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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잠을 잤떠니

무서운 꿈을 연달아 꾸었다. 자살하는 늙은 남자의 눈을 본다던가 그가 내 화장실에 싸 놓은 엄청난 양의 똥을 치운다던가 -꿈에서 깨고도 계속 그의 똥냄새가 온 방을 휘감은 것처럼 났다 비행기를 탔는데 미쳐 타기도 전에 출발한 이유로 비행기 창문에 매달려 간다던가 -엄청난 속도를 견디던 순간이 생생하다 물론 불가능하다는걸 알면서도 여튼 꿈에서 냄새라던가 촉감이라던가 하는게 정말 생생할정도로 꿈밖에까지 연결되는걸 보면 감각이라는 건 무서운 것이다. 어릴 때 엄마에게 개처럼 맞던 촉감들, 아프다기보다는 서러움에 가까운 감정들과 따로 놀던 통증들. 들을 붙이면 안되는 것쯤은 알고 있다. 어젯밤 꿈에 기도를 하며 심보선 시인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내가 죽는다면 그와 함께 죽고 싶다고 신에게 말했다. 왠지 그와..

그녀 이야기 2021.03.28

토요일

희생이라는 게 내 가치관 전체를 차지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것은 바꿀수 없는 나의 인내수단이었고 내가 만든 명분같은 것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 시절 각인된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날수없고 떠올릴때마다 힘들 것이다. 여튼 지금도 같은 생각은 그것은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희생은 누구도 누구에게 강요할수없다. 엄마의 부탁은 농담을 진담화한 오해의 소산이기만 할까? 내가 언니를 책임지라고? 예전의 바보같은 나를 아직도 김시원으로 기억하는 늙은이의 어리석음이라기엔, 엄마는 아직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다만 70이 넘은 후에서야 나에게 더이상 손찌검하지 않는다는 것 빼고는 말이다. 고통도 지나갈것이다. 너희들이 낳아 망쳐놓고 나에게 떠맡길거라면 다시 니 뱃속에 집어넣어 니들이 언니때문에 나를 희생시킨 모든..

카테고리 없음 2021.03.21

두렵고 지쳐가고 낡아가는

누군가 나의 삶을 한번만 응원해준다면 삶이 두려울때마다 목을 매다는 생각을 스치듯 하곤 한다. 나는 겁쟁이이다. 출퇴근이 너무 버겁다. 9호선의 사람들이 너무 많고 무섭다. 집이 가까웠으면 좋겠다. 고양이들을 키우기위해선 코딱지만한 서울의 원룸은 버겁다. 그래서 김포의 오피스텔을 싼값에 얻었다. 서울의 넓은 방에서 살아보고 싶다. 출퇴근이 너무 힘들다. 그래서 까마득하고 죽고 싶을 때가 많다. 사람들은 이런 기분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모순에 처한 나의 삶을 구원받고 싶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구원해주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내가 인내하는 방법밖에는 남아있지 않다. 손목의 힘줄이 다 닳은듯하고 내 낡은 인내의 줄이 거의 끊어질것처럼 너덜거린다. 내 삶의 인내를 설명할 길이 없다. 매일 기다렸다. 기다리고..

그녀 이야기 2021.03.16

슬픈 토요일 밤을 지나, 월요일까지 어떻게 견디지

youtu.be/1yXZIFYv4SE 드라마는 왜 어느 부분만 재미있을까 꾸준히 읽고 볼 수 있는 작품이란 게 잘 없다. 너무 무서운 꿈을 꾸었다. 학생운동을 하는 꿈이었는데, 흑석동 골목길을 오다니며 쫓겼다. 그러다 같이 운동하는 동지들을 만났는데, 우리편도 급진파와 온건파로 나누어져 티색깔을 갈아입었다. 같은 색을 만나면 너무 반가웠지만 다른 팀을 만나면 너무 무서웠다. 우리를 잡는 팀이 갑자기 미국사람들로 바뀌더니 우리에게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바로 어젯밤에는 강도의 칼침에 맞는 꿈을 꾸었는데, 오늘은 총이었다. 너무 무서웠지만 앞도 보지 않고 마구 뛰어 우리편만을 찾았다. 나는 분명 총에 맞을것이 분명할정도로 앞에 나를 방어하는 무리는 없었지만 나는 이상하게 총에 맞지 않았다 그 순간 내 몸이..

그녀 이야기 2021.02.28

눈물받이 인형

고등학교때 친구 유경이가 사준 이마에 리본을 동여맨 체크무늬 멜빵치마를 입은 곰돌이 인형 엄마에게 맞고, 억울함에 꺼이꺼이 울던 밤마다 나의 눈물받이가 되어주었던 인형을 엄마는 매일같이 더럽다며 빨아대다 어느날 쥐도 새도 모르게 버렸다. 고3어느날이었다. 나는 그날 엄마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20년이 넘게 흘러 안으면 눈물이나는 사람을 처음으로 만났다 나는 내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할지 몰랐고그 사람을 떠나보냈다 아니 어쩌면 떠나기로 정해진 사람을 만나온 나의 오랜 습관이었다 엄마는 내 애착인형들을 버려댔고 나는 더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떠나기로 정해진 것들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꼬질꼬질 내 눈물과 콧물이 묻은 오빠의 몸이 완전히 나를 떠나가고 그에게선 서서히 나의 냄새가 지워져갔겠지 나의 입에서 나던 ..

그녀 이야기 2021.02.26

메모창

메모창을 띄우면 모든 업무 위에 새로운 공간이 생긴다. 이것은 혁신적인 일이다 뭐든 빈종이에 쓸 수 있다는 것은 혁명이다. 나는 점을 찍기 싫다 하지만 어떨땐 찍어야한다. 이야기를 끌고가는 법을 모르겠다 옆방이 숨이 막힌다 사실 이방이 숨이 막히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조용함이 그립다 모두가 있는 조용함이란 정말 견디기 어렵다 사람이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다른 것은 다 견디겠단 말이다 숨통을 틔워주는 작은 메모장 흰 종이에 검은 글씨 워드의 세계 지워주고 다시 시작해주고 복사해주고 붙여주고 잘라주고 저장해주는 내 엉망진창 머리속 조용해 라고 말하지만 조용하면 견디기 어렵고 이야기좀 해줄래 라고 말하지만 이야기하면 이제 그만 닥치라고 말하고 싶은 나좀 보지마 라며 눈을 쳐다보는 나같은

그녀 이야기 2021.02.26

안녕? 2월의 마지막 날아. 나의 마지막날은 언제쯤 올까?

직원들 모두 휴가를 주고 나는 10일도 넘게 남은 휴가를 그저 버린다. 언제나 그랬듯. 매뉴얼도 만들기 싫고 책도 안읽혀지고 공부도 손에 안잡힌다. 난 대체 오늘 하루 무엇을 하며 보내야할까? 아침부터 너무 술을 많이 마신 채 출근해서 보도블럭의 삼각대를 발로 뻥 찼지만 차지지는 않았다. 뒤에서 본 누군가가 웃었으리라 마음이 진정이 되질 않는다 어디서도 위로를 받을 수가 없다. 약도 약일 뿐이다. 점점은 정말 싫은데 자꾸 점이 두개씩 씌여져서 짜증난다 아예안쓰는편이 낫군 재수가 없어야만 살아남는다. 착하고 재수있는 것들은 자꾸 망가져서 못되고 재수가 없어지는 방법으로 살아간다. 살아남는게 문재인대통령만한 고수가 되지 않고서야 정말 힘들어보인다. 정말이지 못낫고 못나져야, 이기적이고 요망스러워져야 지하철 ..

그녀 이야기 2021.02.26

마음의 부력

마음과 몸이 바쁜 가운데 일안하는 직원이 버티고 있어 짜증이 나는 가운데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는 이승우의 단편 마음의 부력을 읽었다. 나이든 작가들은 감정선을 엄청나게 촘촘히 쪼개서 어떤 비판도 피해가도록 자꾸만 파고 파고 또 파서 그걸 연결하여 그 안에 들어가있다. 그 와중에 치매로 예상되는 어머니의 말. 죽은 형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카페 차리는 돈을 빌려줄수있냐고 웃으며 물었을 때, 동생은 대학원비까지 내주면서 나는 왜 안되냐는 말을 했을리가 없는 그 형에게 돈을 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말. 그 부분에서 도저히 참아낼 수가 없는 감정이 넘쳤다. 그 부분에 올때까지 쌓여진 것들이란, 화자인 동생의 예민하고 지기싫고 비판받기 싫지만 죄의식과 미안함에 시름하는 복잡한 감정의 골들이었다. 나는 그냥..

그녀 이야기 2021.02.17

혼자있고 싶지만 그럴수없는 연휴

지금 이 병원은 내가 정착할 두번째 병원이 될것이다. 방송활동을 하는 의사의 병원에선 꾸준히 상담받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예약이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돈을 벌고 정보를 알리는 일을 즐겁게 여기는 의사들일 것이다.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할 때 하고 싶은 일이 밝은 쪽인 경우, 그걸 할 수 밖엔 없을 것이다. 하고 싶은 게 어두운 면일 경우, 하지 않는 게 낫겠지. 그 선생님은 내가 엄청 심각하게 말해도 내게 그렇게 큰 문제가 있다는 것 같지 않다는 투로 말한다. 그리고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밝고 건강하고 섬세한 편이다. 하지만 감성적이지는 않다. 그런점이 의사로서 좋은 점으로 보인다. 여튼 그 선생님을 만나고 나오면, 내가 나름 그래도 괜찮구나하고 느낀다. 이건 아주 큰 착각인데도 ..

그녀 이야기 2021.02.11

미움

누군가를 미워하면 그 만큼 그 사람과 거리가 멀어진다. 박미선이 비정상회담 나온 예전 영상을 우연히 봤는데, 누군가를 미워하면 자신이 힘들다며, 남편과, 또 자신을 모함한 후배를 용서한 이야기를 했다. 동의할 수 없었다. 자신이 편하자고 역사를 용서하다니. 박미선은 분명 그 사람들과 거리가 멀어지고 인연이 끊어지는 걸 두려워하거나, 자신의 손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은 편인 것 같다. 직업과 상관없이 혹은 상관있거나, 내가 그래서 이모양으로 살거나 나와 끊어진 인연들은, 내가 미워하게 된 사건을 가진 사람들이다. 다시 이어붙여진 경우는 가족밖에 없다. 이것은 피가 얽히고 돈이 얽힌 일이니까 특수관계라 치면 나머지는 별로 없다. 조금 있는 몇 사람들은 미워하는 점과 좋아하는 점이 강도가..

그녀 이야기 2021.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