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443

토요일에서 일요일까지.. 배란은 언제끝나나

지난 토요일 밤 불을 켠채 아이들 놀아주고 저녁식사를 주고 야구 올스타전을 보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곧 생리를 하게됨을 아는 배란기 증후군 시기엔 언제나 예민해지고 사람냄새만 맡아도 집에 와서 토를 하고 그래서 손수건에 늘 라벤더 오일을 뭍히고, 마스크에 묻혀가며 버티고, 음식을 먹자마자 바로 화장실에서 토를 하고 잠이 많아지고 눈물이 많아지고 남자도 그리워진다 꿈에서 막 아무 남자나 만나서 집에 들여 자는 꿈을 꾸었다 어린 남자애들에게 집단으로 강간당하는 꿈도 꾸었다 경찰에 신고해놓고, 즐기고 상상했다. 꿈에서의 나는 정말 한심했다. 일어나니 고양이 4마리가 눈꼽이 낀채로 냥냥대고 있었다. 나는 얼마나 꿈을 오래 꾼건지, 꿈에서 가위를 눌릴 때 하지마 내몸에 손대지마 하면서 소리를 질렀으나 나오지 ..

그녀 이야기 2022.07.17

평온하고 싶다

평온할 수 있었으면 가난한 집 밖의 물건들을 가지고 오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내면을 가난하지 않게 만들고자 했으면 텅빈 냉장고 텅빈 생필품장 텅빈 사료통 다마신 와인병 언젠가부터 나는 이런것들에 집착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나는 본래 좀더 본질적인 것에 집착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새 서서히 변질되고 있다 그것이 나의 그나마 남아있던 평온한 기질마저 빼앗아가고 있다 싼거에 집착하는 것도 결국 물건에 집착하는 거다 하나를 사도 질 좋은 거 그 만족감으로 몇주도 버티던 때도 있었는데 이젠 저렴한거 많이들여놓는 거로 만족하려는 게 있다 그거 진정한 만족이 아닌데 그저 불안을 잠재우려는 행위일 뿐인데 나이가 들면 돈이 좀 있어야하는구나 하고도 느낀다 많은 것이 안정적으로 구비되면 나는 지금보다는 집착이 덜 해질까? 잘..

그녀 이야기 2022.07.14

십오초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심보선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 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 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 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 그림자 거뭇한 길가에 쌓이는 침묵 거기서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 비가 새는 모든 늙은 존재들이 새 지붕을 얹듯 사랑을 꿈꾼다 누구나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태양이 온 힘을 다해 빛을 쥐어짜내는 오후 과거가 뒷걸음질 치다 아파트 난간 아래로 떨어진다 미래도 곧이어 그 뒤를 따른다 현재는 다만 꽃의 나날 꽃의 나날은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어서 슬프다 고양이가 꽃잎을 냠냠 뜯어먹고 있다 여자가 카모..

그녀 이야기 2022.07.07

관계

나름 가까웠다고 느낀 거의 모든 관계가 끊어질 위기에 처한듯하다 어떤 심리학자는 느슨하게 여러 사람들과 연결된 것이 좋다고 한다 오히려 멀다고 느낀 사람에게 더 큰 도움을 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한다 여성은 왜이렇게 가까운 관계에 집착하는 걸까 길가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에 싸인다 예쁜 아기를 보면 만지고 싶다 늙고 추한 행동을 일삼는 어른들 입만 동동뜨는 시끄러운 여자들 눈깔과 입술을 뽑아 발로 밟아터트리고 싶다 예쁜 아이가 혼자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모두 가족과 있다 아이는 가족에게서 나오니까 말이다 예쁜고 순수한데 혼자있는건 길잃은 새끼길고양이 밖엔 없다 사람들과 관계유지 자체를 하고싶지가 않다 내가 왜 그들을 위해 노력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그들에게 조금도 잘보이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그녀 이야기 2022.06.27

비오는소리

강하늘이 나오는 드라마 인사이더를 보다가 아 교도소에도 비가 오는구나 아니 교도소에만 비가 오나 좋다 저렇게 비오는 소리를 얼마만에 들어보는건지 고수들은 여유가 있게 비정하고 하수들은 여유가 없게 비정하구나 강하늘은 참 연기를 잘하는구나 마스크가 참 좋구나 자신을 잘 가다듬는구나 자신을 잘 가다듬는 사람들은 뭔가를 위해 준비된 사람들이다 우리 고양이들이 늘 아무도 보지 않아도 한마리의 적이 없어도 자기 침으로 온통 온몸을 구부려대며 요가쇼를 하며 그루밍을 하듯이 언제나 준비된 존재들은 빛이 난다 나는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평생 준비만 하다가 늙어 죽어가는 중이다 묘르신의 기분이랄까 평생 그루밍해야하는, 예민한 고양이로 태어났으나 아무도 날 봐주지 않고 아무도 더는 날 사랑해주지 않으니 지..

그녀 이야기 2022.06.18

눈깔 꼬라지 하고는

아주 아주 아주 오래된건데 길거리에서 날 쳐다보는 인간들의 눈깔을 찔러 터트리거나 뽑아다가 발로 짓이기거나 다 모아서 지옥불에 던지거나 하고 싶었다 왜냐면 너무 징그러워서 뭘보는지 그 눈깔로 뭘 생각하는지 내가 입는 옷 내 차림새 내가 좋아하는 느낌이 너에게는 다른 느낌이니까 나는 좋은데 너가 보면 기분이 나빠 여기가 외국이면 발가벗고 다녀도 누구하나 훑어보지 않을까 정말 그럴까 꼭 내몸이 아니어도 레깅스를 입은 여자의 엉덩이 보일듯한 큰 가슴 치마입은 남자 튄다는 말 자체가 가진 대체 튄다는 말을 만든 사람의 뇌는 그럼 모두 그 지겨운 차림새를 하란 말이야? 대체 옷이 왜 대체 생각이 왜 눈빛은 왜저래 동태눈깔을 한 주제에 잘도 보네 어쩜 꼴리는건 그리 잘 보는지 니 꼬라지나 보시지 생선을 구우면 눈깔..

그녀 이야기 2022.06.17

죽음

집을 리모델링하는 꿈을 꿨다. 밤 늦게 퇴근하고 어딘가로 수련회를 가야했다. 언니를 친구들 무리와 함께 긴긴 지하철을 타고 보냈다 7호선 끝 어디 나는 집에 와 내 방을 바꾸었다 모든게 역겹고 부모의 흔적과 언니의 흔적이 모두 역겨워 버렸다 쓸고 닦았다 다 가져다 버릴 요량으로 커다란 쓰레기봉투에 집어넣었다 앓던 이가 빠진듯 좋았다 아버지란 사람이 쓰던 책상위 모든 서류와 책을 버렸다 침구도 냄새나서 다 버렸다 내 방에 새것들을 채웠다 고양이 4마리가 내가 없는 동안 굶고 가족이란 것들이 먹다 남은 고깃덩일 던져주고 말았더라 아이들은 몸에 피부병이 잔뜩 나있었고 제일 심한 먼로를 모두가 핥아주고 있었다 일가족 사망 내가 가장 바라는 뉴스 집을 다 밀어버리고 새롭게 리모델링을 해서 고양이들과 내가 사는 공..

그녀 이야기 2022.06.05

알콜

알콜중독자는 말한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미워서 마셔 그러면 고요해져 그러다 어떤 날은 마시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고요해 아주가끔 그러면 다시 마셔 나는 불행합니다 조금만 맞게 해주세요 내 불행 구씨가 이런말을 하며 스스로를 자조할때 미정이는 말한다. 당신 이쁘다 그렇게 웃어 당신에게 아침마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환대해 불행하기로 결정한 이상 알콜은 불행을 향한 모든 수단이 된다 행복함을 조금이라도 느끼는 순간은 그걸 견디지 못해 불행함을 느끼는 순간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불행은 언제나 나를 찾아오지 하며 그렇듯이 담담하게 맞이해 그것이 어떨땐 편해 나는 죄가 많은 사람이니까 불행도 당연한거라고 여긴다 우리 집에 온 4명의 사람 인생에서 4명이고 다시는 그 숫자가 늘어나지 않을 그 사람들은 모두 나에게 올수없는 ..

그녀 이야기 2022.06.02

금요일

사람을 죽이거나 자살하고 싶다 누군가 죽어버리는 꼴을 스스로 목격하고 싶다 아주 잔인하게 인간이 죽어버리는 꼴이 속시원하다 가족이랍시고 줄줄이 나와서 쳐울면서 아이구 아이구하고 친구랍시고 줄줄이 찾아와 증언하고 너무 웃길것같다. 죽어야만 증명되는 지긋지긋한 관계들. 다들 미치도록 촌스럽고 저런 얼굴에 저런 머리에 저런 옷을 입고 저런 말을 하고 저런 생각을 하고 저런 걸음걸이를 하고 저런 친구들하고 저렇게 몰려다니면서 웃고 쳐웃고 시끄럽게 공해를 일으키면서 남을 치고도 남에게 피해주고도 모른척하는것에 익숙하고 자기 몸뚱아리 하나를 영위하기 위해 자기 관계를 지키기 위해 그게 자기 생명줄이라도 되는 양 그것들로 인해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양 그렇게 구는 게 무슨 자랑이라도 되는 듯이 내가 오늘 발로 너희를..

그녀 이야기 2022.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