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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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았다 흐렸다 한다 햇살이 비췰 땐 더웠다가 잠시라도 구름에 가려지면 시원한 바람이 분다 하루에도 몇번 씩 기온이 다르게 느껴지는 6월의 요즘이다 너무 많이 슬펐다 자학했지만 그 원인을 보려하지 못했다 잘 아는데, 근본을 건들이면 나의 삶을 바꿔야 하고 나는 그럴 용기가 없었고 계속 상처를 반복하는 것이 익숙했다 나의 삶을 바꾸려치면 내가 포기해야하는 것들 -안온하게 생각하고 쳐먹고 와인먹고 쳐자고 바보처럼 헤헤거리며 사는 것- 이 생각나고 나는 이를 버릴 이유를 찾지 못했다 왠만한 상처를 견디는 것보다 이것이 더 쉬웠다 나는 더 이상 상처를 견디면서 해내야할 일이 없다 이것이 나의 문제이다 그저 하루하루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너무 나아갔으면 조금 되돌리는 아니 더 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나빠지는..

그녀 이야기 2023.06.05

수요일

쥐덫 끈끈이에 걸려 찢겨진 아기 까마귀를 구조했는데 야생동물보호센터에서 처치 중 죽었다. 김포에서 출근중에 편의점 앞 파라솔에서 새벽부터 컵라면과 소주를 시켜놓고 손목을 그어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여자애에게 반창고를 주고 칼을 뺏었다. 하지마세요 하지마세요 저도 해봤는데 하지 마세요 더 할말이 없었다 손수건이라도 있었으면 그아이의 손목을 감싸주었을텐데 죽지마세요 까마귀야 미안해 그냥 깍깍대며 울어대던 엄마까마위 곁에서 보호받다가 죽도록 할것을 수술대 위에서 죽게 했구나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죽지 마세요 어떻게 다른 대상의 고통을 가늠할 수 있을까 그 대상의 마음밭을 알지 못하잖아 이겨낼 긍정적인 마음 부정적인 것을 버텨낼 마음의 힘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하잖아 그 사람의 인생을 관찰한 것이..

그녀 이야기 2023.05.31

오빠에게

오빠 저는 가끔 죽고 싶어요 너무 힘들고 지치는 그런 날에요 오빠처럼 편하고 따뜻했던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이 나를 옭아매어요 오빤 그랬죠 나보다 더 좋은 사람도 얼마든지 많다고 그런 사람 만나라고 나를 만나줄수있는 사람은 많이 없어요 저는 관계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죠 관계지향적으로 살지도 못했고 집착하거나 경멸해버렸죠 언제까지 부모와의 애착관계 실패에서 원인을 찾을건진 모르겠어요 불안정애착으로 자기부정, 타인부정으로 결과가 나왔고 내가 그린 그림의 사람에게는 모두 팔이 없었대요 관계의 단절을 뜻한대요 내가 그린 나무에도 굻은 밑둥만 있었고 가지가 거의 없었어요 내가 왜 그렇게 그렸는지 나도 모르겠어요 나는 내 무의식이 무서워요 직장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 집중적으로 치료해야하는 상태라는데 내..

그녀 이야기 2023.04.27

단비가 사람이었으면

단비는 나의 기분을 늘 살핀다_티내지 않는다 니니는 나의 눈치만 보느라 정신이 없다_니니는 내가 없거나 잠들어야만 자유를 느낀다 단밤이는 나의 기분과 상관없이 자신의 요구를 한다_주로 애교(이쁘다이쁘다하는거)와 먹는거 먼로는 단밤이처럼 요구를 자주하진 않지만 정말 뜬금없는 시점에 혼자 깨어 워우워우 울면서 등을 만져달라고 똥고를 들이민다_먼로는 하반신이 아프니까 이해한다 단비는 고개를 보였다 안보였다하면서 가만히 걷다가 뒤를 휙 돌아보면서 스크래쳐에 긁긁하다가 갑자기 목을 늘어뜨려 뒤로 넘기면서 나를 관찰하는데 그게 꼭 사람같다 내 표정이 어떤가 내 기분이 어떤가 내가 피곤한가 아닌가를 늘 보려한다 그런 단비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어제는 단비를 안고 단비야 너는 꼭 사람같구나 너는 나와 소통하려하는..

그녀 이야기 2023.02.27

감자탕

일하다 말구 오빠랑 먹은 양양 감자탕이 생각났다 아무리 찾아도 못찾다가 여기인 게 기억이 났다 사실 메뉴판보고 기억이 났다 오빠랑 참 맛집을 많이 다녔다 모두 오빠와 에릭이 덕분이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그집이 왜 그리 그리웠던지 정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감자탕집이었던 것 같다. https://blog.naver.com/henyo86/221381323201 2002년~2003년 한 납품업체에서 일하면서 그 회사 사장(지금 회사 사장임)이 건물 1층 감자탕집에 대놓고 밥을 맥였는데 점심 저녁(야근은 필수, 12시에 사장이 봉고차로 집에 데려다줌)을 모두 그집에서 먹었어서 그 회사를나온 이후 감자탕을 먹은 기억이 거의 없는데 이집은 정말 오빠랑 아침에 배가 너무 고파서 눈에 보이는 집 들어가서 먹은건데..

그녀 이야기 2023.02.21

하루5분설레기

나의해방일지의 긴 뒷북으로(앞으로도 지속될) 사실 음악으로 위로를 받고 싶어서 예전에 듣던 이노래 저노래를 찾아보았으나 모두 몇초를 들어내지 못하고 스킵하다가 영혼이 위로받는다고 느낀 Nadia Reid의 노래들 중 처음 들어보는 Preservation을 듣고 마음이 머물렀다 종일 취하는 리듬의 재즈말고 가사가 담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근래 거의 없었던 일이다 이 곡을 들은 몇분의 시간동안 나는 본래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그 장면에서 하루에 5분의 설레는 시간을 만든다는 미정이의 대사가 생각났다. 꼬마가 엘레베이터를 잡아주는 7초의 순간을 세고 있던 구씨의 얼굴이 생각났다. 그래서 이 김에 하루 5분 설레는 일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2023년의 목표라면 목표랄까 술에 취하지..

그녀 이야기 2023.01.30

자해

손목을 더 그었다. 상처가 옅어지자 다시 새롭게 상처를 내고 싶었다. 다음날은 정말 쓰리고 아픈데 2틀정도 지나면 상처도 적당히 있고 덜 아파서 견딜만하다. 견딜만한 느낌이 언제나 중요했다. 전혀 아프지 않은 느낌은 전혀 고통이 없는 느낌은 나를 편안하게 하지 않고 불안하고 게으르게 만들었다 자학, 자해 증세에 대해 상담선생님께 말씀드렸다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돌보아야한다고 했다. 검색하니까 주로 청소년기에 많이 하더라고요 40대에 하고있내요 하니까 좀 웃으셨다. 자신의 내면이 아프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질병은 표가 나는데 마음의 병은 표식이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좀봐달라고 하는 어린 행동의 하나인것 같다. 내가 얘기할곳도 없고 너무 외롭고 집도 쉬는공간이 아니..

그녀 이야기 2023.01.29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선생님께 두어번 상담을 받았던 ***이라고 합니다. 상담시간이 빌때마다 전화가 왔었는데 상담을 가지 못하였습니다. 약물처방을 받고 있는 병원에서는 프리스틱 100mg와 비상시 약 프리스틱 50mg를 먹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을 가지 못하는 이유는 술때문이기도 하고, 노력하지 못하는 상황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급여가 최저시급이지만, 모든 돈을 고양이 돌보는 일과 술먹는 일에 다 쓰고 있어서 제 병원비가 너무 아깝습니다. 하지만 프리스틱을 끊으면 금단증상(전기에 감전된것처럼 찌릿거리고 바닥이 흔들리고 토할것같아 일상생활을 못함) 이 많이 심해서 약을 타기 위해 어쩔수없이 가고 있지만 선생님의 병원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저렴하게 해주시는 상담비용임에도 불구하고 아깝게 느끼고 있습니다. 저 자신을 위해 ..

그녀 이야기 2023.01.18

언제 죽나 나는

복수라는 감정은 질투보다는 조금 있지만 구체적으로 실행해보지는 못했다 그냥 그 대상에게 할 용기도 없었고 불특정 다수에게 아니면 그 비슷한 감정을 느낀 인간에게 혹은 그 인간과 닮은 인간에게로 타겟을 옮겨 미워하기도 많이 했다 살아서 뭐하나 나같은 사람은 왜 태어나서 이 고생일까 죽고 싶다고 얘기할 데가 없다 고양이들은 언제나 그 다음이다 내가 살고 나서 그 다음에야 그들을 생각할 수 있다 그들 때문에 내가 살아야된다고는 생각안한다 나는 나때문에 살아야지 내가 누구때문에 산다는 거 자체가 이미 내가 아닌 것이다 내가 내가 아니고 내 삶이 나때문에가 아니면 살아서 뭐하나 죽은거나 매한가지인데

그녀 이야기 2023.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