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동의 저녁 행복동을 옆에 둔 중앙동에서 페이우의 스커트를 입고 내 향수에 취해 걷는 나는 뜨내기처럼 느껴진다. 저녁의 풍경이 고요하지만 시궁창같은 하수구 냄새와 초저녁부터 벌겋게 취해 아무렇게나 담배를 물고 시끄러운 가래를 뱉는 아저씨/노인들을 수시로 마주치는 일은 동네의 풍경에 .. 그녀 이야기 2015.05.23
시에게 가까이 가고픈데. 내가 어떤 고민을 했고, 무엇을 알고 싶었고, 그래서 하나의 결론으로 무엇을 지향했는지. 일부의 기록만이 웹에 떠다니고, 이사시 절대로 버리지 못하는 것이라는-핀잔도 비아냥도 인정도 아닌 그 무엇-말을 듣고만 천장에 가까운 영화표와 글을 실었던 어떤 무가지(정도로도 기억되지 .. 그녀 이야기 2015.05.23
사랑의 감옥 / 오규원 뱃속의 아이야 너를 뱃속에 넣고 난장의 리어카에 붙어서서 엄마는 털옷을 고르고 있단다 털옷도 사랑만큼 다르단다 바깥 세상은 곧 겨울이란다 엄마는 털옷을 하나씩 골라 손으로 뺨으로 문질러보면서 그것 하나로 추운 세상 안으로 따뜻하게 세상 하나 감추려 한단다 뱃속의 아이야 .. 그녀 이야기 2015.04.18
나는 서른여덟이 되고말았네 악세사리를 배웠다. 죽을만큼 외로웠고, 고된 무기력함이 나를 괴롭혀왔기에, 숨통을 트기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생각보다 즐겁고, 나는 버틸 수 있었다. 37을 넘어 38이 되는 날까지 나는 죽지않고 버텼다... 집게와 비즈를 붙들고,과제와 포장을 붙들고, 티아이와 오빠의 웃음을 붙들고... 그녀 이야기 2015.02.07
시간을 건다 바울(주의자)의 명제-트리니티 시간이 걸린다, 기다리는 일에. 시간은 걸린다, 기대의 끝에. 시간을 건다, 기대없는 기다림에. -조효원 다음책. 중 그녀 이야기 2014.11.25
오빠에게 쓰는 후회없는 편지. 오빠. 오빠를 너무 많이 사랑해. 내 문제는 오빠를 너무 많이 사랑한다는 것이야. 하지만 난 후회하지 않아. 난 우리의 관계에 있어 아무것도 재보지 않아. 그럴 수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어. 오빠. 우린 결정적으로, 너무 닮아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 잔뜩 기스가 난 삶을 구원해준 사람에.. 그녀 이야기 2014.07.22
오빠의 본능적 사랑과 나의 미성숙한 사랑의 애씀 점점 강신주가 질려지던 때, 내가 오빠와의 관계의 심각성을 느꼈을때-이것이 진정 생의 마지막 사랑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강신주의 사랑학 강의를 들었던 때의 강의록을 조금이나마 기록해두었던 게 생각났다. http://blog.naver.com/femme34/10130753161 그 강의는 장콕토의 말로 시작한다. 장콕.. 그녀 이야기 2014.05.05
A-O 현혈을 가장 안하는 혈액형은 A형이고, 그 다음이 O형이다. A형은 사람들을 삶의 기반으로 삼으려고 한다. 그들은 근본적 휴머니스트다. 그들은 사람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살아간다. 그들에게 그런 지지기반의 '인간들'이 없다면 그들은 가장, 그 누구보다 가장, 절망하고 만다. 자신이 괜.. 그녀 이야기 2014.05.02
아무렇게나 누구라도 돌보지 않으면 이상한 글이 씌여지는 질나쁜 공간이 되곤하는 것이다. 내가 매우 속물이라고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그런 순간, 내가 혐오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괜찮게 느껴지는 느낌이 있다. 나는 속물을 원했나? 적어도 내가 쟤보단 낫다며, 쟤의 역겨운 점을 스무가지쯤 .. 그녀 이야기 2014.05.01
캠핑 1주일 후... 캠핑의 기억. 그와 생애 처음 해본 일들이 너무 많아, 벅차지만 나는 왜 만족하지 못했던 것일까. 사랑은 왜 이 불처럼 변화무쌍하고 안정되지 못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불이 꺼지는게 아쉬워하는 날 위해 솔방울을 주워다준 오빠. 낮고 작은 비박용 텐트지만 따뜻하게 날 재워.. 그녀 이야기 2014.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