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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예찬

까칠한 돌기의 혀, 날카로운 발톱, 찰랑거리는 콧수염, 쫑긋한 귀, 포근한 털, 유연한 몸, 예쁜 코트, 귀여운 발바닥, 분홍코, 시옷자 입. 자다 일어나도 뺨이 눌려도 눈을 가늘게 떠도 손톱을 내도 멍뭉미가 될때도 몸이 꼬여 고장날때도 맨날이쁜 고양이들. 굴욕이라고는 없는 아이들. 인간은 어쩌다 이쁘다면 얘네들을 맨날 이쁘다. 자다가 느껴지는 것들, 내 몸위로 넘나드는 발바닥이 쿵쿵 윽윽, 까칠한 혀로 손과 얼굴을 핥아대는 단밤이, 콱 물고 도망가는 단비, 내 손 밑으로 들어가 손을 강제로 들어올려 머리에 얹는 기술을 습득한 니니. 어우 어우 울어대는 먼로. 나는 매일 4 아이들의 흔적을 느끼며 잠이란 걸 자고 깬다. 과거의 예민한 나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확실히 고양이를 키우며 많..

그녀 이야기 202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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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비 내리는 날이 무척많다. 지난 일요일 밤에는 천둥 번개가 매구 강하게 불규칙적으로 있었다. 나는 고양이들의 귀를 막았다. 아이들이 무섭지 않기를 바랬다. 내가 없으면 아이들은 무서웠을까. 내가 아이들 곁에 있어서 다행이겠지. 적어도 깨끗한 환경에서 먹이를 먹고 매일 1번 이상의 사냥놀이를 하고 자고 싸니까. 단비에게 스킨십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그것도 마치 오빠에게 했듯 한다. 단비가 싫어한다. 고양이는 몸에 다른 채취가 베면 바로 자신의 침으로 그루밍을 한다.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습성이다. 단비는 몇초는 참아주지만 길어지면 나를 할퀴고 도망가기 일쑤다. 오빠는 나를 참아주었던 유일한 한명의 인간이었다. 내 몸을 견뎌주었고 나도 오빠의 몸을 견뎌내었었다. 우린 그랬었다. 맨몸으로 ..

그녀 이야기 2021.06.01

비오는 월요일밤

과거로부터 많이 자유로워졌다고 얘기했다. 의사선생님은 내 과거를 아는 현재 대화가능한 유일한 사람이다. 나 혼자 내 생각을 정리할땐 괜찮았는데 그의 눈을 보자 눈물이 차올랐다. 그 아무렇지도 않은 차분한 눈에 대고 내 과거의 감정이 넘실거렸다. 내 과거에 대해 애증이 남아있음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오빠가 미칠것처럼 보고 싶었다. 의사의 눈에 그의 눈이 겹쳤다 아니 그는 이미 내 인생 아니 내 몸에서 분리되었다 허나 내 과거를 이야기할때 그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이야기도 할수없다 나는 당신으로부터 어느정도 자유로워졌다. 그건 시간이 해결한 것이나 다름없다 시간이라는 강 눈물이 일렁거려 당신의 눈에 있는 어렴풋한 내 과거가 스쳐갔다. 나는 슬픔으로 그 시간들을 건너간다 미래도 없는 현재를 산다 죽고싶을만큼 ..

그녀 이야기 2021.05.17

수요일밤

맛집 블로그들을 둘러보았다. 매일 혼자 먹는 밥 오빠와 다니며 오빠덕분에 맛있는 것들을 많이 먹을 수 있었다 그때의 추억이 소중하다 내 인생에 누구와 행복하게 먹는 밥은 그 시간들이 전부이고 유일하다 같이 밥먹고 싶은 사람들이 없고 있다고 해도 아무도 나와 밥을 먹어주진 않는다 나는 밥친구가 없다 그냥 친구도 없는데 멀... 맛집들은 정말 많구나 친구들이랑 어울려 밥을 먹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집에와 주전부리와 술로 끼니를 하고 매일 지고 있는 한심한 야구를 본다 요즘은 모든 것이 지치고 의욕이 없다 모든 것을 다 그만두고 싶다 오늘은 퇴근길에 나에게 많은 돈이 생겨 출퇴근 지옥을 벗어나 넓은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여유있게 사는 삶을 상상해보았다. 정말 행복할것같았다. 나의 문제는 이제는..

그녀 이야기 2021.04.21

일요일 오후 4시

다시 예전 먹던 약을 먹고 달라진 점 혹은 그때로 돌아간 점 집이 지저분한 꼴을 못보던 내가 청소를 미루게 된다(안한다는 건 아니다) 게을러진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도 불안하지 않다 바퀴달린집에 배두나가 나온걸 보았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배두나가 너무 좋았다. 먹고 쉬고 자고만 하는게 죄악이 아니구나하고 느꼈다. 나는 요즘 팔이 너무 아프다. 인대가 손상된것같다고 느낀다. 일을 쉬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경제적 수단이 일 외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출퇴근 없이 일을 한다. 그러면 이렇게 낮에도 집에서 고양이들과 함께 있겠지 그러면 행복하겠지. 고양이들도 행복할까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이들이 내가 있어서 더 편안할거라고 생각한다. 매일 새벽같이 나가 밤에 오는것보다는 더 말이다. 나 없을 ..

그녀 이야기 2021.04.18

새벽 할일이 없어 적어두는

잠이오지 않는 일요일밤부터 월요일새벽으로 가는 길 다산동에서 난 큰 화재 오빠아파트와 떨어져있긴 하던데 그래도 걱정된다 잘 있겠지 단밤이가 노트북을 켠 내 손을 계속 핥는다 애들은 주로 새벽에 응아를 한다 내가 잠을 안자니 애들도 자지 않는다 계속 뒤척이다 결국 깨버린 나를 따라한다 엄마집에 다녀왔다 대판싸운 후 어색했지만 안가는것보단 나았던 것 같다 부모, 언니가 내 가족이지만 나는 진심으로 잘 하지 못한다. 병원을 다시 예전 병원으로 돌아갔다. 매우 긴장했었는데 잘 결정한 일 같다 일단 약이 너무 잘맞는다. 마음에 위안을 얻었다. 약을 너무 많이 쓰는 곳은 나와 맞지 않음을 다시 알 수 있었다. 나는 약에 너무 민감하다. 단비, 먼로, 니니, 단밤이 우리 아이들. 내가 만든 이 상황. 견딜만 하게 만..

그녀 이야기 2021.04.12

목요일오후에

죽음의 가능성과 매번 새롭게 죽는것 아침에 병신같은걸 검색해서 후회했다 마늘이 들어간 요리를 먹고 싶다 누가 날 위해서 마늘이 들어간 요리를 해다 주었으면 좋겠지만 나는 가스렌지도 켤수없는 신세 다른 짜증나는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어쨌든 백은선의 산문과 시를 빌리러 갔다가 도서관 고양이 듀이 책을 빌린 예쁜 최선생님을 만나고는 기분이 나아지기도 했다. 밖에 걸어가는 학생들이 시발이라고 말하며 웃는다 나도 누군가에게 욕하고 웃고 싶다 시발 꽃을 즐기지도 못했는데 다떨어진다 시발 재밌네 내친구랑 이름이 같은 미숙이와 경옥이가 같은 형법각론이란 책을 썼네 보고싶은 미숙이 내 친구는 이제 없다 개명하고 결혼하고 잘 살겠지 조경옥 발랄과 날랄의 중간쯤에 있던 키가 훤칠하고 날씬했던 중학교 동창 아빠가 군인이어서 ..

그녀 이야기 2021.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