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443

죄의식으로터 자유로워질것

넓은 집으로 이사가서 좋은 캣타워도 사주고 직장 없이도 돈이 좀 있어서 낮에도 아이들과 함께 있고 싶다. 아이들에게 심심함과 불안정함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을 심심하고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박봉에 늘 돈이 없고 모을 환경도 안되고 나아질 기미라고는 1도 없으며 가끔가는 부모집으로부터 무언갈 얻을수도 없는 구조이다 . 20대 어느시절 하숙과 고시원을 방황하다 잠시 부모님댁에 얹혀산적이 있었다. 그러나 채 한달도 못되어 나는 어느밤 엄마에게 다시 머리채를 뜯긴 채 쫓겨났다 내 존재자체를 엄마는 못참아했다. 처음 내가 가족으로부터 내침을 받은 날이 떠오른다. 학교갔다 집에 온 어느 날, 아파트 경비실 앞에 익숙한 것이 있었다. 엄마는 내 짐을 싸서 아파트앞에 쌓아놓고는 3층 베란다문..

그녀 이야기 2021.11.11

아침

아침은 정말 무서운거다. 내가 가입한 우울증카페를 보면 밤 늦게 혹은 새벽녘에 올라온 글들 중 많은 것이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이다 아침이 올까 두려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아침이 오면 나아지겠지 같은 기대가 아주 없진 않겠지 그리고 그 '나아짐'이 두려운거지 우리는 모두 병리적 현상에 기대어 살아가니까 달라지고 싶다고 느끼지만 달라지기 위해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하기에 지금의 나를 어떻게나마 조금이라도 긍정하기 위해서는 그 도리밖에 없으니 어젯밤 내 곁에서 뽀얀 털을 가진 4마리들이 나를 둘러싸고 쌔근쌔근 잤는데 새벽녘부터 내 발과 팔을 물고 핥고 내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리며 우다다, 똥싸기, 쉬싸기, 울기, 물기등을 해댔다 휴일 새벽이면 늘 있는 일이다 출근하는 날은 내가 로보트처럼 새벽 5시엔 일..

그녀 이야기 2021.10.31

본명도 모르는 그녀들 그리고 그 이후

나에게 언제나 친절했던 나영이언니는 잘 지낼까 어느 성탄절 전날이었나 그녀의 집에 놀러갔을 때 놀랐었다 대치동의 한 빌라의 투룸 반지층이었는데 정말 예쁘고 알차고 풍부하게 꾸며놓았다 이불도 많고 따뜻한 담요들도 엄청 많고 냉장고엔 김치와 밑반찬들도 잘 갖춰져있었다 화장실도 너무 예뻤고 휴지와 각종 수건이 넉넉히 있었다 언니는 너무나 생활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대학을 나와 국내에서 어느 게임? 애니메이션? 회사엘 다녔고 거기서 한 남자와 사랑을 했고 같이 일본지사에 파견을 갔다 남자는 다른 젊은 여직원과 바람이 났고 언니는 버림당했다 남자는 결혼을 했다 언니는 일본에서 가라오케를 나갔다 그리고 한국에서 다시 바들을 전전했다 언니네 부모님은 언니의 이런 사정을 전혀 모르며 언니는 주말마다 부모님과 교회를 나간..

그녀 이야기 2021.10.28

인간실격-결말은 보지 않아야했다

지독한 어두움의 시간을 통과한 다시 어느정도의 평지에 서서 서로를 볼 수 있게 된 이야기 아키라라는 호스트바에서 일했던, 강재가 알았던 친한 형 정우가 죽으면서 그 모든 일이 시작된다. 정우는, 백혈병 아이가 있었고, 병원비를 위해 호스트바에 나간다. 그리고 자살카페 회원이기도 하다. 거기서 부정을 만난다. 선후관계는 알 수 없으나, 아키라 실장인 종훈에게, 자신의 vip 정아란을 악플로 괴롭히는 부정을 작업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부정은 죽기 위해 정우 등과 저수지 답사도 가고, 유서도 쓰고, 돈도 모았다. 하지만 그녀는 죽지 못했고(삶을 버리지 못했고), 돈은 정우 아이의 치료를 위해 썼다. 아버지가 죽은 후 처음 가까운 이의 죽음을 맞게 된 강재는, 정우의 죽음에 끌리게 된다. 이렇게 잘생기고, 뭐..

그녀 이야기 2021.10.26

토요일,

백신 이후로 계속 몸이 안좋았고 약도 떨어져 빈정맥과 어지러움과 구토증상이 지속되고 하루하루 버틴다는 느낌으로 한주를 보내다보니, 고양이들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하지만 금요일이었던 어제 나는 조금 호전되는 스스로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얼마만일까. 약간의 식욕이 돌아왔다. 이날따라 나의 문제든, 누군가의 문제든, 상황의 문제든, 여튼 여러 문제와 실수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잘 해결했다는 나름 뿌듯한 일도 있었는데 그 뿌듯했다는 일이 결국 문제를 일으켰고 약간 나아진 나의 몸과 마음을 다시 망쳐버렸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이게 왜 내 일이고, 내가 이시간에 다그침을 받아야하냐고 따지지 못하고 또 죄송합니다 사과한 내가 더 견디기 어려웠다. 사과란 잘못한 사람이 하는게 아니다, 더 약한 사람이 하는 것이..

그녀 이야기 2021.10.23

음식과 마음

오빠는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나는 요즘 정말 입맛이 없어졌어. 맛있는 빵과 과자를 난 참 좋아했었지 늘 가방엔 그런게 있었고, 사무실 서랍에도 넣어두고 사브작 사브작 꺼내먹는걸 즐겼지 따뜻한 국물도 참 좋아했어 오빠와 늘 탕을 먹으러 가곤 했지 다크 초콜릿도 에스프레소도 좋아했지 요즘은? 그 어떤것도 먹고 싶지가 않아 특히 나를 위로하는 음식들은 더더군다나. 뭔가 살아있는 소리를 내면서 먹어야하는 것들. 사각 사각 과자씹는 소리를 내가 스스로 들으면서 살아있다는 이상한 느낌을 주는, 저작행위의 자위행위. 후루룩 후루룩 카... 하면서 속을 쓸어내리며, 살아가려고 하는, 그 긍정의 행위와 소리들. 뭔가 살아내려고 내는 소리들, 삶을 긍정하고 위로하려고 먹는 소리들, 인생을 꼭 뭐같이 살아도, 먹는 소리..

그녀 이야기 2021.10.20

백신 1차는 토요일에 맞았고, 다음날이 일요일이어서 쉴수있어서, 물론 그 날도 오한에 아팠지만, 그렇게 지나갔다. 이번 2차는, 주말에 맞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직장 근처 내과에 잔여백신이 떠서, 그냥 근무 도중 점심시간에 가서 맞았다. 그날은 괜찮았다. 다음날은 직원들 휴가를 주고, 내가 쉴수없는 상황이었다. 할일이 없었고, 자리를 지켜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괜찮았다. 오전까지는.. 정확히 오후부터 오한과 통증이 왔다. 타이레놀과 기타 등등 진통제, 커피 등으로 버텼다. 그날은 목요일이었다. 그리고 금요일, 직원들이 왔기 때문에 이야기 하고 같이 일하고 하다보니 아픈가보다 하는 생각도 잊혀졌다. 확실히 가만히 누워있는거보다 일하고 그러면 아픈게 잘 느껴지지 않는 게 있다. 그리고 금요일밤부터 ..

그녀 이야기 2021.10.19

부정이의 심리

부정이는 어찌보면 40대 어린아이 같기도 하다. 하지만 성숙하기도 하다. 정도 많고, 그만큼 상처도 많다. 부정의 유서를 보면 누군가는 겨우 그만한 일로 죽고 싶다고 한다면 비웃을수도 있지만이란 뉘앙스의 글이 있다. 또 부정의 편지에는 출판사에서 폭행을 당하고, 아이와 직업을 잃고 인생이 추락했다고 믿는 자신을 챙피해 한다는 글도 있다. 창피하다. 이런 일을 겪은 자신이, 겨우 이런 일로 무너진 내 자신이, 혹은 이런 일로 인생 전체가 흔들리고 나의 쓸모없음과 인간으로서의 자격 상실과, 죽음을 생각하는 자신이. 왜 그것이 창피했을까? 나는 창피했나? 인간이면 적어도 최소한으로 이래야한단, 인간다움을 지켜야한다는 문학도의 자부심 같은 걸 스스로 지키지 못한 탓일까? 자신이 지켜온 신념을 삶의 위기로 인해 ..

그녀 이야기 2021.10.06

무서운 꿈과 행복한 꿈

아직도 죽음은 무섭다. 금요일밤엔 아주 무서운 꿈을 꾸었다. 사람들이 백신을 맞고 모두 천천히 죽어가는 걸 지켜보는 꿈이었다. 다리에서부터 붉은 피가 생성되고 온몸이 시뻘개지며 결국 경직되어 죽어갔다. 나는 백신주사맞는 줄을 선 채로 시체들이 즐비한 광경을 지켜보았다. 새벽에 깬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오늘은 잠시 낮잠이 든 사이 강아지꿈을 꾸었다. 첼시라는 콜리 강아지 였는데 아랫집 사는 아이가 우리집에 놀러왔다. 매우 고급스러운 브라운+흰+검 털을 휘날리는 아주 아름답고 우아한 강아지였다. 다견가정인 아랫집은 강아지들을 잔뜩 데리고 왔고, 우리집 고양이들과 신나게 놀았다. 그런데 그 첼시라는 아이는 나만 졸졸 쫒아다녔다. 아랫집 주인은 첼시는 아무사료나 먹지 않는다고 했는데, 내가 주는 고기나..

그녀 이야기 2021.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