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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상한 약과 고양이들

그 약 두개를 추가했을 때와 아닐 때의 차이가 너무 크다. 월요일까지 그 약 두개를 빼고 먹기로 결심해놓고는, 토요일에 엄마아빠를 더 정확히 말하면 아빠를 상대할 자신이 없어 집에서 자겠다고 하고 그 약을 먹은 게 화근이 되었다. 정신을 도무지 차릴수가 없고, 무얼 막 찾아먹고는 자버리는데 일어날 수도 없다.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고 잠에 지배받는 기분이다. 심지어 매번 배달의 민족 어플을 깔고 짬뽕을 시키다 잠이 든다. 그것도 일어나서야 안 사실이지만. (늘 결제가 됐는지를 확인한다.) 의사선생님 저는 약에 너무 약하네요. 단비가 내가 토요일 내내 쓰러져있는 걸 보고는 토를 하였더니 일어나자 토를 두번이나 했다. 단비의 머리속은 내가 일어나 놀아주는 것에 몰두해있으니까. 아니면 정말 내가 죽어버린..

그녀 이야기 2021.01.31

K씨와 기타등등

남을 위로할 줄 모르는 사람은 진정으로 위로받아본적이 없는 사람일까? 아님 아무리 많은 사람들에 둘러쌓여있어도 공허한 사람일까? 늘 사람이 필요한 사람은 피곤하다.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의 불행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할지 스스로도 모르는, 자가당착에 빠진 채 으례히 하는말을 하고는 사라지는 기분에 대해 나는 어떻게 스스로 반응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그저 고맙다고 말한다. 하나도 와닿지 않는 관계들이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며 오늘도 각자 최선을 다하는게 우리 사회의 모습인 것 같다. 깊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열어보이고 깊은 대화를 하고 픈 사람이 몇 있지만 아무도 나와 그런것까지는 원하지 않으며 그만큼 나눈 시간과 추억도 없다. 피상적이거나 살갗을 조금 닿아도 ..

그녀 이야기 2021.01.19

고양이는 경쾌하고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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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이야기 2021.01.17

황동규 새시집 <오늘 하루만이라도>

1938년생 노인이 된 그는 끊임없이 시집을 내고 있다. 시에서 묘사되는 개인과 텍스트의 움직임이 이제 점차 기력을 쇠하고 느려지고 있다. 아직도 이렇게 내 마음의 상태를 느끼며 읽어내려갈 수 있는 시를 써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보청기 끼고 나서 나도 모르게 소리 안 나게 문을 여닫곤 한다. 누가 들을까 봐도 아닌데 그리운 문소리도 있는데. 귀 조금 밝히고 보니 이즘 사는 일이 조약돌 밑으로 꼬리 감추는 눈석임물 같다. 흐르긴 흐르는가? 흐르는 감각만 남았는가? 감각들이 연필심처럼 무뎌지고 있다. 창밖 어둠 속에 싸락눈 기척 분명한데. 눈과 귀는 창 앞에서 더듬댄다. 차라리 다 쓴 볼펜처럼 이만 끝!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정말 그럴까? 오디오에선 청각을 뿌리까지 잃은 베토벤이 소리의 어둠 속에서 소리..

그녀 이야기 2021.01.14

단약

고통스럽다. 어지럽고 울렁대고 숨이 막혀서 마스크를 쓰고 걷는게 너무 힘들다. 다시 병원을 예약했다. 고양이들은 남들에게 맡기고 죽으면 어떨까를 새해벽두부터 생각할정도로 어지러움이 가라앉지를 않는다. 누군가 나를 한번만 안아주면 좋겠다고 느낄만큼 길거리를 걷고 지하철을 타는게 고통스러웠다. 주말에 너무 힘들어 집에서 술만 마셨다. 더 악순환이었으나 달리 할일이 없었다. 울렁거려서 책도못읽고 영상도 못보고 음악듣고 술먹고 자는일만 해서 폐인이 된 기분이었다. 너무 울적해 죽고싶은 마음을 덜어보려 티비를 겨우 트니 오 삼광빌라가 하고 있었다. 황나로가 난생 처음 정규직이 되어 축하를 받는데, 이런 축하를 처음 받아본다고 하는 장면이 나왔다.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그는 집을 떠나기 전 순정에게 안긴다. 계속..

그녀 이야기 2021.01.11

43살 생일축하해

-류시화 중 내가원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은 함께 잠을 잘 사람 내 발을 따뜻하게 해주고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알게 해줄 사람 내가 읽어 주는 시와 짧은 글들을 들어 줄 사람 내 숨결을 냄새 맡고, 내게 얘기해 줄 사람 내가 원하는 것은 함께 잠을 잘 사람 나를 두 팔로 껴안고 이불을 잡아당겨 줄 사람 등을 문질러 주고 얼굴에 입맞춰 줄 사람 잘 자라는 인사와 잘 잤느냐는 인사를 나눌 사람 아침에 내 꿈에 대해 묻고 자신의 꿈에 대해 말해 줄 사람 내 이마를 만지고 내 다리를 휘감아 줄 사람 편안한 잠 끝에 나를 깨워 줄 사람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사람 -자디아 에쿤다요 (32세, 수혈 중 에이즈 감염) 동물 나는 모습을 바꾸어 동물들과 함께 살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들은 평온하고 스스로 만족할 줄..

그녀 이야기 2020.12.29

나에게 일어나는 변화들에 민감하자

아줌마(엄마)가 되면 자신을 판단하는 기준을 잃어버린다. 그것을 망치는 것은 자식과 티비이다. 그녀들은 그것을 통해 자신을 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을 보기를 포기하는 순간, 스스로를 향한 모든 잣대를 잃어버린다. 나 역시 고양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었다. 나 역시 그 엇비슷하게 가는건 아닐까 늘 의심한다. 나는 나를 믿지 않는다 그것만이 나의 살길이기도 하다-지금까지 나를 믿어서 된 일이 무엇이 있었나 싶다. 모든 것을 망쳤다. 망쳐가고 있는 것을 모를리 없었으나 나를 믿었다 바보같이. 어리석어 너는. 이라고 늘 어려서부터 엄마는 나를 때리며 말했다. 나는 어리석은 점이 분명히 있다. -------------------------------- 남은 돈으로 미리 사놓았던 싸구려 와인 두병을 쉬는..

그녀 이야기 2020.12.27

성탄절 아침

어젠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엔 일찍 퇴근해 케잌을 사고, 집에 와 야옹이들 놀아주고 밥을 주고 나도 밥을 먹고 아이들 안약, 귀청소, 마사지, 털빗기, 이빨닦기, 크리스마스 선물 털실케이프 채워서 사진찍고 놀기 등을 밤새 했다. 성탄절 새벽부터 잠이 깨었다. 단비가 물어서 깨운 탓이다. 사실 먼저 깨있기도 했다. 오빠를 만난 후로 오빠에게 처음으로 아무 메세지도 보낼 수 없었던 성탄절 새벽이다. 아직도 사랑하는지 이젠 잘 모르겠지만 따뜻했던 그 시절의 오빠는 기억이 난다 '오빠 동형이 오빠 메리크리스마스에여' 속삭여보다 눈물을 흘렸다. 단밤이가 베겟잎에 적셔진 눈물을 다가와 핥는다. 짠맛이 나는 가 보다. 내 뺨에 흐르는 눈물도 핥는다. 배가 고픈가 보다. 일어나 꺅꺅대는 아이들 사냥놀이를 실컷은 아니고 ..

그녀 이야기 2020.12.25

혼자서... 그 무엇보다 간절한 것

웃을 일은 고양이 밖에 없다. 허당 백치미 니니가 사냥놀이 하다 나자빠져 몸이 반으로 접힌 채 나뒹굴 떄 먹는게 급한 단비가 싱크대 오르다 걸쳐놓은 수건에 발이 미끄러져 도로 내려가 태연한 척 등을 그루밍할때 바닥에 대고 사냥감을 일직선으로 쓸어나갈 때만 미친듯이 돌진하는 먼로는 사냥감이 구석에 사라져도 혼자 끝에서 끝으로 우어어어어어 하며 달리기 일쑤다. 다리가 불편한 먼로의 엉거주춤뛰는 엉덩이를 보노라면 너무 귀엽고 안쓰럽다. 단비형아한테 대들어 혼낼 때 단밤이~! 하면 입을 가볍게 떨면서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뜨며 냐아아아 하고 대답하는 사고뭉치 막내 단밤이. 털을 빗어줄때 몸을 뒤집어까고는 내 팔에 꾹꾹이를 하며 골골송을 드럼통처럼 울려댄다. 김포에 이사와서 유독 심해진 게 있다면 집이 너무 좋다는..

그녀 이야기 2020.12.18

을씨년스러운 출근길

새벽 언제나 울리는 알람 5시보다도 나를 먼저 깨우는 고양이들. 알람이 울리기전 무슨 징조라도 느끼는 것일까. 오늘은 사실 새벽부터 몇번을 깼다. 비오는 소리와 바람소리가 양이들 답답할까 살짝 열어놓았던 창문틈새로 들리고 느껴졌다. 밤새 바람은 얼마나 세던지 그 몇미리 안되는 틈으로도 자는 내내 느껴질 정도였으니. 그래서 그런지 일어나서는 한동안 콧물이 나고 정신이 멍했다. 내가 잠든 것이긴 한가 꿈에서 엄마가 게임중독자로 나와 나에게 게임머니를 갖다 바치라고 한 것은 맞나. 그런데 나는 정작 통신비용이 연체되어 그게 안되고있었고, 엄마에게 갖은 거짓말을 둘러대고 있던 처지는 맞나. 야옹이들이 냥냥대며 침대위를 휘젖고 올라와 잠이 덜깬 나에게 다음 스케줄-낚시놀이를 한 후 밥먹는거-을 알린다. 나는 여느..

그녀 이야기 2020.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