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사노라면

misfortune4 2013. 5. 20. 14:10



문명진의 '아침이 밝아올 때 까지'를 보았다. 불후의 명곡이란 프로그램을 거의 처음 본 셈이다. 몸을 뒤틀면서 부르는 그 모습이 마치 행위예술을 하는 듯 감정에 젖었다. 힙합 그룹과의 콜라보레이션이 이어진다. 굉장한 에너지가 발산된다. 가사만. 가사만 틀어막는다면 힙합의 리듬과 그루브는 무엇도 따라오지 못하는 절대적인 커다란 힘이 있다. 이어지는 바비킴의 무대에서 첫소절에 그만 눈물이 아무표정없이 계속 흐르게 된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바비킴처럼 이렇게 노래의 첫소절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아마도 그렇다. 부가킹스는 허니패밀리와 색깔이 다른 힙합을 한다. 좀더 시니컬하고 가볍다. 한국 사람들은 허니패밀리를 더 좋아할 것이다. 


난생처음 누군가에게 벌금형을 먹였다. 그 사람이 물건을 훔쳐갔는지 안갔는지가 더 이상 중요해지지 않았다. 나의 근거가 빈약한 의심은 처벌받지 않았으나 나에게 욕을 하고 문을 발로 찬 불안조성죄는 처벌대상이 되었다. 그 부부는 씩씩거리며 '똥 밟았다'며 욕을 섞어가며 나를 칠 기세였다. 나는 무서워서 소리를 질렀다. 나는 그 사람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멍청이들을 상대하는 것이 무섭다. 상대의 입장에 단 한번도 서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섭다. CCTV가 조사되어서 무고함이 증명되면 나는 처벌될까? 아니 나는 처벌되지 않는다. 아니 처벌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두렵다. 진술서를 취소할까 몇번을 생각하다 두려움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부부가 무섭다. 쌍으로 다니는 것들이 형성하고 있는 2배의 무식함은 일종의 무기와 같다. 상대를 대하는 둔탁한 무기. 유유상종. 똑같은 것들끼리 짝을 맺고 죄를 나누어가짐으로서 더 단단해지는 결속력이 무섭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아서 무서운 것이 아니다. 그것의 폭력성이 실은 매우 가까운 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이면성이 무서운 것이다. 혼자 있는 것이 두렵다는 마음과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 나같이 사는 사람보다 몇배는 많은 사회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자 두려웠고, 결국 내가 홀로 닥친 위기들을 극복하고 잘 지낼 때만 사람들이 나와 함께해준다는 사실 또한 새삼스럽게도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날이 샌다는 것도 두려웠다. 내일을 맞이할 자신이 점점 사라짐을 느낀다. 그냥 흐린 상태에서 안위하는 삶이 늘어가면서부터.

내일 해가 뜬다해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것

날이 샌다해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우리들의 마음은 너무나 따뜻하지 않다는 것

우리들의 마음은 나약해서 기댈곳만 찾는다는 것


언제까지 경찰관의 공적업무에 기대어 내 사적안위를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를 지켜주는 사람은 경찰이 아니고

나를 지켜주는 사람은 나 뿐인데

나는 나를 지킬 힘이 없고

반항하고 대적하고 싸우려는 힘 뿐이니.


긍정적인 마인드가 미디어에서 너무나 교육되면서

그 미디어의 교육을 탈피하고자 해서였을까.

긍정적인 마인드처럼 오염된 말이 또 있을까.

정말 긍정이란 무엇일까.

도대체 어디서 나오고 어떻게 지켜지는 것일까.


아무런 생각의 확신을 가질 수 없는 때이다.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은

잘못된 이해들에 둘러쌓여 있기 때문이다.

옳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적어도 두명 이상은 있어야

기준을 세울 수가 있다.

기준을 함께 세울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절실하다.


거기서부터 시작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세울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

한 명이 없어서 죽을지도 모른다.


그 한명이 내 연인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달을 때의 그 형언할 수 없는 고통.

이런 사건이 한번씩 일어날때마다 온 신경이 그 한가지 고통에 집중되어

차라리 칼로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히는 것은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너무나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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