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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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fortune4 2013. 4. 2. 09:47



10:00

아름다운 것들이 자꾸 사라진다고 느낀다.

아름다운 순간을 지속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이젠 그 순간이 언제였던지 기억을 찾는 일을 한다.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했다.

영화로 만난 많은 사람들과 인연이 끊기는 순간이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아무 힘도 없는 그 과거의 사람들의 소식을 엿보며

아쉬움과 약간의 패배감 같은 것을 끊임없이 느낄 필요가 없다.

물론, 이전부터 알고 있던 일이다. 

그러나 막상 실행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다시는 그들의 삶과 소식을 궁금해하지 않아야만 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정지한 기분이다. 


거의 환영은 사라졌고

영화의 기운이 .. 그렇게 사라졌고

퍽퍽한 삶을 버틸만한 그 일말의 무엇을 찾지 않는다면

이대로 돌이 될 것만 같다. 



01:30

2012년 10월 29일에 상수동에서 찍은 사진을 그 날 이후 늘 지갑에 넣고 다닌다. 불안함을 느낄 때 꺼내어 보면 조금 편안해짐을 느낀다. 그날의 기억에서 우리의 만남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사진은 자꾸  바래져간다. 그래서 더 아련한 듯도.

오빠는 무슨 점심을 먹었을까.

나는 음식냄새를 견디기 어려워 딸기와 치즈와 아몬드를 먹었다. 저녁으로도 먹어야하니까 3분의 1씩만 먹었다. 약이 생각보다 위와 장에 안좋게 영향을 주는 듯 3일째 미슥거린다. 탄수화물을 먹기 곤란해 그 좋아하는 빵생각도 전혀 나지 않는다. 아침에 먹은 약이 견디기 어려워 편의점에서 후치스 오렌지를 한병사서 마셨다. 알콜이 4.5프로쯤 있나. 와인에 비해선 음료수나 다름없지만 술을 도통 안마신 요즘이어서 그런지 이정도로도 속이 가라앉는 것을 느낀다. 사실말하면 견딜만한 기분이 되는 것이다. 알콜로 약을 견디는 것이다. 약을 먹기 전까지의 컨디션이 좋았다고도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약을 안먹을수는 없다. 하지만 이 약은 아주 소량인데도 불구하고 ... 내 몸이 전보다 더 흔들린다. 참아야 한다. 의사는 두통하나도참기 어려운데 이 많은 고통들을 어떻게 참았느냐고 했다. 힘드시겠다고. 하지만 힘든 건 자랑이 아니다. 인내심이 강하다고 누가 상주지도 않는다. 나에게 주어진 삶이 이럴 뿐이고, 남들의 그러한반응은 '살만하냐'는 물음처럼 조금은 비아냥스럽게 들린다. 나는 타고난 인내심이 강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참는 일을 한다. 언제나 뭔갈 참았고, 사람들도 뭔가를 참으면서 살텐데. 내가 유난스러운 것은 인내심이 없어서일 뿐일꺼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겪고 있는 육신의 고통이 복합적이라는 것을 누군가 조금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한켠에 남아있다. 차라기 감기환자가 되고 싶다. 병명이 분명한 무언가를 앓고 싶다. 까마득한 기분에 휩싸인다. 나아지고 싶지만, 나아진다는 것은 나아가야할 빛을 본다는 것이다. 스스로 찾는다는 것이다. 의지를 찾는다는 것. 의지. 자의성. 조종되지 않는 삶. 강해지고 싶다. 강해져야만 하는데 왜 이렇게 약해졌는지 모르겠다. 힘을 내고 싶어 견딜 수 없다. 힘을 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다.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는 것.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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