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마지막 날, 신촌은 어수선하기만 하다.
노점상들의 생존투쟁과 학교의 거대 지하주차장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하늘은 어둡고
노래는 구슬프며
물소리는 스산하다.
안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무언가를 조금 더 아는 사람이 더 괴로운 사람이다.
나는 그 쪽을 알고
그쪽은 나를 모른다.
그것이 나의 무게를 늘린다.
어른이 되면 세상의 속임수와 그림자를 알기에
무언가를 접할 때마다 슬퍼지는 것이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인데,
아이들은 같은 것을 보아도 슬퍼하거나 무거워하지 않는다.
어쩌면 어른들에게 더 무모한 기대가 많은 것일까.
더 세상이 나아졌으면 하는 바램이 큰 것일까.
지하철도 음산하고 사람들도 모두 가라앉아 있고, 시멘트와 철골들만 기세등등하게 서있는 아침의 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