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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지하철에서 싸움을 말렸다.

그러니까 언제나 대중들이 불편했던 나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싸움의 주체였다. 공공장소에서 언제나 나는 프로불편러였다. 그런데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내 바로 옆과 내 바로 뒤에 있던 두 여자가 싸움이 났다. 내 옆 여자는 내가 탔을때부터 킥킥대며 개그프로를 보고 있다가 남자친구인듯한 사람과 겁나 크게 통화를 했다. 나역시 거슬렸지만 딱히 뭐라 할수도 없었고, 내 앞 임산부석엔 왠 철면피 돼지년이 떡하니 비켜달라며 앉았다. 여러가지로 여자들이 참 더 민폐야 이러고 있던 차에 갑자기 내 옆에 여자가 전화를 끊자마자 내 뒤에 여자에게 "발좀 그만 밟고 떼주시겠어요?" 라며 화를 냈다. 그 여자는 "니가 먼저 밟으셨거든요?"했다. 순간 상황이 심각함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여자는 키도 비슷하고 머리카락 길..

그녀 이야기 2020.11.17

새소년과 천희란 <영의기원>

그룹 새소년의 '황소윤'은 그냥 미쳤다. 미치도록 섹시하다. 우리는 모두 한편으로 동성애자다. youtu.be/SPGuXMzKpvQ 천희란 소설집 을 읽었다. 이 소설집 처음에 등장하는 은 천희란 작가를 알린 작품이기도 한데, 정말 놀랄만큼 슬픈 소설이었다. 그리고 그 묘사들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바닥의 어둠에서 사람들이 꿈틀대고 죽어나가는데, 인간의 눈망울에 모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 감성없이 무미건조한 자살클럽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마치 그렇게 죽어버리지 말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작품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죽어버린 사람들과 살아있는 사람들의 시간순서가 얽혀있고, 상상에 의한 대사가 중간에 툭툭 나와서, 나의 단선적인 이해력으로는 다 알아듣기 힘들기도 했..

그녀 이야기 2020.11.08

뒤라스 <물질적 삶> 중 '술'

술을 마시기 시작한 뒤 금방 알코올 중독이 되었다. 곧 알코올 중독자처럼 마시기 시작했고, 모두 내 뒤로 처졌다. 처음에는 저녁에 마셨고, 이어 낮에 마셨고, 이어 오전에 마셨고, 이어 밤에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룻밤에 한번 마셨고, 이어 두시간에 한번 마셨다. 약물에 중독된 적은 없었다. 술은 그것을 빛나게 해주고, 그것과 분리되지 않는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만이다. 일반적으로 섹스중독자들은 알콜중독자가 아니다. 알콜중독자들은 아무리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지적인 사람들이다. 이제 부르주아들보다 훨씬 더 지적인 계급이 된 프롤레타리아들이 술을 더 많이 즐긴다. 전 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인간이 하는 모든 일 중에서 육체노동은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따라서 술을 많이 마시게 한다. 사상의 역..

카테고리 없음 2020.11.05

단비

아침에 사냥놀이를 하는데 단비가 너무 귀여워서 혼났다. 목선부터 흰 목도리를 두른 듯 멋진 고등어 코트와 흰털의 조화. 떡 벌어진 가슴과 귀여운 몸짓 누구보다 유연한 몸. 작은 손과 발. 통통한 아랫배. 그 어떤 고양이보다 길고 큰 몸과 긴 꼬리는 균형이 참으로 절묘하다. 귀아래가 휑한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귀아래 털까지 모두 꽉찬 이 아이는 꼭 고양이 머리띠를 한것같다. 우아함과 귀여움과 똑똑함과 허당미와 통통함과 늘씬함을 고루갖춘 우리 단비는 그야말로 완벽한 고양이다 주인이 게을러서 많이 놀아주고 훈련하지 못해서 미안할 따름이다 나보다 더 훌륭한 주인을 만났으면 정말이지 훨씬 더 에너제틱한 삶을 살았을 아이다.

고양이일지 2020.11.03

평일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쉬고 있다

이제 주말에 일같은거 하지 않는다. 야근도 일주일에 하루이상은 하지 않는다. 출퇴근시간에 최대한 초집중해서 일하니까 야근이 필요없다. 물론 업무강도가 세져서 피곤하긴 하다. 그래서 많이 먹는다 살이 많이 쪄서 옷이 맞는게 없다 슬프다. 주말엔 밀린 드라마들을 본다. 거짓말의 거짓말이 끝나서 너무 슬프다. 이유리가 죽는 결말이어서 더 여운에 남는다. 날아라 개천용이 재밌다. 요즘은 그냥 힘뺀 드라마가 좋다. 나 연기한다 지금 나 드라마다 지금 집중해~~~ 이런거 말고. 권상우와 배성우의 콤비도 재밌다. 토요일엔 이마트가서 애들 캔이랑 장난감도 사고 구두수선도 하고 로또도 2게임 2천원어치 하구 헌혈센터가 보이길래 헌혈도 했다. 김포신도시 구래동은 참 좋다. 없는게 없다. 젊은 놈들이 너무 담배꽁초와 침을 ..

그녀 이야기 2020.11.01

고양이들과 동거중이지만

고양이들과 토요일 일요일 완전히 합일체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고양이들을 볼때마다 나와 다른 개체임을 인식한다. 그들을 쓰다듬고 있는 나의 손과 털의 감촉조차도 다른 차원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고양이는 내가 아니다. 고양이는 타자이고, 그들이 누워있는 침대는 나의 침대가 (더이상) 아니다. 고양이와 인스타그램. 나는 때론 우리집이 인스타그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danbi_monroe 놀러오세요 여기가 우리의 집입니다 내가 보는 인스타그램이 내가 보는 우리집이기도 하다. 이젠 내 현실이 그저 그런 스마트폰속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느낌도 갖는다. 그 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연출하며 골똘히 만들어내며 지낸다. 정말 나는 그 안에서 무슨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고양이들은 내가 만든 세계 속에서 또 어떤 삶을 살..

그녀 이야기 2020.10.19

장판에서 푸코읽기 vs 이별의 푸가

내가 빌린 두권의 책 우리가 보기에 신체적으로 손상을 입은 사람을 장애인으로 만드는 것은 사회다. 장애는 우리가 가진 손상 위에 부과되는 어떤 것으로, 그것은 우리가 아무런 필연적인 이유없이 사회에 대한 완전한 참여로부터 고립되고 배제됩으로써 초래된 것이다. 이렇게 장애인은 사회 안에서 억압받는 집단이 된다. "손상은 손상일뿐 그것 자체가 장애는 아니다" 18세기까지 의학은 '정상'의 문제보다 '건강'의 문제에 더 많은 초점을 두었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이 병에 걸려 신체의 균형을 잃을 경우 다시 회복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 18세기까지 의학은, 신체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원기왕성하고 유연하며 병에 대응하는 자기 조정기능이 원할이 작동하는 가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19세..

그녀 이야기 2020.10.17

마음챙김의 시를 읽다가

류시화의 새로운 번역시집 '마음챙김의 시'를 보다가 사람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 아는 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맞아 이게 내 마음이야라고 알아차리는 것은 내 마음이 오갈데없어 어디에라도 구겨넣고 싶은 건 아닐까 생각했다 한 자아가 쓴 글을 다른 자아를 가진 타인이 읽는다는 건 불편한 일이다 내 낙서장을 누군가 보고 ??? 하는게 정상이다 그러니 뭔가 장치가 필요하다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볼수있는 장치말이다. 그래서 아무페이지나 열고 문구들을 끄집어내 뒤죽박죽 읽고 메모하거나 목차만 읽거나 베고 자거나 맥락을 무시한 글귀 하나에 꽂혀 그것만 주구장창 매만지며 울거나 그냥 사진을 찍어 활자를 구경하거나 주어를 지워 내 이름 혹은 그의 이름을 가져다붙여가며 감성에 젖거나 해본다 작가의 세계에서 확신에 찬것처럼..

그녀 이야기 2020.10.16

나는 동물무늬옷을 좋아해요

결국은 나다운 것이 나를 버티게 한다. 엄마는 동물을 싫어하고 털옷 지브라 호피 등을 싫어하지만 나는 그것만이 나를 살려준다. 나는 동물 무늬 옷을 입었을 때 부쩍 힘이 난다. 내가 나약하기 때문일수도... 엄마가 좋아하는 나는 절대 존재할 수 없다. 어려서부터 그건 운명이었다. 다 커서 엄마 의지하면서 살려고 엄마를 맞춰?? 돈때문에?? 안될말이지 돈없어도 나답게 살 방법을 찾기 그게 가능은 할까

그녀 이야기 2020.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