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살아있어야하는 고통

misfortune4 2022. 4. 10. 18:10

4/4

술을 안먹은 시간엔 자살하고 싶고

술을 먹은 시간엔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

자극하거나 자극받고 싶다

하지만 쓸데없는 자극은 정말 토할것같고

대부분 쓸데없는 자극이다

그래서 죽이고 싶은 것이다

내가 정말 원하는 자극은 무엇일까

행복하다고 아니 살아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

살아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

고양이 배털에 얼굴부비기도 잠깐 그렇고

와인도 그렇지만

순간일 뿐 더 허무하기도 하다

다른 방법은, 지식을 진실을 탐구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인내가 부족한 나에게 너무 힘든 일이다

게다가 모든 게 시시해지고 있다

 

4/10

이번배란기와 생리는 지긋지긋했다. 마치 30대 미칠것같은 시간으로 돌아간듯했다.

건강한 생각만 하고, 운동을 하고, 물을 많이 마시고, 건강한 음식을 먹어도 모자랄판에

하지만 몸이 좋아야 그런 생각도 나지 않을까?

뭐가 먼저일까?

몸이 안좋은데, 건강한 생각을 하고 운동을 하고 물을 먹고 채소와 과일을 먹는게 가능할까?

어떤 사람들은 가능하겠지 그래서 그들은 건강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극복한 많은 사람들이 있다

 

정말 근 몇년간 거의 성욕도 없었는데,

몸이 너무 이상해서 죽고 싶었다.

아무나 만나야하나 그냥 쓰레기처럼 나를 다시 던져야하나 하고 있을때

내 마음을 들키기라도 한것처럼 먹자골목쪽에서 어떤 남자가 따라붙었다.

분명 야근후 비틀대며 걷는 나를 보고 술을 먹었을거라고 생각했을것이다. 그러니 이따위 용기도 났겠지.

보나 안보나 어디서 굴러먹던 쓰레기겠지

손엔 붕대가 감겨져있고 발엔 슬리퍼가 신겨져있고 이미 취한상태로 술한잔을 하자고 몸을 붙여왔다.

나이를 완전히 막 먹은건 아닌건지, 그냥 남자가 후져서인지, 고양이 밥때문인지, 씻고 옷벗고 하는게 귀찮아서 일지

그냥 내 몸을 더럽히기가 갑자기 싫어진건지, 거지같은 기분 더 거지같아지면 진짜 죽겠구나 싶어서였는지

정중히 한 대여섯번을 화도 안내고 거절했다. 내가 신기할따름이었다. 내가 이렇게 정중한 사람이었나?

 

집에와 더러운 기분을 지우기 위해 토를 했다.

그리고나서 갑자기 대청소를 했고, 고양이들이 난데없어했다.

새벽 1시쯤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는데 왠 멀끔한 어린 남자애가 차앞에 서서

이거 내 차인데 운전해줄수있냐고 했다

술에 취해있었다

대리기사를 못불렀나보다

어의가 없어서 무시하고 가는데

사모님 하고 불러댔다

사모님이라니 참나.... 한번 째려보고는 그냥 가는데 뒤에서 계속 이거 내차인데, 운전좀 해주셔요 라며

자동재생기처럼 혼잣말을 내뱉는 소리가 들린다

뭔가 귀엽기도 했고, 그냥 한심하기도 하고 그랬다

저 나이에 저런 좋은 차는 어디서 났을까

저 친구좋아할 나이에 왜 친구하나 없이 저러고 혼자 있을까

집에는 들어가야할텐데  

 

그리고나서 주말이 왔고

기분을 바꾸어보려 머리를 자르려고 예약한 미용실도 취소하고

술을 마신채 집에 널브러져 있었다

슬펐지만, 울수도 없었고

무엇도 즐겁지 않았다.

단비와 먼로 병원을 다녀오다가 팔이 늘어난 기분이 들었다. 단비가 너무 무거웠다.

수의사는 불친절했고 너무 비쌌다. 

안약에 항생재 처방이 8만원이다

미친 동물병원 금액

단비는 너무 무거웠고 나는 10걸음에 한번을 쉬면서 집앞 동물병원을 1시간이나 걸려 다녀와 녹초가 되었다.

날은 따뜻했고 좋았지만

나는 몸과 마음이 지쳤고 기분이 말로 설명할수없을만큼 비참했다

돈도 없고 차도 없고 집도 없고 안정감도 없고 기쁨도 없고 욕망도 없고(이상한 욕망만 있고)

건강에 대한 어떤 생각도 없는 개한심한 내가 동물을 4마리나 키우면서 매일 고양이 용품과 캔을 사모으고 있다.

입는 옷은 다 오빠랑 연애할때 산 10년전 옷들 뿐이고

구두도 가방도 머리도 다 그대로다

내 돈은 고양이 밥과 장난감과 내 술값에 다 쓰고 모으지도 못하고 있다

그나마 예전처럼 빚지지는 않아서 다행인가?

않는게 아니라 못하는거지만.

 

일요일엔 회사에 기어나왔다.

두번만에 뽑힌 신입직원은 매우 밝고 해맑고 멍청하다.

나는 다시 야근과 주말근무를 시작하였다.

예전 트라우마가 다시 올라온다.

너무 힘들다.

술쳐먹고 날 때려댄 그 싸가지 직원이 차라리 그리웠다. 

 

단 한 순간이라도 

내가 사랑스러울수있다면

나는 숨을 쉴수 있을것같다

 

나는 나를 위해서 그 무엇도 하지 못한지 너무 오래되고 굳어진 기분이다

 

엄마와 아빠와 언니가 어서 죽었으면 좋겠다

고양이들이 언제 죽을지 불안하다

 

안무섭게 죽고 싶다

인생이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너무 외로웠던 것 같다.

 

죽는 순간에 너무 많이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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