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죽음

misfortune4 2022. 6. 5. 09:20

집을 리모델링하는 꿈을 꿨다.

밤 늦게 퇴근하고

어딘가로 수련회를 가야했다.

언니를 친구들 무리와 함께 긴긴 지하철을 타고 보냈다

7호선 끝 어디

 

나는 집에 와 내 방을 바꾸었다

모든게 역겹고

부모의 흔적과 언니의 흔적이 모두 역겨워 버렸다

쓸고 닦았다

다 가져다 버릴 요량으로 커다란 쓰레기봉투에 집어넣었다

앓던 이가 빠진듯 좋았다

아버지란 사람이 쓰던 책상위 모든 서류와 책을 버렸다

침구도 냄새나서 다 버렸다

내 방에 새것들을 채웠다

고양이 4마리가 내가 없는 동안 굶고

가족이란 것들이 먹다 남은 고깃덩일 던져주고 말았더라

아이들은 몸에 피부병이 잔뜩 나있었고

제일 심한 먼로를 모두가 핥아주고 있었다

 

일가족 사망

내가 가장 바라는 뉴스

집을 다 밀어버리고

새롭게 리모델링을 해서

고양이들과 내가 사는 공간으로 바꾸었다

너무너무 행복했다

일도 그만두었다

얼굴도 성형해서 알아볼수없는 얼굴이 되었고

오래 고수한 머리도 바꾸고

이름도 개명하였다

너무너무 행복했다

이전 나의 삶, 내가 가족이라고 느낀 인간들의 점 하나도 모두 지워지게 하고 싶었다

 

나는 내 삶을 완전히 다르게 바꿔보고 싶은 욕망에 늘 시달렸더 것 같다

나는 착하고 바보같고 오래 왕따를 당했고

집에서 늘 구타에 욕설에 감금에 사달렸지만

언니가 버리는 밥을 대신 먹어주고 돼지가 되는 길을 선택했지만

20대가 들어선 남의 남자도 잘 뺏고 살도 빼고

끼도 부리고 하는 요상한 여자가 되어갔다

물론 내 저본의 무언가는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나를 완전히 바꾸는 일에 몰두한 오랜 시간을 거쳤다

그러다 영화의 길을 갔고

또 거기서는 내 방식이 내 발목을 잡는 일이 벌어졌다

 

나는 완전히 망가지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나는 완전히 망가지고 싶었다

과거를 부정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거라고 결심했다

내가 어디 출신인지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무도 모르게 하고 싶었다

원래 쓰레기였던것처럼 살거나

아주 하찮은 존재가되고 싶었다.

 

 

현실은 300/35 김포 싸구려 오피스텔에서 시덥지 않게 비싼 관리비만 축내가면서도

길고긴 지하철을 견디고

살고 있지만

 

언젠간 

베란다도 있고

식물도 키우고 고양이들이 맘껏 뛰놀고

방도 있어서 문닫고 조용히 나만의 잠을 청할 수 있고

고양이들 방을 따로 멋지게 꾸며주고

멋진 주방이 있어서

맛있는 파스타도 마음껏 만들어 먹고

폭신한 쇼파도 있어서 고양이들과 함께 누워 티비도 보고

멋진 캣타워도 충분히 있어서 아이들이 

무너질거같은 캣폴위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지 않아도 되는

삶이

내게도 한번은

찾아와주기를

 

가족같은거 사람같은거 연인같은거

없어도

 

나는 나대로 행복하게 살수있기를

지금 사는 아이들이 생을 다해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또다른 길고양이들을 들여서 키워야지

 

나는 고양이들속에 파묻혀 죽어가야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김시원말고

 

성은 못바꾼다면

 

김단비 같은 이름으로

김수현

김먼로

김지현

김윤희

김희정

김선희

김희선

김주연

김연주

김현주

김희숙

김희연

김서희

.

.

.

.

.

.

..

 코는 무너질것처럼 높고 눈은 안것들일꺼고

머리는 숏커트를 치고

몸은 더 마를거다

그런 할머니가 되어

내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게 하고

방은 온통 하얗게 칠해

원목으로만 채울거다

 

 

 

흰 침대위에서 흰 린넨 천위에서 폭신하게 죽고 싶다

폭신한 고양이들 털에 휩사여 죽고 싶다

 

로제 와인이 곁에 한병있으면 좋겠다

차갑게 칠링한

 

그리고 플라시보의 유령앨범과

니나시몬의 디아더우먼 앨범과

빌 에반스트리오 파리 라이브앨범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오는소리  (0) 2022.06.18
눈깔 꼬라지 하고는  (0) 2022.06.17
알콜  (0) 2022.06.02
금요일  (0) 2022.05.27
일요일, 생각들  (0) 2022.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