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우정

misfortune4 2013. 7. 31. 10:20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이런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산에 가고, 저녁에 술 한잔 마시고 커피마시면서 이야기하는 우리는 좋은 친구 아니었나? / 섹스만 빼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너와 친구로라도 헤어지긴 싫다… 가족이 아니면 미래를 설계할 수도 없니!!!'

인문예술잡지 F를 읽으며 우정이라는 테마의 글들이 지금의 내 상태에 실마리를 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유운성 님의 첫 글에서 인용된 세르주 다네의 글' 나는 한번도 우정이라는 관계 외에 사람들과 다른 어떤 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우정은 섹스를 포함한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말이다' 

당시 나는 위의 메일에 충격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허무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가 더 큰 사람이라는 잠정적인 생각 앞에 치졸해지는 내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너무 충분히. 비참할만큼. 우정은 확실히 남성의 코드이다(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여성에게 우정이라는 컴플렉스는 받아들이고 극복해야할 과정일지도 모른다. 남성은 사랑과 우정을 비교하고 끊임없이 같은 장에서 다루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성은 양자택일의 문제로 사고한다. 여성에겐 개념과 가치에 대한 맹목성이 강하며 다른 그 무엇인가가 무엇인가로 넓어진다는 개념보다 침범한다는 개념이 강하기 때문이다. ...

사랑이 나를 보호해줄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우정이 나를 보호해줄 것이라고 생각해본적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남성의 경우 과연 그러할까. 우정이 파편화되고 경제자본화된(책에 의하면) 사회에서도 남성은 깨진 우정을 사랑으로 승화하는 편보다, 깨진 사랑을 불완전한 우정으로 잇고자 할지 모른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엔 그 반대란 편이 맞다. 

관계에 대해, 지금 내게 유일하게 지워진 사랑의 흔들림에 대해, 단지 시간이 오래된 권태기의 문제가 아닌, 섹슈얼한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인간의 조건의 문제로. 삶의 가능성에 대한 전제의 문제로 생각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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