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집을 파괴하고 싶다 "아기집으로 인해 가까운 이들 뿐 아니라 익명의 이들에게 죄를 짓고 있다" 두번의 낙태가 평생 짊어져야할 짐이 되리라곤, 그 당시 전혀 알지도 못했고 누구도 그러한 경험이 평생의 배란기를 괴롭힐거라는 인지를 전하지 않았다. 첫번째 남자는 산부인과 간호사의 전화기로 주민등록 .. 그녀 이야기 2014.02.28
제인에어만이 살아 있다. 갈수록 소설을 읽을 때면, 미덕이라고는 없이 느껴진다. 맥없이 똑똑하게 주절대는, 안경 안쪽의 지성. 주절대는 사람이야 안간힘이겠으나 안경 바깥쪽에서 그를 보는 일은 지루하고 괴팍하게 느껴진다. 그는 자신이 보는 풍경을 내면화시켜 분노하거나 좌절한다. 힘들때는, 무엇 때문에.. 그녀 이야기 2014.02.27
살아보지 않은 시간은 과거에 켜켜히 쌓여있다. 편안하다. 하루종일, 우울과 무기력함, 작은 분노들에 시달렸는데, 오빠와의 짧은 통화, 함께 지냈다면?에 대한 상상 등으로 이상하리만치 편안해졌다. 내가 알고, 겪고나서, 그 사람을 온 몸으로 안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사람과의 짧은 교감으로도, 죽을 것만 같이 버거운 삶이 이상하게 괜찮아.. 그녀 이야기 2014.02.07
새해에는, 해를 보며 살겠다. 두려움의 근원은 모두 다르다. 아빠는 언니의 이상행동이 두렵고, 엄마는 심장이 두근대는 것이 두렵고, 언니는, 나타나는 과거의 인물이미지들이 두렵고, 나는 함부로 행동하는 것을 스스로 알지 못하는 무지하고 폭력적인 불특정 다수들이 두렵다. 나는 내일 혼자 등산을 할꺼다. 어젠 .. 그녀 이야기 2014.01.31
2013년 메모들. 2013.1.30. 미셸 투르니에의 외면일기는 읽기가 힘든 책이었다. 그러면서 청년정신병에 걸린 아이들이 아무렇게나 살아온 아줌마/아저씨 증세와 비슷함을 느낄 때, 그러니까 고등학교 갓 졸업한 남자아이가 아저씨 흉내를 내고, 고등학교 갓 졸업한 여자아이가 밝히는 아줌마처럼 별볼일도.. 그녀 이야기 2013.12.25
오빠에 대한 생각 나는 오빠가 자연을 사랑하는 면에 끌렸다. 오빠는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산이 거기 있어서 기꺼이 가는 사람이었다. 나무를 보다 때론 돌처럼 서있는 사람이었다. 오빠는 때때로 자연에 경도되는 사람이었다. 그런 오빠의 모습을 보는 일이 좋았다. 내가 하늘에 경도되듯이 그는 자.. 그녀 이야기 2013.12.24
단순한 것이 무너질 때. 이번 달엔, 거의 헤메인 듯 하다. 이 시간을 책임질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이상하게 생긴, 색안경 낀 아줌마가 쓴 옛날 시인데 아주, 이보다 더 단순하고 평범할 수가 없다. 지금은 이 정도도 나를 표현하는 무엇이 된다고 느낀다. 정말 바닥에 있는 기분이다. 마음의 병이 물질적으로 나.. 그녀 이야기 2013.12.20
여자에게 남겨지는 것 길이 남을 영화.그 때문에 마음에 깊이 남은 미완된 영화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어쩔줄 몰라하는 일. 치부를 건들이게 하는 겨울. 성적 흥분에서 섹스로 이르는 과정은언제나 추운 겨울의 뼈아픈 시간들을 건들인다. 머리와 상관없이 여태껏 몸이 기억해오고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 너.. 그녀 이야기 2013.11.25
친구도 가족도 없이. 연고없는 사랑만으로 친구들이 있다는 건 신나는 일이다. 내 인생에서 언제부터 친구들이 사라진 것일까? 나는 왜 그들과 멀어진 것일까. 아니 그들로부터 떠나고 싶었던 것일까. 사람을 오래 만나지 못한다. 나를 늘 있을 사람처럼 대하는 게 견딜 수 없다. 나또한 그들이 발전없이 늘 그모습 그대로 옆에서 .. 그녀 이야기 2013.11.12
일요일 오후 오빠를 만나 더 외롭고 혼자일때보다 더 힘들때가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 서로의 부족함도 보듬어질꺼라 믿었었다. 지금은 실망스럽고 후회스러운 시간이다. 사랑하나만 믿고 온 지난 관계의 시간동안 어느 다른곳에 묻혀온 통한같은것이 존재감을 알리려한다. 누르고 또 눌러.. 그녀 이야기 2013.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