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443

먼로의 눈빛

인스타를 보게 된다 자꾸. 내가 하니까. 고양이 사진을 올리니까. 고양이 구조하는 사람들의 피드는 거의 고양이 사진과 사연이고, 입양보내는 이야기이고, 아떻게 버려졌는가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한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인가 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나같이 캣맘도 아니고, 구조도 안하고, 그냥 아무 것도 없는 집에 고양이용품만 덩그러니 놓고 캣맘들이 구조한 애들만 모아 키우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요즘은 플랜테리어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꽤 고양이가 많다. 고양이에게 위험한 풀은 전부 공부했겠지. 빈티지가구나 접시 찻잔을 모으는 사람들도 많은데, 여기도 고양이는 빠지지 않는다. 하나밖에 없는 그 귀한것들을 두고 고양이를 키우는게 얼마나 조마조마한 일일까.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컴퓨터로 ..

그녀 이야기 2021.12.06

불쌍이 컨셉이냐? 무의식은 나도 몰라

12월이라는 게 아무 감흥이 없다 내 생일이 있어서 조금설레기는 한다(솔직) 하지만 저녁 5시부터 어두워지고 출근하는 6시30분이 밤이라는 것은 답답하고 서글프다 춥다, 나도춥다. 다만 껴입고 두꺼운 옷울 입는게 싫을 뿐이다. 그것은 추위보다도 더 참을 수 없는 느낌이다. 오들오들 떨 지언정 팽귄처럼 살진 않겠다. 거리엔 추위에 떠는 사람 많은데 다들히트택입고, 핫팩붙이고 오리랑 구스 입고 아주 영하 5도도 되지 않은 날씨에 개오바들이다 삼각김밥 하나로 버텨도 행복한 사람도 있는데 사료 한알에 기뻐 냐냐 소리지르는 고양이도있는데 그비싼걸 먹겠다고 줄서서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도 있다 오늘같은 날씨는 아침부터 흐리고 추워 카샤카샤 놀이할 기분이 나지가 않았다 기분으로 하는건 아니지만 매우 소울풀한 아침이..

그녀 이야기 2021.12.04

음식과 잠

요즘들어 처음으로 음식이란걸 먹고 잠을 그대로 잤다 오빠를 만날 땐 늘 술과 음식을 먹고 섹스를 하고는 꼭 안고 잤다 하지만 그 이후엔 배에 음식을 넣어놓고 잠들진 못했다 게워내거나, 소화제나 지사제를 먹거나, 아님 잠자지 않았다 위와 장이 불편한게 일순위였고 다음은 살찔것에 대한 불안이었다 어젠 수요일부터 잠을 못잤다는 사실이 그냥 나를 괴롭혔으나 딱히 졸리지도 않았다 사실 수요일부터 밤을 거의 새다시피 하면서 먹을것도 거의 안먹었다 속이 너무나 안좋았기 때문이다 어젠 장을 봐서 많이 먹었다 오후 4시부터 그리고나서 탄수화물이라는걸 먹었다 식욕이 사라지면서 가장 안먹고 싶은게 빵과 과자였다 그런게 역겹게 느껴졌다 내가 빵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그런 내가 빵을 기피하다니 정말 먹기 싫었다 느끼하고 역겨웠다..

그녀 이야기 2021.11.28

포도주

돈이 없고 와인은 고팠고 세븐일레븐에서 만원대의 프랑스 쇼비뇽블랑을 샀다 뉴질랜드의 쇼블보다 저렴한 프랑스 와인은 정말 많다 그들은 그것이 그냥 삶에 곁들이는 것이니까 새벽 3시의 일이다 밤을 샌 다음날도 3시간 잤고 오늘은 그 다음날인데도 3시간 잤다 12에서 3시 이제 내 기상시간은 3시간이 되었다 더이상 술로 잠이 들지 않는다 와인은 저렴해도 먹을만한 유일한 음식이다 포도는 다 어느정도는 맛있다 포도는 기본은 한다 포도는 세상에서 어쩌면 가장 오래된 음료를 만든 재료이고 기원전부터 사람들은 포도주로 식사를, 잔치를, 예식을, 기쁨을, 슬픔을, 아픈상처를 다루었다 그것은 물리적으로 인간에게 유익을 주었다 물이 귀할때 음료로, 상처났을때 치료제로, 오한에 따뜻함을, 불결함에 정결함을, (예수님은 포도주..

그녀 이야기 2021.11.27

대체

대체 왜그랬을까 와인이 문제였을까 약바꾼게 문제였을까 경찰서에서 종일 밤을 세었다. 너는 그냥 미쳤었다. 미친놈을 안만나려면 마곡나루에서 쉬하러 내리지 말았어야 한다. 잠을 하나도 안잤는데, 오늘도 3시간 딱 자니 눈이 떠진다. 새벽 2시부터 깨어있다. 어제 밤을 세도 잠이 안온다. 다시 불면증이 시작되었다. 원인1: 화이자2차맞고 너무 아파서 내가 아침에 못일어날수 있겠다고 생각한 뒤로 원인2: 식욕이 사라지고 배고픈데 음식이 입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술만 먹기 시작한 뒤로 원인3: 박차장님에게 실수한 뒤로 너무 괴로워서 원인4: 갑자기 새벽에 잠이 쏟아져 지각을 한번한 이후 원인5: 저녁에도 술만먹으니 배가 계속 꼬르륵 거려서 원인6: 오래도록 나를 재워준 프리스틱을 끊으면서부터

그녀 이야기 2021.11.26

화요일 일기.

오래다닌 병원과 약을 바꾸었다. 부작용도 있다. 하지만 다시 프리스틱으로 돌아갈수없다. 좋은점이 많은 약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너무 의존성이 생겼고, 약효도 더이상 없었다. 사무실직원들은 5시에 집에 가니까 늘 이시간은 나 혼자있는다 어디선가 라면냄새가 난다 위에서 먹나보다 청소 아주머니들 탕비실이 위에 있다 허기가 느껴진다 그전까진 전혀 허기가 없었다 자꾸 뭔가 먹고 싶다 외롭고 공허하다 하지만 근래 다시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들으면서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종의 기원과 유한계급론을 빌렸다. 하루에 한챕터라도 읽고 독후감을 쓰기로 했다. 나 자신과의 약속이라 조금 설레었다. 이런 식의 일은 거의 몇년만에 처음 있는거같다. 자꾸 새벽에 깨서 뭔가를 먹는다 약 부작용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

그녀 이야기 2021.11.23

현실

드라마를 볼 때 현실을 오롯이 기억해내기는 어렵다. 인간실격이 끝난지 꽤 오래 되었고 드라마의 끈적끈적한 느낌으로부터 빠져나와 강재와 부정이와 기타 인물들을 생각해보았다. 20대, 그 불안정한 나이 삶이 버거울 나이 2021년의 20대, 그들의 환경과 부모들은 또 어떤가. 과거에 비해 어리고 미성숙한(이기적인 성향이 아무래도 강할) 부모 전자기기 스마트폰에 익숙하고 외동이 익숙하고 이혼이 익숙한 아이들 악착같이 돈을 모으기위해 부모세대에게 몸을 파는 아이들 40대, 뭔가 이룬건 같지만 386세대를 넘어서지 못한 자화상 어느 한자리를 잡았다해도 그 윗세대의 건물에, 그들의 위상에 기대어 살수밖에 없는 존재들 꼴에 석사학위에 작가타이틀 달았다고 공부못한 연하 남편에게 같잖은 위세를 떨다가 보기좋게 나락으로 ..

그녀 이야기 2021.11.21

힙합 플레이야 '내일의 숙취'

리짓쿤스 뱃사공과 블랭이 진행하는 힙합플레이야 콘텐츠 '내일의 숙취' 인트로 음악이 너무 궁금한데 뭔지 모르겠다. 벌써 3년전 영상, 이센스편과 스윙스편을 또 봤다. 이센스는 재밌는 사람이라기보다, 진지한 사람이다. 그래서 매일 조금씩 아껴보고 또 아껴본다. 스윙스편은 아직도 봐도 재밌다. 진짜 너무 개 좋다. 스윙스는 인간적으로 참 유쾌한 사람이다. 뱃사공도 블랭도 참 좋다. 이 사람들하고 같이 술한잔 하고 싶다. '내일의 숙취'를 혼술하면서 많이 보았다. 혼술은 진짜 외로운건데, 왜냐면, 같이 술먹고 싶은 사람이 없거나, 아무나하고도 술먹을 사람이 없을 때 먹는거라서 그렇다. 어제 이 영상을 또 보다가 단비에게 엄마하고 단비가 술한잔 할 수 있는 사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안아보았다 고양이가 사람..

그녀 이야기 2021.11.21

고양이어서 다행이다

한 남자 아주 작고 땅땅한 도베르만을 키웠었다 아이는 병이 생겨 세상을 등졌다 남자는 힘들었고 모로코로 떠났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고 공격성때문에 수번의 파양을 당한 한 도베르만 아이를 보고 운명으로 느껴져 입양하였다 정읍에 거쳐를 잡았다 아무도 없는 곳 짖음도 심하고 공격성도 심한 아이를 위해 이웃과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남자는 감자농사를 지었다 넓은 시골집에 남자와 비앙카뿐이다 남자와 비앙카는 같이 잠을 자고 밥을 먹는다 남자가 농사를 지러나간 날이면 아이는 미친듯이 짖는다 분리불안 남자가 강형욱훈련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미 아이는 훈련사를 거쳐갔다 목에 전기충격기도 달았었고 수많은 방문 훈련사들을 거쳤으나 아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강형욱 훈련사는 아이가 외로움에서 비롯된 공격성이라고 했다 도베..

그녀 이야기 2021.11.18

그저 자연한가운데 있는것만으로도…

완벽한 상태의 순간의 몇초가 나를 치유한다 오후 3-4시경 길에 단 한명의 사람도 없이 나홀로 단풍이 든 가로수길을 걸었다 꺾어지는 길 무렵에 들어서는데 구름이 조금씩 걷히며 햇살이 드러났다 단풍에 눈이 부셨고 내 얼굴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그순간 분노 불쾌감 울분 같은게 걷히는 느낌이 들고 나는 한단계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 같았다 자연현상 몇초의 변화 아니 사실상 수시로 살아있으므로 변화하는 그 순간에 어떤 다른 인간의 느낌없이 오롯이 나 홀로 존재했던 그 완전한 느낌 내가 빌딩숲이 아니라 자연에 지은 학교에서 일할수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나는 학교가 좋아요 다만 내 위치와 처우와 방치된 느낌이 서글플 뿐입니다.

그녀 이야기 2021.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