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긴잠과 꿈

misfortune4 2022. 8. 28. 18:21

이창동의 가상의 영화가 개봉을 했고

나는 사람들과 그 영화를 보고

마치 매그놀리아같은 영화였는데

결말을 보고 이건 가짜다 라고 말했는데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이 영화의 초반은 정말 좋았다-매그놀리아보다도 훨씬 괜찮았다. 

 

그런데 너무 많은 등장인물과 그들의 이야기들이 얼키고 설키는 것 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촘촘한 구성과 이야기의 짜임새는  꽤 매력이 있었는데

 

결말로 흐르다보니 이 것이

어떤 '감동'의 지점으로 흐르기 시작하고

그 촘촘히 짜던 것의 목적을 잃어버린 듯

갑작스럽게 화해와 용서와 눈물이 남발되었다.

 

세상에서 '해결'되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왜 감독은 자신의 작품에서 무언가를 결론지으려할까

그 과정의 치열함을 보여주는 것에 

우리의 사고를 열어주는 것에

의미를 두지 못하는 것일까

왜 스스로의 의미를 결정하고 

그 성급하고 무식하고 폭력적인 방식을

미화하는 것이

뭐라도 되는 양 하는 걸까

 

나는 아무도 듣지 않는 강의를 열었다.

 

이 영화가 범하고 있는 오류에 대해 나는 골방에 들어가

아무 신문지에다가 글을 써대며

강의를 준비하였고

 

아무도 듣지 않는 강의를 홀로 열었다.

강의가 끝났을 때

아무도 내 얘기를 듣고 있지 않았다

 

나는 밖을 나가 하늘을 보고 길거리의 새들과 닭들과 오리들과 고양이와 염소들과 어울려 놀았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길고양이 한마리가

카메라에 코를 들이밀더니 나에게 부비부비를 했다.

 

그들은 나를 알아주는 것만 같아 행복했다.

 

누군가에게 나를 증명하려 애썼지만

남는 건 자연의 섭리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증명하려 애쓴 후에 나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유일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영화시사회 후 술집에 갔고

 

나는 홀로 그 자연속에 남아 있었다.

 

교실은 텅 비어있었고

 

나는 내 강의 원고를 가방에 꾸깃 접어 넣고 길을 나섰다.

 

다음날 학교를 나왔지만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았다.

 

내 가방엔 와인보틀과 에스프레소가 든 보온병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쓴 원고가 있었다.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았지만

나는 나만의 세계가 좋았다.

 

 

이 꿈을 위해 12시간 플러스 낮 6시간을 더 잤다. 

 

꿈에서 깨어 이토록 행복한 적이 근래 또 있었을까

 

고양이들이 나를 깨우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었지만

나는 그저 실실 웃었다.

 

나를 증명하고 싶었던 길고 긴 시간

 

꿈에서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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