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선 아무도 태어나지 않았고
아무도 죽지 않았는데
지나치게 많은 선물과 유품이 있네요
창밖에선 목이 흰 불구의 새가
비바람을 맞으며 거꾸로 날고 있어요
그는 나를 보고 울지 않아요
불구도 불구도 아닌 멀쩡한 것
그때 그 새는 왜 나를 보고 울었을까요
결정의 순간들은 다 지나갔어요
주저주저한 저주들이 입속에 가득한데
이게 뭔가요
내 목소리는 너무 점잖은 사람의 것이잖아요
조금만 용기와 의지를 내었다면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겠죠
넘치는 선물과 유품을 내다 파는
큰 가게의 주인이 되었겠죠
오늘 나는 의자 위에 가만히 앉아 있어요
언젠가 천만 개의 직각으로 이루어진
황금빛 새장 속에 영원히
영원히 갇히는 꿈을 꾸면서요
그것이 오늘의 형벌이네요
그것이 오늘의 축복이네요
나는 의자 위에 앉아서 곰곰히 생각해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무서워? 난 니들이 더 무서워. 그 무지한 마음이. 누군가를 들여다보지 못하고 뜻도 읽지 못하는 일차원에머문 마음이. (0) | 2020.02.22 |
---|---|
시니야 오빠야 (0) | 2019.10.05 |
심보선 <내가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0) | 2019.06.23 |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진행중) (0) | 2017.08.03 |
기억 (0) | 2017.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