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사랑하지 못하는 여자

misfortune4 2022. 9. 11. 03:46

부부상담을 주로하는 여자의 유튜브를 보다가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

사랑받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컨텐츠를 보았다. 

여자는 퍼주기만 하다가 남자가 질려서 도망가면 나쁜놈이라고 욕을 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여자가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성숙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것을 절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일방적이고 증폭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감정과 행복에 취한 상태일 뿐이라는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것을 몰랐던 것 같진 않지만

그렇게 행동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나와 사적으로나, 감정으로나 얽히지 않은 사람들에게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어찌보면 참 쉽다.

그들이 나를 사랑할리가 만무하니까.

 

그런데 어떤 감정으로, 사적으로 얽히게되면

나는 자꾸 일방적인 쪽으로 흐른다.

그리고 나의 안좋은 면이라기보다 본성적인 면을 다 드러내고

이런 나를 받아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외친다.

 

어릴적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받아본 경험이 없거나 부족할 때 나타날 수 있는 것이겠지

하지만 본성이나 성질이 좀더 취약하고 충동적이게 태어났을수도 있다

우리 부모의 dna처럼. 마구 해대던 엄마처럼. 그녀만을 보고 경험한 나의 어린시절처럼.

 

그럼 성인이 되서도

어릴적처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달라고 떼쓰는 것을 탈피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성숙한,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없는 것일까

 

나는 많이 나아졌다한들

여전히 감정적인 충동조절에

물질적인 충동조절에 취약하다

 

평생에 걸쳐 나는 이것의 완만한 하락을 위해 애쓰다 늙어지쳐죽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나는 이것의 문제를 뒤늦게 인식했다

나는 사랑받지 못했고 폭행에 시달렸기 때문에

그래도 된다는 스스로의 면죄부가 있었다

해소가 되질 않았다 무엇을 해도 눈물뿐이었고 늘 같은 자리에 돌아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싱글인, 결혼가능성이 있는, 들러붙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남자들을 차단하며 살아왔다

 

사랑에 대한 고백은 교회에서가 전부였다.

그때 나는 진지했고, 남자에 관심조차 없었다.

나는 가치관과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내 인생을 신으로부터 구원받고 싶었다

 

하지만 그 껍질을 깨고 나니

나에게 들러붙는 것은 짝이 있는 사람들 뿐이었다

 

그때 나는 남자의 성적다양성본능따윈 몰랐다 알리가 없지 경험도 없으니.

 

그래서 나와 몰래 만나는 것이 그 사람의 본심이고 사랑이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저렇게 멋진 여자친구와 부인이 있는데

나한테 껄떡대다디

나는 대단히 괜찮은가보다라고 생각하고 이것에 재미가 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천박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제 나는 그들의 다양한 성적 경험의 욕구에 부응한

길가다 우연히 만난 어떤 궁핍한 여자 정도였다는 걸 안다

안다고 하지만 마음 한쪽으로 십여프로정도는 아닐꺼야 라는 마음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것에 목숨을 걸었던 사람이었기에 아직 이런 오류로 나를 위안한다

 

 

나는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나를 다 드러내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내가 태어나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었던 경험을 단 한번도 하지 못한 채

마흔 다섯살이 되었고

 

더 늙어가면서는 이제 추해질일만 남은 것 같은데

 

나를 괴롭히고 무시하고 방관하고 폭행하고 철저히 외면한 부모는

 

이제 와서 나약해진채 나에게 관심과 사랑을 구걸한다

이것은 디지털시대의 폐해인가

그들은 기기의 작동을 위해 나를 필요로 하기 시작했기도 했으니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하는 걸까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는데

나는 나만의 착각속에서

그들의 성적판타지를 채워주는 일을 사랑이라고 여기며

십여년을 살았는데

 

 

이제는 식이장애와 알콜중독과 물질사용장애와 오랜 우울증약과 불면증과

최저시급에 책임감만 막중한 팀장자리와

출퇴근 4시간 거리의 작은 월세방과

고양이 4마리만이 남았을 뿐인데

 

갔다오면 머리만 지끈대는 부모의 집과

돌봄을 원하는 언니만 남아 나를 기다리는데

 

어쩌면 그들은 나없이도 행복한데

디지털 기기만 사라진다면

 

나는 이제 나의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고

아니 그 따위는 돌보지 않고

그저 금전적인 거나 신경쓰고

입에 풀칠이나 하면 다행일 인생인데

 

 

 

폐경이 아직 오지 않고

Pms에 여전히 시달려야하고

아무남자하고나 자고싶은 욕망과

그냥 돼지가 되서 

남자는 꿈도 꿀수 없는 ㄴ몸이 되거나

정신ㄴ병원에 입원하거나 하면

 

나는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나를 다 퍼주고싶은 욕망이

 

없어질까

 

성숙하게 사랑하려면

사랑하지 않는 관계에서만 그것인척 할 수 있다는 것이

 

서글프다

 

나는 사회생활은 너무 잘 한다

나는 사회에서 너무 멀쩡하다

그들을 뼛속까지 경멸할 때

나는 가장 정상적이다

 

언제까지 이 모순속에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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