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알콜

misfortune4 2022. 6. 2. 00:02

알콜중독자는 말한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미워서 마셔

그러면 고요해져

 

그러다

 

어떤 날은 마시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고요해

아주가끔

 

그러면 다시 마셔

나는 불행합니다

조금만 맞게 해주세요

내 불행

 

 

구씨가 이런말을 하며 스스로를 자조할때

 

미정이는 말한다.

 

당신 이쁘다

 

그렇게 웃어

 

당신에게 아침마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환대해

 

 

 

불행하기로 결정한 이상

 

알콜은

 

불행을 향한 모든 수단이 된다

 

행복함을 조금이라도 느끼는 순간은 그걸 견디지 못해

불행함을 느끼는 순간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불행은 언제나 나를 찾아오지

하며

그렇듯이 담담하게 맞이해 

 

그것이 어떨땐 편해

 

나는

죄가 많은 사람이니까

불행도 당연한거라고 여긴다

 

 

우리 집에 온 

 

4명의 사람

 

인생에서 4명이고

다시는 그 숫자가 늘어나지 않을

 

 

그 사람들은 모두 나에게 

올수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 중 처음의 사람을 선택한 것은

달이 뜬 어느 밤이었다

수번을 거절하고 도망치다

어쩔수없이 받아들인 사람이다

그전까지 수년간

 

 

 

 

 

 

 

 

아저씨들은 나를 쫒아왔다

 

왜 그랬을까?

20대부터 나는 집에 들어가는 길

늘 아저씨들에게 시달렸다

 

내 뒷모습에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어둔 골목 원룸으로 돌아가는 길

그저 하루의 힘든 길을 끝내고 들어가는 나의 길인데

나는 젊은 여자라는 이유로

짧은 치마를 좋아했다는 이유만으로

 

긴 시간을 시달렸고

 

아직도

 

이젠 늙었고 에쁘지도 않은데

뒤를 돌아본다

누가나를 쫓아오나

 

남들이 보면 비웃을 일이지만

오래된 공격은 잊혀지지 않는다

 

 

자경이는

구씨는

 

오랜기간 사람들의 술마시고 떠들고 하소연하는 모습에 시달린 자경이는 구씨는

 

 

술을 마시는 갖가지 핑계를 댄다

미정이가 누군가를 미워하기 위해 찬혁선배가 돈을 다 갚을까 두려워하듯이

 

 

 

 

우리 모두는

욕할 대상이 필요한걸까

 

 

 

나는 더 이상 누구도 미워히지 않지만

가족과는 인연을 끊어야한다고 생각이 든다

그들은 나를 얼마나 더 불행하게 할지 안할지를 시험하는 존재들이니까

 

나는 그들이 더 이상 없어도 불행하지만

지금 있어도 불행하다

 

 

 

 

오빠는 나를 사랑해줬다

우리 인연은 8년여정도 되지만

그가 나를 사랑해준 시기는 4년정도 되는 것 같다

나머지는 내가 우기고 울고 병신짓해서

끌고온 시간들일 뿐이다

 

내가 실직자가 되고

상태가 안좋아지고

정신과에 다니면서

 

그는 나로부터 멀어져갔고 그건 마치 정해진 수순이었다

 

 

나는 허공을 보며 술을 먹다 잠들었는데

 

어둔 벽에서 늘 꾸물꾸물 무언가 기어와 나를 목조르는 환상에 사로잡혔다

 

지하방은 너무 춥고 무서웠고 외로웠다

 

 

출근도 하지 않는 나는 

그 방에서 6개월을 쉬면서

망가져갔다

 

 

견디기 어려워 짐을 쌌다

 

 

 

 

 

우리의 사랑은 내가 망가지면서 끝이 났지만

 

자경이와 미정이는

자경이가 망가져가도

 

끝나지 않았다

미정이는 자경이의 어떠함

투명함

껍데기가 없음

사람을 싫어함

하지만 사랑스러운 순간을 견디지 못함

행동함

생각한대로 행동함

 

아기같음

거칠고 투명해

나이들은 아이

거칠게 자라온 아이

순수함을 간직한 남자를 사랑했다

 

 

 

나는 오빠를 왜 그리도 사랑했을까

 

 

그는 따뜻했고

아기같았다

술취했을때 귀여웠다

그는 가식이 없었다

그 나이가 들도록 그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감격스러웠다

 

그가 술에 취해 전화를 받지 않을 땐 

너무나 속상했지만

 

나에게 취해 안길땐

그의 세상을 다 가진것만 같았다

 

수염이 거뭇한 뺨에 내 얼굴을 부빌 때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는 내 아이같기도 했다

 

나는 그를 보호해주고 싶었다

 

그는 남자어른이었지만

너무 여렸다

 

 

 

나는 미정이처럼 강한 아이가 되주지 못했다

 

그가 마시고 취하던 모습을 

내가 

복사했달까

 

나는 길고긴 알콜릭을 세계로 들어섰다

 

 

구씨가 탁자를 손으로 훔치고

술진을 깨끗히 하듯이

 

술먹는 환경만큼은 깨끗해야 한다

 

술은 나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니까 

 

 

 

 

미정이

나를 위해 환하게 웃어주는 미정이

 

 

함께 있어줄 미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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