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금요일

misfortune4 2022. 5. 27. 08:45

사람을 죽이거나 자살하고 싶다

 

누군가 죽어버리는 꼴을 스스로 목격하고 싶다

 

아주 잔인하게 인간이 죽어버리는 꼴이 속시원하다

가족이랍시고 줄줄이 나와서 쳐울면서 아이구 아이구하고

친구랍시고 줄줄이 찾아와 증언하고

 

너무 웃길것같다.

 

죽어야만 증명되는 지긋지긋한 관계들.

 

 

다들 미치도록 촌스럽고 

저런 얼굴에 저런 머리에 저런 옷을 입고 저런 말을 하고 저런 생각을 하고 저런 걸음걸이를 하고 

저런 친구들하고 저렇게 몰려다니면서 웃고 쳐웃고 시끄럽게 공해를 일으키면서

남을 치고도 남에게 피해주고도 모른척하는것에 익숙하고

자기 몸뚱아리 하나를 영위하기 위해

자기 관계를 지키기 위해

그게 자기 생명줄이라도 되는 양

그것들로 인해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양

그렇게 구는 게 무슨 자랑이라도 되는 듯이

 

내가 오늘 발로 너희를 계단밑으로 밀어버리면

끝날 인생들이

에스컬레이터에 서서 모두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신중하게 머리를 만지고 가방을 고쳐매고 카톡을 해대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무도 하늘을 보는 이는 없다

 

지금있는것이 늘 있을것처럼 굴고

자신의 관계망이 자신인것처럼 굴고

거기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고

자신이 가진 물건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처럼

자신이 가진 돈이 자신인 것처럼

거기서 자신의 인격을 찾고

 

아무도 주변을 보는 이가 없다

 

깨달음도 모두 스마트폰안에서만 일어난다

그걸 깨달음이라고 sns에 쓴다

 

마스크 바깥공기를 마신지 오래

담배 핀지도 오래

이제 계절의 냄새도 모르고

시멘트로 발라진 계단위에 더이상 풀잎은 자라지 않고

흙냄새도 흙질감도 느낄수없다

산에는 토나올것같은 공짜지하철늙은이들이 등산복을 입고 바글대고

너나나나 건강하겠다고 그 지겨운 인생 연장하겠다고 

산에서 운하는 인간들역시 토나올것같고

예쁜 가게엔 그 컨셉만큼이나 컨셉트한 인간들

좋은 냄새가 나는 골목엔 얼굴 벌겋게 취한 채 시끄러운 인간들

어디하나 

괜찮은 풍경을 

마주할수가 없는 

사회가 

원래 그랬을지모르지만

이제 더욱 그러한

너무 그러한 사회가 된것같다

그대열에 살면서

가끔 나도 그러면서

거기서 빠져나올때쯤 자괴감 느끼면서

한심한 나를 

자학의 방식으로 위로하면서

 

이제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사랑스러움을 느끼지 못하고

고양이도 더이상 귀엽지 않고

누군갈 죽이고 싶다고 의사에게 말했다간

약이나 추가되는 인생

그래서 늘 좋아졌다고 씽긋 웃으면

그나마 먹던 약을 유지할 수 있는 삶

 

나를 부를때는 컴퓨터 기사가 필요한 나를 만든 정자를 제공해서 고등학교 3학년때까지 먹고 살게 해준 늙은 남자

나를 부를때는 쳐먹이거나 마트나 백화점에 팔지않는 무언가를 빨리 받아보고 싶은, 온라인쇼핑 대행으로서 필요한

서른살까지 쳐 때리다가 갑자기 착한척하는, 친구한명도 없이, 먼지 한톨도 없이, 살고 싶다가 외로움에 빠져, 티비조선과 사랑에 빠진, 스스로 아파보지 않고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험치가 전부인, 본인이 인생을 통달했다 여기고, 죽고싶다고하면서 영양제를 주문하고, 자살을 욕하면서 죽고싶다고 하고, 모든게 모순덩어리인 인생을 불쌍하게 봐달라고 하는 히스테릭의 결정체 늙은 여자

나의 부모라는 사람들은

왜 이런 조합일까

나는 이들이 죽기를 고대하지만

그걸 견딜수는 있을까

 

나는 지금도 홀가분하지 않는데

이들이 죽어없어진다고 한들 홀가분할까

그냥 잘먹고 잘살고 장수하는게 홀가분하지는 않을까

 

 

 

더이상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가장 불행한 일이다

 

오빠가 떠났어도 그를 그리워하며 눈물짓던 날들이 어쩌면

그래도 살아있었던 시간인듯하다

술과 포기

술과 후회

술과 자책

그리고 현실 인정

내가 한짓 인정

스스로를 미화한 긴 시간들 인정

그냥 세상의 기준이 나에게 서서히 스며들고

세상의 기준으로 나를 보니

내가 얼마나 한심한 인간이었는지를 깨닫고

 

그냥 나는

 

그전보다 더 가치없는 인간이 되어갔다

 

나를 꾸밀필요도 없어졌다

 

아름다움하고는 거리가 멀어졌으니까

 

 

 

아름다움

더 이상 와인도, 나도, 그 무엇도

아름답지 않고

냄새없는 풍경도

흔들림없는 풍경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 하늘도

 

딱딱하다

 

부드러움

귀여움

사랑스러움

향긋함

유연함

 

그런거가 존재하는데

나에게 

반응이 없다

 

어떤 제스쳐도 할수가 없이 굳어버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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