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449

인간실격-결말은 보지 않아야했다

지독한 어두움의 시간을 통과한 다시 어느정도의 평지에 서서 서로를 볼 수 있게 된 이야기 아키라라는 호스트바에서 일했던, 강재가 알았던 친한 형 정우가 죽으면서 그 모든 일이 시작된다. 정우는, 백혈병 아이가 있었고, 병원비를 위해 호스트바에 나간다. 그리고 자살카페 회원이기도 하다. 거기서 부정을 만난다. 선후관계는 알 수 없으나, 아키라 실장인 종훈에게, 자신의 vip 정아란을 악플로 괴롭히는 부정을 작업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부정은 죽기 위해 정우 등과 저수지 답사도 가고, 유서도 쓰고, 돈도 모았다. 하지만 그녀는 죽지 못했고(삶을 버리지 못했고), 돈은 정우 아이의 치료를 위해 썼다. 아버지가 죽은 후 처음 가까운 이의 죽음을 맞게 된 강재는, 정우의 죽음에 끌리게 된다. 이렇게 잘생기고, 뭐..

그녀 이야기 2021.10.26

토요일,

백신 이후로 계속 몸이 안좋았고 약도 떨어져 빈정맥과 어지러움과 구토증상이 지속되고 하루하루 버틴다는 느낌으로 한주를 보내다보니, 고양이들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하지만 금요일이었던 어제 나는 조금 호전되는 스스로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얼마만일까. 약간의 식욕이 돌아왔다. 이날따라 나의 문제든, 누군가의 문제든, 상황의 문제든, 여튼 여러 문제와 실수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잘 해결했다는 나름 뿌듯한 일도 있었는데 그 뿌듯했다는 일이 결국 문제를 일으켰고 약간 나아진 나의 몸과 마음을 다시 망쳐버렸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이게 왜 내 일이고, 내가 이시간에 다그침을 받아야하냐고 따지지 못하고 또 죄송합니다 사과한 내가 더 견디기 어려웠다. 사과란 잘못한 사람이 하는게 아니다, 더 약한 사람이 하는 것이..

그녀 이야기 2021.10.23

음식과 마음

오빠는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나는 요즘 정말 입맛이 없어졌어. 맛있는 빵과 과자를 난 참 좋아했었지 늘 가방엔 그런게 있었고, 사무실 서랍에도 넣어두고 사브작 사브작 꺼내먹는걸 즐겼지 따뜻한 국물도 참 좋아했어 오빠와 늘 탕을 먹으러 가곤 했지 다크 초콜릿도 에스프레소도 좋아했지 요즘은? 그 어떤것도 먹고 싶지가 않아 특히 나를 위로하는 음식들은 더더군다나. 뭔가 살아있는 소리를 내면서 먹어야하는 것들. 사각 사각 과자씹는 소리를 내가 스스로 들으면서 살아있다는 이상한 느낌을 주는, 저작행위의 자위행위. 후루룩 후루룩 카... 하면서 속을 쓸어내리며, 살아가려고 하는, 그 긍정의 행위와 소리들. 뭔가 살아내려고 내는 소리들, 삶을 긍정하고 위로하려고 먹는 소리들, 인생을 꼭 뭐같이 살아도, 먹는 소리..

그녀 이야기 2021.10.20

백신 1차는 토요일에 맞았고, 다음날이 일요일이어서 쉴수있어서, 물론 그 날도 오한에 아팠지만, 그렇게 지나갔다. 이번 2차는, 주말에 맞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직장 근처 내과에 잔여백신이 떠서, 그냥 근무 도중 점심시간에 가서 맞았다. 그날은 괜찮았다. 다음날은 직원들 휴가를 주고, 내가 쉴수없는 상황이었다. 할일이 없었고, 자리를 지켜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괜찮았다. 오전까지는.. 정확히 오후부터 오한과 통증이 왔다. 타이레놀과 기타 등등 진통제, 커피 등으로 버텼다. 그날은 목요일이었다. 그리고 금요일, 직원들이 왔기 때문에 이야기 하고 같이 일하고 하다보니 아픈가보다 하는 생각도 잊혀졌다. 확실히 가만히 누워있는거보다 일하고 그러면 아픈게 잘 느껴지지 않는 게 있다. 그리고 금요일밤부터 ..

그녀 이야기 2021.10.19

부정이의 심리

부정이는 어찌보면 40대 어린아이 같기도 하다. 하지만 성숙하기도 하다. 정도 많고, 그만큼 상처도 많다. 부정의 유서를 보면 누군가는 겨우 그만한 일로 죽고 싶다고 한다면 비웃을수도 있지만이란 뉘앙스의 글이 있다. 또 부정의 편지에는 출판사에서 폭행을 당하고, 아이와 직업을 잃고 인생이 추락했다고 믿는 자신을 챙피해 한다는 글도 있다. 창피하다. 이런 일을 겪은 자신이, 겨우 이런 일로 무너진 내 자신이, 혹은 이런 일로 인생 전체가 흔들리고 나의 쓸모없음과 인간으로서의 자격 상실과, 죽음을 생각하는 자신이. 왜 그것이 창피했을까? 나는 창피했나? 인간이면 적어도 최소한으로 이래야한단, 인간다움을 지켜야한다는 문학도의 자부심 같은 걸 스스로 지키지 못한 탓일까? 자신이 지켜온 신념을 삶의 위기로 인해 ..

그녀 이야기 2021.10.06

무서운 꿈과 행복한 꿈

아직도 죽음은 무섭다. 금요일밤엔 아주 무서운 꿈을 꾸었다. 사람들이 백신을 맞고 모두 천천히 죽어가는 걸 지켜보는 꿈이었다. 다리에서부터 붉은 피가 생성되고 온몸이 시뻘개지며 결국 경직되어 죽어갔다. 나는 백신주사맞는 줄을 선 채로 시체들이 즐비한 광경을 지켜보았다. 새벽에 깬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오늘은 잠시 낮잠이 든 사이 강아지꿈을 꾸었다. 첼시라는 콜리 강아지 였는데 아랫집 사는 아이가 우리집에 놀러왔다. 매우 고급스러운 브라운+흰+검 털을 휘날리는 아주 아름답고 우아한 강아지였다. 다견가정인 아랫집은 강아지들을 잔뜩 데리고 왔고, 우리집 고양이들과 신나게 놀았다. 그런데 그 첼시라는 아이는 나만 졸졸 쫒아다녔다. 아랫집 주인은 첼시는 아무사료나 먹지 않는다고 했는데, 내가 주는 고기나..

그녀 이야기 2021.08.22

삶이라는 괴로움

나아지려는 노력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왜 이토록 무기력해진걸까. 내 주제에 이정도 사는 것도 감격에 겨워야하는걸까. 그 와중에 매일 부동산 사이트에 들어가 내가 살고 싶은 집을 본다. 통장 잔고를 걱정하는 주제에, 내가 할 일인가? 나는 어딘가로부터 도움이 올꺼라 허황된 기대를 하기도 한다. 나는 왜 허황된 길을 가게된 것일까? 그것이 허황된 것임을 알면서도 왜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죽고만 싶다. 그러다가도 행복해지고 싶다. 아무것도 요구되지 않는 가운데 내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난 제대로 살지 못한 댓가로 누군가가 요구하는 것을 해내기 위해 겨우 삶이라는 틀을 갖추고 있다. 회사가 원하는 일, 고양이들이 내게 원하는 일, 부모가 내게 원하는 일. 그것을 맞춰..

그녀 이야기 2021.08.15

덥고 힘든 날들

배란기에 무더위에 경제적 어려움에 아무런 기운도 없고, 내가 먹고싶은 걸 사먹을 수도 없고, 아이들 캔과 사료와 모래와 장난감은 어느정도 사놓았지만 여전히 불안한 기분.. 졸리고 기운도 없고 눕고만싶고, 에어콘을 틀때마다 관리비폭탄맞을 걱정에 껐다 켰다를 반복하고, 그 와중에 아이들은 놀아달라고 간식달라고 보채고, 누워있는 나를 앙앙 물어대며 자꾸 깨웠다. 나는 힘들고 불안하고 귀찮아서 이것들을 다 쪼까내야겠다는 등 못되고 악랄한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하이톤의 여자목소리들 나를 쳐다보는 아저씨들 할아버지들 다 도끼로 찍어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여전히 한다. 내 속엔 잔인한 방어본능이 숨어있다. 배란기에 훨씬 심해지는 공격성. 여전하다. 하나도 나아지질 못했다. 더이상 욕하..

그녀 이야기 2021.07.20

주말

와인끊기 돈도없다. 금요일엔 처음으로 상담을 시작했다. 너무 힘들었다. 아직도 나에 대해 할말이 남아있다니, 신기할따름이었다. 게다가 울기까지. 나는 마치 나에 대해 연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이런 내 자신이 놀라웠다.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낸다는 건 힘든일이다. 나는 그 이후 아무것도 할수없었다. 단비병원은 다녀왔다. 병원엔 다리가 아픈 무굽이가 있었다. 수컷놈들은 한시도 가만있으려하질 않는다. 먼로는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음악도 느끼고 늘어져있기도 하는데 단비, 니니, 단밤이는 먹는것과 사냥놀이만 수시로 밝힌다. 왜그럴까? 챗베이커도 남자인데 김엄지의 장편소설 '주말, 출근, 산책 : 어두움과 비'를 읽었다. E라는 남자의 이야기인데, a,b,c,d라는 동료들이 등장한다. 그는 처음부터 대문자 E였다. ..

그녀 이야기 2021.07.11

가족이라는 감옥

지금의 엄마는 내가 기억하는 엄마와는 너무 달라서 화를 낼수조차 없다. 나는 마치 밀양의 전도연과도 같은 처지에 처한듯하다. 내가 나의 주치의에게, 이제 나를 아프게한 모두에게 화도 나지 않고 과거의 어떤 기억도 나를 아프게하는 것을 지나간듯하다도 얘기했지만 여전히 나는 엄마를 대할때마다 벽에 꽉 막힌 듯 하다. 그녀는 나를 여전히 같은 상처의 위치에 데려다놓는다. 나는 여전히 거기로 들어가야한다. 하지만 더이상 울고 불고 하지 않는 것 뿐이다. 나는 그럴만한 반응을 하지 않는 법에 길들여졌다. 그리고 그녀의 강도도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나는 확실히 고양이를 키우고나서 좋아졌다. 고양이들은 나를 순화시켰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집에 가 보드랍고 꼬순내가 나는 고양이들을 끌어안고 부빌생각을 하면 때론 ..

그녀 이야기 2021.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