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추석을 앞두고

misfortune4 2013. 9. 18. 09:01




잠시나마 같이 글을 썼던 사람들의 소식을 본의아니게 듣게 된다.  

어제는 퍼블릭아트에 글을 쓰던 친구를 올림픽공원에서 만났다. 

그녀가 좋아하는 기네스를 들고서 우리는 폭풍수다라는걸 오래만에 떨어대었다. 

   '헤이 사이먼! 나는 너를 본 일이 없어. 그런데 그녀가 소개하는 너를 보았고 들었지.

    헤이 사이먼! 너는 아일랜드 대평원의 양. 혹은 소. 혹은 말. 너는 자유로운 영혼의 천진한 소년.'



"언니. 남자들은 왜 그런 걸까요"

"이상과 영혼의 교감을 이야기하는 남자가 있다.  명분은 거창하지만, 이유는 아주 어린아이같은 것일 수 있지"


"내가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천진하게 묻는 눈망울. 그리고 나는 그런 불안함이 태생인 남성의 매력에 끌리는 일을 그만 반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소나 곰같은 우직하고 둔하지만 무게감있는 그런 사람이 어쩌면 너의 감성을 종국엔 이해할꺼야... 정말 그럴지도" 



2. 

오빠가 키스를 남긴 곰과 양에게 입을 부비고 가슴을 부비다 


그녀가 한 말이 또 생각나


"언니는 외롭지 않아요? 평생 외로울 일을 생각하면 끔찍해요. 그렇게 늙고 싶지 않아요"


무슨 말이 필요하겠니? 


나는 외롭게 살꺼야. 그건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결정된 운명이야. 


유치원 시절부터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 


대신 하나의 끔찍함을 던다.

 

외로울 것이지만 늙지 않을 것이라고. 


'나에겐 슬픈 소 한마리가 있다. 함께 부빌 수 있는' 


그리고 나는 그를 위해 춤을 출 수 있다. 


아직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 


이상을 맞추지 않아도 되는 건너편 울타리의 슬픈 소한마리.


인생이 슬픈 소와 말. 우리의 교감과 위로.


우리의 만남 자체가 외로움이었던 것을 나는 안다.



늙지 않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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