이나 새화장품이나 새구두를 안산다해서 변비에 걸리진 않는다.
비용대비 내가 해야할것과 하지 않아도 될것을 계속하여 구분짓고 있다.
월세가 나가지 않는 집에서 전세집에서 살아보고 싶다
월세만 아낀다면 할 수있는게 훨씬더 많다.
책도 사고 싶고, 영화도 보러 가고 싶다.
가끔 직원들에게 맛있는 밥도 사고 싶다.
모든건 내가 잘못산 덕분이고, 아끼지 못했고, 출세도 못했고, 정착도 못했고, 정착할 남자도 못구했고
.......
모든 게 내 탓이다.
아무도 원망스럽지 않다.
고양이들에게 미안하다.
새 장난감을 보면 흥분하는 단비에게 늘 쓰던 장난감만 꺼내놓고 놀아주길 기다리는 내가 한심했다.
단비는 너무나 놀라운 기량을 가진 똑똑한 고양이인데
나같은 집사를 만나 많이 참고 산다.
단비에게 너무 미안했다.
단비야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나같은 집사랑 살아줘서 고마워.
더 돈 많이 벌어서 단비 좋아하는 새장난감사서 많이 놀아줄께
인천서울 왔다갔다 하느라 지쳐 집에와 밥주고 똥치우고 낚시대든채 잠만자서 너무 미안해 새벽에 나가서 너무 미안해
얼른 돈 더 많이 벌어서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 집도 얻어서
출퇴근 걱정없이 단비랑 지내고 싶다.
집에와서 지친모습만 너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너무 부족해서 미안해
내일부턴 다시 새벽출근인데,
이제 추워지면 깜깜에 나가 깜깜에 들어오는데
미안해서 어떻하니.
대신 열심히 놀아줄께 낚시대든채 잠들지 않을께 약속해!
매일 쓰다듬어주고 눈키스해주고 코뽀뽀해줄께!
사랑해 라고 매일 말해줄께!
우리단비 엄마옆에 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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