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강아지

misfortune4 2022. 10. 1. 18:35

9월 내내, 한 파양보호소 강아지를 생각했다.
나는 조건이 터무니없다. 원룸에 4마리 고양이. 거기에 파양된 채 보호소에 젤 길게남은 암컷 진돗개라니.
모두가 말렸고, 내가 요청한다한들, 구조단체가 나에게 맡길리도 없었다.
그런데 많이 힘들었다.
너무 마음이 쓰였던 뭉실이.
지금은 임보를 갔다. 다행이다.
그런데 뭉실이가 80여마리 강아지중 가장 마지막에 남을때까지
나는 뭉실이를 매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보았다.
그 아이만이 보였는데,
그 아이만이 남았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의 무력하고 한심한 삶의 상태가
미웠다. 
 
보고싶은 뭉시리...임보기간동안 행복하고
너의 미소처럼 좋은 주인 만나길 바랄께
 
 
 
<코코, 하고 불렀습니다>
- 최현우(시인) 
 
 
가장 쉬운 이름을 골라주었지
다른 이름을 가졌던 네가
같은 상처를 생각할까 봐 
 
마음에 드니?
내가 너와 살아도 되겠니? 
 
지하주차장 버려진 박스 속에서 나를 따라온
나의 강아지 
 
코코, 저기 봐
코코 오락실 코코 헤어 코코 슈퍼 코코 살롱
세상에는 코코가 참 많아 
 
짧고 단순하고 반복되는 발음처럼
내 마음이 네게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코코,
너는 물고 질질 끌어당기며
가장 밝은 산책을 부탁했지
어둡게 누워 있던 내게
좋아하는 전봇대와 그 밑에 핀 풀꽃
놀이터 모랫바닥에 숨겨진 반짝이는 병뚜껑들과
천변의 붕어들을 보여주었지 
 
여기, 아직 많아
이렇게 감취진 일들이 
 
내가 찾은 재밌는 골목을 줄게
너의 두 발, 이렇게 뛸 때마다
즐거운 냄새로 충만해지는 날들을 
 
도무지 버릴 줄을 모르는 너를
다시는 혼자 두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이름을 붙여주었지 
 
늘 궁금해
너는 나를 뭐라고 부르는지
네가 골라준 나의 진짜 이름은 
 
코코,
부르면
견딜 수 있는 다정함으로 
 
세상보다 따뜻한 걸
한입 가득 물고서 
 
심장을 포개어주려고 달려오는
작고 기쁜 영혼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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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혼자 두지 말랬잖아
- 최현우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우리의 이틀이 개에게는 두 달이 될지 이년이 될지 모르잖아.
그렇게 혼자서 불꺼진 집이 무너질 것처럼 두려워서 계속 울고만 있었잖아.
지나가는 발소리만 들어도 철문을 긁다가 발톱에 피가 맺힌, 그 절뚝거리는 반가움을, 안아줄 수 없는 공포를,
그렇게 만들지 말랬잖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물그릇 속 떠다니는 날벌레, 한 알씩 물고 와서 현관 앞에 쌓아놓은 사료를, 식구들의 잠옷과 이불과 속옷을 둘둘 말아놓은, 늦으면 늦는다고 말하랬잖아, 더 이상 누구도 혼자두지 말랬잖아,
왜 내 잘못이야, 각자 흩어지기 바쁜 우리는 서로 매일 죽고 싶은 사람들이잖아, 죽이고 싶어서 차라리 죽고 싶은 사람이잖아 
 
처음으로
코코가 나를 세게 물었다 
 
손가락이 찢어지고
며칠 동안 침대에서 혼자 잤다 
 
어느 날 바닥에 앉아 양말을 신으며
다녀올게, 하니까
코코가 다가와 손을 핥았다 
 
열심히
아주 열심히 
 
그 후로
붕대를 감듯
나쁜 생각을 할 때마다
손으로
손을 붙잡는 모양을 했다 
 
- 나 개있음에 감사하오(아침달, 2019)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