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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에게

오빠 문자도 안되고 메일도 안되고 전화도 안되니 안되는것 투성이다보니 이제 그냥 혼자서라도 기록을 남겨보려고 해 오빠 오늘은 오빠가 넘 보고 싶어서 엘레베이터 닫히자마자 오빠랑 대화했어 사실 나는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바보야 오빠 잘 지내? 추석엔 뭐하고 지내? 조상님은 비대면이래 꼭 건강해야돼 돈은 못벌어도 돼 내가 오빠 먹여 살려줄꺼니까 사랑해 아직도 사랑해서 정말 미안해

카테고리 없음 2020.09.28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기 위해 술을 개발하였다. 취해있을땐, 사랑을 하지 않아도 견딜만 하니까 사랑할 자신이 없어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예전의 실패하고 아팠던 사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술을 마시기도 하다가 이제 술이 나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술은 사랑만큼 위험하지는 않다. 그저 하룻밤을 보내게 해줄 뿐이다. 하지만 사랑은 전 인생을 걸고 설치다 삶이 망가지기도 하는 것... 술때문에 사랑이 망가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아직 사랑할수있다고 믿는다. 아주 적고 옅은 느낌만 남아있으면서도,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그것을. 나는 다시 할 수 있을것도 같다 그저 그렇게 작고 흐리게 시작할수도 있을 것이다 확신은 사랑이 아니니까 그건 그냥 자본주의라는 결혼제도를 붙잡는..

카테고리 없음 2020.09.28

확률0.1프로

모든것이 확률게임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화안받을확률 100프로인 사람과 10초안에 전화받을확률 90프로인 사람의 차이는 무얼까 술한잔을 더 먹어도 될것같은 30프로정도의 마음이 더 먹으면 꽐라된다는 70프로의 생각을 이기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확률은 객관적인데 내 마음은 그걸 따르지만은 않는 이유는 또 어떻게 설명할까 0.1프로의 확률에도 매일 무언가를 걸기도 하고, 99프로의 확률에도 하지 않는 것이 있기도 하다. 야구도, 골프도 모두 확률이다 김하성은 백프로의 도루성공률을 자랑하지만 타율은 3할이 안된다 타율은 4할만 되도 천재소리를 듣는다 투수의 다음공을 예측하고 노리지만 방망이는 헛나가기 일쑤다. 다음 공이 있으니까. 또 다음 확률이 있으니까 그 다음이 되면 그 확률이 조금은 더 높아지는걸까? 그..

그녀 이야기 2020.09.25

달과 시인

달과 시인 이시형 이것은 달이 아니다. 달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니다. 흰 종이 위에 인화된 엇비슷한 얼룩들 속에서 보인 달은, 달을 찾는 당신의 마음이다. 잠깐의 바라봄으로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는 환기, 이 작은 주의 깊음이 당신의 은유고 상징이며 내밀히 자리한 당신 안의 시다. 초승달과 그믐달 사이로 차고 기우는 모든 과장이 달이듯 시집을 읽을 때 시만 보이는게 아니다. 시인의 시간을 본다. 시로 차고 기우는 한 사람의 궤적을 본다. 시인이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으며 자신을 어떻게 규정했는지, 어떤 모양새로 얼마만큼 기울어 세상과 공존했는가를 본다. 시는 한 사람이 무엇을 뿌리고 무엇을 먹으며 무엇을 걷어들여 시인이 됐는지를, 지나간 때와 지금의 모습을 보여 준다. 시에는 얼굴들 사이로 ..

그녀 이야기 2020.09.23

나도모르게

오랫만에 점심에 순댓국을 먹었다. 너무 맛있는 커피도 마셨다. 행복했다. 예쁜 선생님, 맛있는 음식... 나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해 준다고 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제주도에 산다고 했다. 기분이 더 이상했다. 사람을 만나는 건 두려운 일이다. 나의 신용상태는 엉망이고, 몸상태도 그렇고, 나는 누군가와 삶을 나눌만한 여유가 없다. 그런데 거절하지 못했다. 너무많이외로웠던 것 같다

그녀 이야기 2020.09.21

별거 아니란듯이 말해줄때 받는 위로

나에게 미칠것처럼 버겁고 힘든일이 죽을것처럼 숨막히는 일이 아득하고 무겁고 피하고만 싶은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힘든 일이 아닐수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누군가 너무 힘든 일이 나에게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일 수 있다 그래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알게 모르게 그래서 사람들에게 힘든 이야기를 하고 별거 아니란 듯 말하는 누군가의 가벼운 말 한마디가 나에게 이상하게 위로와 용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힘든 일은, 모두에게 힘들기도 하다. 너만 힘드니? 나도 힘들어. 같은 문제로 힘이 들때 그 둘의 관계는 점점 힘들어진다. 우리가 서로 다른 일로 힘들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녀 이야기 2020.09.14

거짓말의 거짓말

채널에이 따위의 방송사에서 시작한 드라마더라. 근데 이유리가 나와서 그냥 보게 되었다. 새로 이사한 김포의 오피스텔에는 티비가 있어서 정말 오랫만에 티비를 보았다. 근데 이 드라마가 너무 슬픈거다. 폭력남편을 죽인 누명을 쓰고 10년의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여자는 아이를 낳았고, 아이를 뺏겼다. 출소 후 입양되어 잘 살고 있는 아이를 찾아다니는 여정에서, 이유리의 삶 그녀의 표정 마음의 추측.. 등에 매료되어 그만 엉엉 울고야 말았다. 고양이들을 안고 울었는데 첫째둘째 단비먼로를 제외하고는 나를 받아주었다. 단비는 세상에서 내가 우는걸 젤 싫어한다. 왜 그럴까 우울하고 싫겠지 내가 생리주기때마다 울고 힘들어하는걸 봐왔고 한달에 한번씩 무너지는 나를 봐왔으니까 젤 오래동안. 오빠와의 좋은 시절을 떠올렸다...

그녀 이야기 2020.09.12

금요일 새벽에 있었던 일

오늘새벽엔 정말이지 끝장나게 귀여운 단비의 모습을 보았다. 단비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장난감-예를들면 깃털-을 졸린가운데 흔들흔들하고 있었는데, 싱크대위에 반쯤 걸터 앉아서 그걸 손으로 휘젓휘젓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뒤로 쿵 하고 나자빠졌는데 뒤에 있던 자신의 식기에 등을 쿵 받히고 벌떡 일어나 그루밍을 하는 장면이었다. 웃음이 터질만한 장면이었지만 밤새 단밤이에게 시달린 관계로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 웃지도 못했다가 사무실에 와 앉아 멍하니 있으니 그생각이 나 갑자기 웃음이 지어졌다. 평일밤과 새벽은 아이들이 나와 있는 유일한 시간인데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쉬거나 잠을 자니, 아이들로서는 안달이 날만도 한데,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집에와서 저녁밥주고 낚시놀이 하고 간식먹고 그리고 일어나서 새벽엔 꼭 놀아..

그녀 이야기 2020.08.28

소설-스타일스저택의괴사건을 읽다가

소설에서 표현하는 것, 묘사하는 것, 설명하는 것 등에는 작가의 평가가 들어가있다. 너그럽다거나, 기질이 섬세하다거나, 우스꽝스러워보인다거나, 태도가 독립적이지 않다거나, 베짱이 없어보인다거나 하는. 그런데 그걸 화면으로 본다고 생각한다면, 정말이지 배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배우의 외모와 연기력으로 그 모든 표현과 평가를 담아야 하고, 그 누구도 눈치챌수 없을 수도 있다. 영화의 리뷰어나 평론가들이 그걸 다시 단어로 표현해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무엇도 단어로서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그 순간의 사건에 묻혀 지나가는 것이거나, 단 한번도 반추하기 어려운 의미없는 이미지로 지나가거나, 좀더 예민한 사람에게는 인물에 대한 누적되는 이미지로서 작용을 한다거나 할 것이다. 문학으로 작품을 대해온 사람들은 ..

영화 2020.08.23

형벌같은 연휴

엄마에게 과감하게 고성의 해수욕장에 해수욕하러 가자고 했다가 까였다. 일욜에 회사에 나갔다가 훔쳐온 김곡의 관종의 시대를 읽었다 곡사라는 쌍둥이 집단 영화를 아주 예전에 영상자료원에서 처음 보고 놀라 기절하기도 하고 그 이후로 만든 상업공포영화들도 즐겁게 보곤 했다 나랑 동갑내기 남자애 둘 김곡 김선 쌍둥이 형제 하지만 머리속은 완전히 다른 책의 내용은 우리 모두 이시대를 산다는 것만으로도 관종이다. 관심이 바로 존재이고 돈이다. 무관심이 바로 불안이다. 존재하지 못해 불안한게 아니라 관심받지 못해 불안하다. 이 책은 내 삶의 키워드 바로 타자라는 거울을 삭제한 시대의 인종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타자에 대해 저항하는 주체를 상실한 시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폭력성, 우울증에 대해 다루..

그녀 이야기 2020.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