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월요일에 거는 기대

misfortune4 2013. 5. 6. 13:49



이 일기를 오빠가 보고 있다는 가정하에 써야하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오빠가 이 일기를 매번 읽어줄만큼 머리속이 한가하지 않다는 사실만은 안다.


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나는 가장 위험하다.

그것이 기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절망할 날이 올 것이란 걸 알면서도

기대를 포기하지 못하는 들뜬 마음이 스스로 못미덥다.


그러나 이런 날엔 꼭 책을 주문하거나 도서관에서 예약을 걸거나, 관련 논문을 찾아 번역기를 돌려가며

읽어보기도 한다.

왜 주로 힘든 주일을 보내고 돌아온 월요일에 이런 기분에 휩싸이는 것인지 나는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집과 관련이 있음이 분명하다.

부모님을 많이 가깝게 생각하게 되었으나, 아직도 머리 한편엔 '나를 눌러 앉혀 편안히 죽고 싶은 기대'를 느낀다. 

내가 낮은 곳에 있다고 여기면서도 올라갈까봐 조금은 두려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더 많아질까봐 겁이 나

'다 똑같지 뭐 인생 뭐 있어'란 말을 반복하는 어머니가 조금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나는 최대한 바보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더 바보가 되어야 하다니.

주는 대로 먹고 주는 대로 사는, 엄마의 훈계가 먹혀야만 하는 상태는 영유아 상태일텐데

여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이런 상대를 원하는 듯 하다.

또 다시 생각은 여기에 머문다... '나는 오빠한테 그러지 말자. 김시원 너두 위험하다구!'



2. 

다시 한번 월요일을 기대한다. 내가 뭘 더 어떻게? 같은 건 뜬구름이 되어 있고, 따라서 신경이 쓰이지도 않는 것이다. 달력이 휘둥그레 보이고    책의 글자들이 쏙쏙 들어오고 갑자기 미술관 사이트를 둘러보고 시네마테크의 글들을 또 읽고 있고 이런 일기를 쓰게 되고... 머지 않아 곧 '현실과 아무 상관도 없는 일에 또 시간을 보냈군'하고는 수요일 상시계약직 언니들이 주최하는 소풍에 싸갈 샌드위치 레시피나 뽑고 말. 그런 잠깐의 흥분. 그래도 이것이 쌓여 뭔가가 될 수도 있어. 나는 나아져야만 해. 나는 더 이렇게 살 수 없어. 나는 저들과 다른 인생을 살았어.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평준화될 수 없고, 저들의 사고에 맞출 수는 없어. 나는 저들을 이해해. 그리고 그뿐이야...



3. 잘 해보자. 일도 열심히 할꺼지만, 나는 잘 해보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을 얻었던 것처럼, 최고로 괜찮은 남자가 내 남자가 되었듯이. 그가 언제든 나를 떠나지 않는다고 해도 떠난다고 해도 나는 그를 사랑할 것임을 믿듯이, 뭔가 당연히 내가 찾고 있는 이 일들이 한 번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허무맹랑한 짓'이라고 결론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자 백설공주와 타부를 꼭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극장에 가는 일은 사람을 극복해야만 한다. 그리고 의미를 두지 않아야만 한다. 나는 극장에 가는 의미를 더는 두지 않는다. 이를 모토화하자. 그것부터 시작하면 반은 성공이다.


4. 악세사리일을 배우는 내 모습을 잠시 상상 연기해 보았다. 나는 그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왠지 오빠가 나를 선택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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