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일요일, 생각들

misfortune4 2022. 5. 22. 22:24

한식은 왜 한상에 나올까

쏟아져나오는 반찬들 한상에 밥과 국과 찌개와 반찬들이 널부러진 걸 보면

밑도끝도 없이 부담스럽고 우악스럽게 느껴진다.

취향이란게 생긴 성인기 이후로 원래 한식을 싫어하기도 했지만

(오빠랑 먹을때 빼고)

갈수록 부담스럽고 무식하고 강요적인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와하고 감탄을 지르며 입닥치고 순서없이 입에 쳐넣어야할것같은 느낌 

모든 음식이 조리법 양념등과 상관없이 뱃속에 다 뒤섞이는 느낌

내가 제일 안좋아하는 비빔밥처럼

뭔가 어울리지도 않는 걸 섞어서 초장맛으로 감춘 후 섞어먹으라고 

어울리지도 않는 걸 섞어서 김으로 말아 참기름 슥슥발라 섞어먹으로하고 하는 김밥처럼

나는 뱃속이 늘 더부룩하다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아뮤즈부쉬부터

에피타이저부터

식전주부터

조심스럽게 

입에 접근하고

본격적으로 입을 열어주고

달콤하고 깔끔하게 입을 닫아주는

 

그런 서양식의 식사가

제대로 몇변 해본적도 없을

그저 집에서도 흉내만 내봤을

그런 문화가

깔끔하고 나에게 맞게 느껴진다

 

음석이 뒤섞이는 건 참을 수 없다.

 

한가지 음식을 먹고 다 소화시키고나서 또 다른 음식을 먹고 싶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음식이라고 생긴걸 먹고

직장생활하고

경기도서울 출퇴근하면서

고양이키우고 똥치우면서

쪽잠자기 바쁜 원룸생활 인스턴트 생활에서는

 

그저

두가지 재료이상은 이상 섞이지 않은

삼각김밥에 만족하며

 

어떤날은 락교를 사서 우걱우걱 와인이랑 먹고

어떤날은 오징어다리를 사서 우걱우걱 맥주랑 먹고

월급받으면 포도나 토마토를 사고

가끔 사과도 사서

와인과 곁들이고

잠들기전 치즈도 먹고

곤히 잠드는

 

돈없을땐 

 

그냥 할인하는 하루지난 바게트 잔뜩사서 냉장고에 쟁여놓고

조금씩 데워먹으면서

 

그렇게 

산다

 

연애하던 30대에는

외식에 늘 설랬었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먹으면 그 무엇도 꿀맛이었기에

게다가 음식을 대하는 태도나 미각도 남달랐던 오빠였기에

나는 그로부터 많은 것들을 얻어서 누릴수 있었기에

 

이젠

 

음식에 관한 그렇게 많은 걸 욕망하지 않게 되었다.

 

그냥

 

오래된 유기된 느낌으로부터

또다시 방치된 그런 느낌으로부터

오랜 고통으로부터

현실을 살아내는 연기할 힘을 얻기 위해

 

늘 술이 필요한 삶이 되었을 뿐이다

 

유지할 자신은 있지만 더 좋아질 자신은 없다. 

 

혼자 여행을 가보고 싶다

오빠와 갔던 남해를 다시 혼자 가보고 싶다

오빠와 죽기 전엔 꼭 함께 가보자던 후지산도 가보고 싶다

 

혼자 여행을 다니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그남자는 차가 있었고 시간이 있었다.

 

나는 차도 없고 시간도 없고, 밥달라는 고양이와 돈달라는 금융기관과 집주인과 관리사무실만 있다.

 

 

혼자 여행을 간건 정말 오래된 일이다

 

일단 사람들에 치이고 싶지가 않다.

 

일단 그냥 떠드는 사람들이 싫다

 

웃는 사람들, 남신경 안쓰고 막노는 사람들도 너무 싫다

 

그냥 시끄러운게 너무 싫다.

 

 

조용하게 혼자 집이 아닌 곳에서 있을 수 있는

그런 여행은 없을까?

 

나는 그런 여행을 한번은 해볼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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