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완전히 망가지진 않았지만 거의 망가진

misfortune4 2022. 9. 19. 22:23

,식욕 조절이 안된다.

 

위가 너무 늘어나고

먹었다 안먹었다를 반복하고

식이장애와 와인중독이 오래된 탓이다

 

어렸을 땐 뚱뚱했다

언니가 아주 어려서부터 날씬해지는 것에 관심이 지대해서

나에게 자기 밥을 다 먹였다

밥을 안먹으면 엄마한테 혼나니까

나에게 먹이고는

내 성적표를 안일르겠다는 조건으로

나는 공부도 못하고 뚱뚱했다

 

혼자 서울에 와

외대를 다니다 반수를 하면서

노량진 첫자와 막차를 타며 돈도 없고 너무 힘들어

살이 저절로 빠졌다

 

대학가서는 또 살이 쪘다

 

부모가 나를 학대하는것도 모자라 돈도 안주어서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굶다 보니

다시 살이 빠졌다

 

예수님을 만나고 행복해서다시 살이 쪘다

 

교회를 다니다

인간들이 역겨워서

다시 살이 빠졌다

 

내 인생은 계속 들쑥날쑥이었다

 

한동안 살이 빠지고 마르다

 

요즘 다시 몸이 부어오르고 있다 술때문이다

 

이젠 술만 먹어도 살이 찌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

 

안주 한입도 안먹고 깡소주를 마셔대는 아줌마들이

왜 안 말랐는지 이제 안다

 

 

매일 마셔대는 와인과 맥주만 끊어도

나의 재정상태와 건강상태와 정신상태는 많이 나아질 것이란 걸

나는 안다

경험도 해 보았다

30대 아니 40대 초반까지만해도

나는 내 의지로 조절이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은 안된다고 인정한다

 

먹어도 기분이 좋거나 취하질 않으니까

한도를 초과한다

 

이것이 다시 문제가 된다

어릴 땐 좋은 와인을 한모금 먹는것이 싸구려 와인 수십병을 먹는것보다 낫다고 여겼기 때문에 

빚을 졌다면

 

이젠 싸구려 와인 수십병을 위해 나를 탕진한다

 

그냥 나같은 건

 

어떤 좋은 경험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어떤 꿈도 꾸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밑빠진 독이다

 

애착관계라는 것이 인격형성이라는 것이

인위적으로 조작된 삶을 산 듯 하다

 

무엇에도 너무 깊이 빠져들고 나를 밀어넣고

싸이코살인마의 심리가 이해되고

나는 그 누구도 죽일 수 있을 듯 하고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듬직하고 연약하고 

관대하고 섬세하고

강하고 부드러운

 

오빠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외로워서

소개팅도 하고

어플로 번개도 해봤다

다 거지 같았다

 

오빠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늘 느낄 뿐이다

거의 한계에 도달한 느낌이다

그 사람은 거의 나같은 건 기억도 안하고 환멸에 가까운 감정만 남았을텐데

 

나는 아직도 그의 사진을 들여다보곤 낯선 감정에 사로잡힌다

이젠

이사람은 누구지 내가 사랑했던 사람인가

이사람은 왜 웃고 있지 나를 보며 웃었던가

어렴풋하고 멀고 아득하고 낯설고 

나를 저주하며 일상에 찌들어있을지 모르는 그사람에게 어떤 허울을 씌우기도 뭐하지만

 

나는 

나의 부모같고

나의 아이같고

나의 연인같고

나으 친구같았던

 

거의 1인 4역에 가까운 인격을 가졌던 

그 입체적인 사람을

대체할 그 무엇도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내가 병신짓을 하고

그로부터 이별을 당하고도

미져리같이 달라붙는 싸이코짓을 하면서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멀리 갔고

우리의 시절은 이제 없고

 

나는 그를 대체할 무엇도 찾지 못할 것이란 것을

 

고양이는

그나마 사람이 아니어서

 

나를 위안한다는 것을

 

내 인생에 유일하게 사랑했던 사람은

 

나만큼 늙었을 것이고

 

어딘가에서 현실에 충실할 것이고

 

많이 변했을 것이고

 

그의 배우자는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 사람은 아니고, 그저 착하고 우직한 사람이니까

 

그도 그렇게 살아가겠지

 

착하고 우직하게

현실과 딱 붙어서

 

꿈같은 건

 

멀리 

 

돈에 대해 고민하는

 

나같은 거지도 아니면서

 

많은 사람들이 돈 때문에 모든걸 걸고

 

나같이 외롭지도 않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더 들러붙고 껴안고 누린다

 

 

그냥 나는 패배자이고

병신이다

 

나는 정말 이지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안락사를 하고 싶다 

삶이 고통스러웠던 사람들에게

편안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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