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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바미의 사랑표현

막내 단밤이가 새벽에 나를 그루밍해줬다 아이들은 나에게 뭔가를 늘 요구하는게 전부이지만 단밤이는 내가 밥을 주고 만져주면 나를 그루밍해준다 내 머리카락이 털이라고 생각해서 늘 앞 옆 머리를 핥는데 혀에 붙어서 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내머리가 짧다해도 고양이보단 훨씬 기니까 오늘 새벽에도 내가 단바미-! 하면서 이뻐해주자 내 이마부터 시작해 앞머리를 열씨미 그루밍하는 우리 이쁜 단바미 나를 어린 아이로 생각하는걸까 얘는 지가 막내면서도 첫째 단비도 막 때리고 나도 핥아대고 서열이 아예 없다 그래도 그냥 존재자체로 귀여운 우리집 유일한 개냥이 접대냥이 단바미 사랑해??

카테고리 없음 2022.06.08

죽음

집을 리모델링하는 꿈을 꿨다. 밤 늦게 퇴근하고 어딘가로 수련회를 가야했다. 언니를 친구들 무리와 함께 긴긴 지하철을 타고 보냈다 7호선 끝 어디 나는 집에 와 내 방을 바꾸었다 모든게 역겹고 부모의 흔적과 언니의 흔적이 모두 역겨워 버렸다 쓸고 닦았다 다 가져다 버릴 요량으로 커다란 쓰레기봉투에 집어넣었다 앓던 이가 빠진듯 좋았다 아버지란 사람이 쓰던 책상위 모든 서류와 책을 버렸다 침구도 냄새나서 다 버렸다 내 방에 새것들을 채웠다 고양이 4마리가 내가 없는 동안 굶고 가족이란 것들이 먹다 남은 고깃덩일 던져주고 말았더라 아이들은 몸에 피부병이 잔뜩 나있었고 제일 심한 먼로를 모두가 핥아주고 있었다 일가족 사망 내가 가장 바라는 뉴스 집을 다 밀어버리고 새롭게 리모델링을 해서 고양이들과 내가 사는 공..

그녀 이야기 2022.06.05

수컷3, 암컷1

수컷 3마리, 암컷 1마리와 산다. 수컷 고양이들은 본능에 더 충실하다(한것처럼 보인다) 암컷 고양이는 평소에 본능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실제 본능의 크기일수도있지만 표면에 드러내느냐 숨기느냐의 차이일수도 있다. 인스타나 수의사들이나 보면 자신의 성과 반대되는 고양이들을 주로 키운다 유명한 수의사 남성들은 거의 암컷 고양이를 키운다 암컷 고양이는 확실히 수컷고양이와 다르다 본능을 바로 드러내지 않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표출하거나 참다참다 폭발하는 식이지 수컷들처럼 나뒹굴진 않는다 물론 냥바냥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훨씬 더 욕구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수컷들은 바로바로 표출하고 훨씬 더 루틴에 강하고 그날 그날 기분같은 건 거의 신경안쓰고 하던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게 안되면 짜증이 난다 짜여진 것 시..

고양이일지 2022.06.05

알콜

알콜중독자는 말한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미워서 마셔 그러면 고요해져 그러다 어떤 날은 마시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고요해 아주가끔 그러면 다시 마셔 나는 불행합니다 조금만 맞게 해주세요 내 불행 구씨가 이런말을 하며 스스로를 자조할때 미정이는 말한다. 당신 이쁘다 그렇게 웃어 당신에게 아침마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환대해 불행하기로 결정한 이상 알콜은 불행을 향한 모든 수단이 된다 행복함을 조금이라도 느끼는 순간은 그걸 견디지 못해 불행함을 느끼는 순간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불행은 언제나 나를 찾아오지 하며 그렇듯이 담담하게 맞이해 그것이 어떨땐 편해 나는 죄가 많은 사람이니까 불행도 당연한거라고 여긴다 우리 집에 온 4명의 사람 인생에서 4명이고 다시는 그 숫자가 늘어나지 않을 그 사람들은 모두 나에게 올수없는 ..

그녀 이야기 2022.06.02

20.7.29

밤바다 수평선과 지평선이 지워진 세계 손잡고 걸었지 유령도 보았던 여름밤 단비먼로와의 더웠던 첫 여름밤 침대에서 함께 뒹굴며 조원선 노래를 들었지 천천히 세상은 말라가고 모두가 서로를 대적하는 내면을 가지고서 그들을 향해 참는듯이 웃는다 모두가 자기편을 찾고 확신을 얻기위해 혈안이 된 마음들을 견디기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도 상처받지않고 아무고 손해보지 않는 그런 세상의 이치란 존재하지 않는다. 상처. 손해. 모두가 방어막을 치고서 스스로를 꼭 안는다. 자연스러움은 어디에도 없다. 자연스러운 의문 자연스러운 아픔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는 것들로부터 나는 문득문득 죽음을 느낀다 죽음이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것이 더 두렵다 자연스러움이란 무얼까 비맞을까ㅡ꼭 묶어주는 약봉지 비닐 꼬다리를 손에 쥐어..

카테고리 없음 2022.05.29

금요일

사람을 죽이거나 자살하고 싶다 누군가 죽어버리는 꼴을 스스로 목격하고 싶다 아주 잔인하게 인간이 죽어버리는 꼴이 속시원하다 가족이랍시고 줄줄이 나와서 쳐울면서 아이구 아이구하고 친구랍시고 줄줄이 찾아와 증언하고 너무 웃길것같다. 죽어야만 증명되는 지긋지긋한 관계들. 다들 미치도록 촌스럽고 저런 얼굴에 저런 머리에 저런 옷을 입고 저런 말을 하고 저런 생각을 하고 저런 걸음걸이를 하고 저런 친구들하고 저렇게 몰려다니면서 웃고 쳐웃고 시끄럽게 공해를 일으키면서 남을 치고도 남에게 피해주고도 모른척하는것에 익숙하고 자기 몸뚱아리 하나를 영위하기 위해 자기 관계를 지키기 위해 그게 자기 생명줄이라도 되는 양 그것들로 인해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양 그렇게 구는 게 무슨 자랑이라도 되는 듯이 내가 오늘 발로 너희를..

그녀 이야기 2022.05.27

사람을 한번만 찔러보고 싶다 지하철에 타는 공짜늙은이들이 다 뒤졌으면 좋겠다 재벌이든 그지든 70세가 넘으면 자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다 뒤지는 법을 만들고 싶다 나랑 동선이 겹친 주제에 거리두기도 없는 놈년들을 다 발로 밀어버리고 싶다 나는 사람이 없는곳만 찾아다녔어 평생 그게 내 과제였어 근데 여기에도 기어들어와? 내옆에 서? 내 주변에 얼쩡대지마 다 죽여버리기전에

카테고리 없음 2022.05.23

일요일, 생각들

한식은 왜 한상에 나올까 쏟아져나오는 반찬들 한상에 밥과 국과 찌개와 반찬들이 널부러진 걸 보면 밑도끝도 없이 부담스럽고 우악스럽게 느껴진다. 취향이란게 생긴 성인기 이후로 원래 한식을 싫어하기도 했지만 (오빠랑 먹을때 빼고) 갈수록 부담스럽고 무식하고 강요적인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와하고 감탄을 지르며 입닥치고 순서없이 입에 쳐넣어야할것같은 느낌 모든 음식이 조리법 양념등과 상관없이 뱃속에 다 뒤섞이는 느낌 내가 제일 안좋아하는 비빔밥처럼 뭔가 어울리지도 않는 걸 섞어서 초장맛으로 감춘 후 섞어먹으라고 어울리지도 않는 걸 섞어서 김으로 말아 참기름 슥슥발라 섞어먹으로하고 하는 김밥처럼 나는 뱃속이 늘 더부룩하다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아뮤즈부쉬부터 에피타이저부터 식전주부터 조심스럽게 입에 접근하고 본격적..

그녀 이야기 2022.05.22

구씨와 미정이

너무 따뜻했던 장면 맨날 밤에 어두울때만 만나던 사람들이 저렇게 밝은 햇살을 맞아며 강가에 앉아있는데 너무 벅차게 느껴졌다 여기서 구씨가 입는 옷 전부 훔쳐입고 싶다(산포에서 입는 옷만) 뭔가 재질이 너무 좋아보여 자연스러운 구김에 부드러운 촉감 회색 남색계열의 .. 특히 저 흐린 자줏빛 얼룩 바지와 걸쳐입던 부들부들한 흰셔츠는 정말 탐이난다

그녀 이야기 2022.05.20

드라마 이야기

사실 오랜 기간 TV를 보지 않았고 나는 다큐멘터리영화제기간에 놓친 영화를 보기위해 EBS를 키는게 전부였던 2-30대를 보냈다. 이젠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도 영화제도 어느 회고전도 어떤 상영시설도 가지못한다. 나에게 집에서 보는 영화는 의미가 없다. 전에도 글을 쓰기 위해 집에서 다운받은 영화나 DVD를 보았지만 그건 참조하기 위한, 씨네필에 밀리지 않기위해 악을 쓰던 그런 것이었지 내 온전한 경험은 아니었다. 내가 처음 만난 영화가 그런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두운 곳에 모르는 사람들과 앉아 모두 다른 반응을 하는 걸 불편해도 하고 즐거워도 하며 나만의 무언가를 공공적으로 고독하게 하는 그런 장소와 관련된 곳이었다. 컴퓨터가 없었던 나는 늘 영화를 본 밤 담배연기로 꽉찬 피씨방에서 글로..

그녀 이야기 2022.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