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443

일요일, 생각들

한식은 왜 한상에 나올까 쏟아져나오는 반찬들 한상에 밥과 국과 찌개와 반찬들이 널부러진 걸 보면 밑도끝도 없이 부담스럽고 우악스럽게 느껴진다. 취향이란게 생긴 성인기 이후로 원래 한식을 싫어하기도 했지만 (오빠랑 먹을때 빼고) 갈수록 부담스럽고 무식하고 강요적인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와하고 감탄을 지르며 입닥치고 순서없이 입에 쳐넣어야할것같은 느낌 모든 음식이 조리법 양념등과 상관없이 뱃속에 다 뒤섞이는 느낌 내가 제일 안좋아하는 비빔밥처럼 뭔가 어울리지도 않는 걸 섞어서 초장맛으로 감춘 후 섞어먹으라고 어울리지도 않는 걸 섞어서 김으로 말아 참기름 슥슥발라 섞어먹으로하고 하는 김밥처럼 나는 뱃속이 늘 더부룩하다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아뮤즈부쉬부터 에피타이저부터 식전주부터 조심스럽게 입에 접근하고 본격적..

그녀 이야기 2022.05.22

구씨와 미정이

너무 따뜻했던 장면 맨날 밤에 어두울때만 만나던 사람들이 저렇게 밝은 햇살을 맞아며 강가에 앉아있는데 너무 벅차게 느껴졌다 여기서 구씨가 입는 옷 전부 훔쳐입고 싶다(산포에서 입는 옷만) 뭔가 재질이 너무 좋아보여 자연스러운 구김에 부드러운 촉감 회색 남색계열의 .. 특히 저 흐린 자줏빛 얼룩 바지와 걸쳐입던 부들부들한 흰셔츠는 정말 탐이난다

그녀 이야기 2022.05.20

드라마 이야기

사실 오랜 기간 TV를 보지 않았고 나는 다큐멘터리영화제기간에 놓친 영화를 보기위해 EBS를 키는게 전부였던 2-30대를 보냈다. 이젠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도 영화제도 어느 회고전도 어떤 상영시설도 가지못한다. 나에게 집에서 보는 영화는 의미가 없다. 전에도 글을 쓰기 위해 집에서 다운받은 영화나 DVD를 보았지만 그건 참조하기 위한, 씨네필에 밀리지 않기위해 악을 쓰던 그런 것이었지 내 온전한 경험은 아니었다. 내가 처음 만난 영화가 그런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두운 곳에 모르는 사람들과 앉아 모두 다른 반응을 하는 걸 불편해도 하고 즐거워도 하며 나만의 무언가를 공공적으로 고독하게 하는 그런 장소와 관련된 곳이었다. 컴퓨터가 없었던 나는 늘 영화를 본 밤 담배연기로 꽉찬 피씨방에서 글로..

그녀 이야기 2022.05.16

사랑하는 법

이렇게 더이상 살면 안된다 가족이라는 건 나에게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가족 울타리 안에서 태어났기에 그들이 내 눈앞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어떻게든 얽매여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존재를 부정하는 일은 그들을 미워하는 일보다 더 어렵다 한 사람이나 어떤 존재에 대해 한가지 마음을 갖는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는다 어려선 한가지 마음이면 됐는데, 왜이렇게 복잡한 모든 것들을 알게 된것일까. 세월이라는 거 경험이라는 거 그리고 무언가 더 안다고 하는 교만 의식 허세 사랑한다고 느낄 때, 그 존재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이기는(못보게하는) 무언가가 강력히 씌이는 것이다. 그것이 걷혀지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어떤 사람을 십년간 좋아했을 때 나는 내 마음의 에너지를 다 소진했다 그 부정적인 면을 이겨내..

그녀 이야기 2022.05.06

5/5

기후위기라는데, 달은 뜨고 오늘은 예쁜 초승달이 보인다. 별을 본지는 오래되었다. 영화가 시시해지고 아니 내 인생이 시시해지고 영화라는 걸 만들고 보는 사람들이 그리고 그것을 토해내는 사람들이 내가 처음 그것에 이끌리던 그것과는 너무 달라졌다는 걸 느꼈을 때 나는 나만의 길을 갔어야 하는데 못나고 나약해서인지 그러질 못했다. 나는 진심으로 병신이다. 죽지도 못한다. 내가 거둔 고양이들이 그들의 별로 다 돌아가고 나서야 생각할 일이다. 나의해방일지 라는 드라마를 우연히 보다가 외지인 구씨에게 빠져들었다. 나쁜 남자인데 착했다. 누구와도 말하기 싫어하는 거 같은데 왠지 나는 말을 걸수가 있을 것만 같았다. 같이 걷고 싶은 사람 함께 밥을 먹고 싶은 사람 곁에 있으면 무엇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사람 영원히..

그녀 이야기 2022.05.05

살아있어야하는 고통

4/4 술을 안먹은 시간엔 자살하고 싶고 술을 먹은 시간엔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 자극하거나 자극받고 싶다 하지만 쓸데없는 자극은 정말 토할것같고 대부분 쓸데없는 자극이다 그래서 죽이고 싶은 것이다 내가 정말 원하는 자극은 무엇일까 행복하다고 아니 살아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 살아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 고양이 배털에 얼굴부비기도 잠깐 그렇고 와인도 그렇지만 순간일 뿐 더 허무하기도 하다 다른 방법은, 지식을 진실을 탐구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인내가 부족한 나에게 너무 힘든 일이다 게다가 모든 게 시시해지고 있다 4/10 이번배란기와 생리는 지긋지긋했다. 마치 30대 미칠것같은 시간으로 돌아간듯했다. 건강한 생각만 하고, 운동을 하고, 물을 많이 마시고, 건강한 음식을 먹어도 모자랄판에 하지만 몸이 좋아야 ..

그녀 이야기 2022.04.10

술로 인해 엉망이 되고 있는 날

3/19 토요일 잠을 정말 얼마나 잔것일까 지난주에 새로뽑은 직원이 그만두고 다른 직원이 새로오는 일이 있었고 소화기관과 몸도 안좋아서 더더욱 컨디션이 바닥이었다 평소 토요일 같으면 아무리 늦어도 7시쯤 일어나곤 했는데 눈을 떠보니 10시였다 물론 그전까지 고양이들이 몸위를 밟고 올라오고, 솜방맹이로 얼굴도 때려보고, 이빨로 머리카락도 뜯고, 혀로 손도 핥고 했다 하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겨우 몸을 일으키니 이미 고양이들은 밥먹고 해야할 행동들을 하고 있었다 시간표상 해야할일을 하지 못하면 아이들은 다음 스케줄을 진행한다 고양이들은 정해진 시간을 칼처럼 지킨다 미안했다 하지만 엄마는 지난주에 엄청 피곤했다 미안한 김에 사냥놀이를 한시간이나 하고 11시쯤에 아침밥을 주었다 처음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날도..

그녀 이야기 2022.03.28

Nadia Reid - Get The Devil Out

괜찮은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동시에 함께 든다. 죽고 싶은 마음과 살아내야 한다는 마음이 함께 있다. 얼마 안가 곧 내가 망해버릴 것이라는 위기감과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같이 든다. 어느 하나의 생각에 내 마음이 멈추지 않은지 오래된 것 같다. 모두 그런가., 나만 그럴까? 어떤 사람들이 나와 같을까 인생이 낸 숙제를 단 하나도 해내지 못한 채 더이상 생각했다가는 우울이 날 잡아먹을 것 같아서 약을 먹었고 나는 성장이 멈춘 환자가 된채 한꺼번에 치솟은 여러생각이 마음한가운데 머문채 정지한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나는 그릇도 작고 마음도 나약했고 그만큼 대안이 없었다 너무 편안한 음악을 들었다 뉴질랜드 여성음악가라고 한다 어제밤에는 불을 끈채 정말 오랫만에 눈물이 흘렀..

그녀 이야기 2022.03.08

새벽

월급이 박봉의 박봉이지만 들어왔구 오래 버텨온 머리를 했다 오랫만에 휴가를 내고 20년간 머리한 대치동 미용실에 갔다 언제나 그랬듯 나폴레옹 제과점도 들렸다 고양이들 사료랑 캣그라스 장난감 등도 주문했다 월세도 내고 관리비도 내고 빚고 갚고 당근에 찜해놓은 만원대 옷도 몇개 거래했다 작지만 행복했다 집에와 일찍 잠이 들었는데 새벽녘에 꿈속에서 들린 멜로디에 깼다 어떤 너무 슬픈 멜로디였는데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오른쪽 옆에 막내 단밤이가 새근새근 자고 있고 옆엔 먼로가 널브러져 새근새근 왼쪽 메트리스 아래 두개의 작은 베드엔 단비와 니니가 잔다 순간 나는 아이들의 숨소리와 털에서 나오는 냄새와 온기를 맡는다 오빠 뺨을 부비며 그의 냄새를 확인하던 오랜 습관일까 나는 안심이 된다 거지같이 살아도 ..

그녀 이야기 2022.02.11

편의점 인간

편의점 인간이라는 2016년에 발간된 일본소설을 읽었다. 정상과 결여 정상의 폭력과 결여의 위험함, 또 그것의 만날 수 없음. 정상의 기준에 발맞추려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폭력과 무언가 심각하게 결여된 인간들이 사회에서 발맞추려는데서 빚어지는 안타까움과 슬픔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결여된 자들이다. 그것이 어떤 생각으로 이르게 되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초등학생 시절부터 쏘시오패스에 가까운 공감능력이 결여된 한 여자아이가 착한 엄마와 평범한 아빠, 또 정상적인 동생으로 이루어진 가족 안에서 어찌어찌 살아남는다. 여자는 자신이 이상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지만 가족들이 자신때문에 곤란해하고, 사과하고, 힘들어하는 걸 보고 자신을 드러내고 행동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여..

그녀 이야기 2022.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