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2013년 2월 17일 오후 08:13

misfortune4 2013. 2. 17. 20:39

한국어가 아닌 노래, 익숙하지 않은 코드.
한국대중문화가 질척거리고 싫었다.

12000원으로 한달간 지직대던 이어폰을 드디어 바꾸었고
12000원으로 일년여간 시달리던 월경전증후군과 우울증을 어느정도 다스리고 있다.

너무 많은 기회비용을 썼다. 얼마나 이 고통을 잊기 위해 많은 돈과 에너지를 소비했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내가 예민한 감각으로, 신경질적인 그 무언가로 또 다른 것에 힘쓸 용기와 결단이 없었을 때
그만두어야 했다. 고통에 대해 무감각해질때까지 나를 방치했던 시간은 여전히 쌓여있을 것이다.
과거는 뒤에서 그러나 언제나 조금만 발걸음을 게을리하면 나를 바싹 좇고,
미래는 앞에서 현재를 치고 나아가는 내게 가속도로 다가와 기분나쁜 마찰음을 내며 소리없이 사라진다.
노란불이 켜지면 미래였던 사람들이 떠날 채비를 하고, 달리는 차들이 고요해지는 빨간불이 되면 미래는 사라진다.
다시 현재의 차들이 속도를 내며 쏜살처럼 달려나간다.
현재가 잠식한 나의 세상, 나의 거리. 그리고 뒤를 좇아오는 과거의 목소리만이 나를 추동시킨다.

불행하지 않은 느낌이 행복한 것은 아닌데 나는 지금 누군가 묻는다면 행복하다고 말할 참이다.
의지를 놓아도 그 상태가 괜찮게 느껴진다면 그것이 행복이라는 물음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 적절할 듯 하다.
나는 행복을 바란적이 없었다. 헹복은 언제나 미래에도 과거에도 속할 수 없고, 나를 향해 달려올수도, 내 뒤에서 나를 좇을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시간을 상실한 하늘 위헤 언제나 덩그렇게 떠있는 그 무엇의 이미지같은, 것이다

우리가 함께 본 쏟아질 것 같았던 별들. 빛나는 하늘의 것들. 하늘이 알고 있는 나, 내가 알고 있는 하늘.
하늘은 상처를 말할 수 없게 만들고, 하늘은 미래도 과거도 현재도 구원해준다. 그모든 억압된 느낌으로부터.

항우울제는 과거를 아주 가깝게, 그것도 추하지않은 것으로 데려다 놓는다. 내 과거가 꽤 괜찮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기억의 왜곡이 일어나는 것이 조금씩 느껴진다. 그리고 내게 이것이 안정을 준다면, 나는 지금 인생에 거짓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거짓으로나마 안정시키는 일은 이 사회, 구조, 정치에 대해 순응시킬 것이며, 나는 적당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적당히 둔하고 멍청해도 굴러가는 그런 인생.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그런 상태에 이르렀을 때 죽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절정에 죽지 못했다. 절정이 지나간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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