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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

이중적인 마음 대체 누구의 축하를 원했던 것인지 어떤 종류의 축하를 받고 싶었던 건지 나에게 있는 몇 안되는 소중한 인연들 그들의 축하와 선물들 너무 감사한 일인데 마음이 하나도 괜찮아지질 않았다 타인부정 자기부정 불안정애착 겨우 그런거 때문에 나는 이런 마음인걸까 내 불편한 마음의 정체는 무얼까 구자가 고양이 생각해서라도 살라고 했는데 그 말에 1단계가 열렸던 것 같다 본능적으로 그것이 있다 내가 만들었지만 또 내가 살아갈 이유이기도 한 특별함 오직 나만을 위한 것 사람들은 그것을 갈구한다 아니 그것에 가치를 부여한다 그냥 70년대 중매로 서로의 필요에 의해 조건에 맞추어 결혼해서 아기를 낳았고 그게 나일 뿐인데 그게 뭐 그리 축하받을 일이라고. 주구장창 존재를 거부당한 일 뿐인데 이제야 조금 숨통을 ..

그녀 이야기 2022.12.30

커튼콜, 매만짐, 늙음

백지영이 부른 커튼콜 ost를 거의 매일 듣는다 백지영 예전목소리보다 지금 목소리가 더 듣기 편안하다 감싸주는 느낌. 드라마와 너무 잘 어울린다 커튼콜 드라마 따뜻하고 좋다 하지원과 강하늘도 너무 좋다 표정이 따뜻하고 강직하며 왠지 한발짝 멀리 있는 듯한 하지원 모든 근육을 다 써서 웃는 웃상에 스스로를 던지듯 연기하는 진심의 강하늘 둘다 맑고 건강하게 느껴져서 참 좋다 고두심의 연기도 너무 좋았다. 그녀가 손자를 만나 얼굴을 매만지며 울먹일때 나도 모르게 오빠 생각이 나 따라 울었다 내가 만지고 싶은 사람을 떠오르게 하는 매만짐 내가 지하철에서 몸이 닿을까 기피하지만 노인들이 하는 일을 가장 먼저 본다 출근길 새벽마다 보는 각종 건물의 관리인들 쓰레기 정리를 하고 길거리에서 박스를 줍고 건물 앞을 쓸고..

그녀 이야기 2022.12.16

미움받은 많은 일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수없이 떠돌아 다니면서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았던 것을 기억하면 너무 많아 셀수조차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집, 학교, 교회, 수많은 일터들. 집단에 속한 여자들은 대부분 나를 싫어하였고 구체적으로 멸시하거나 괴롭혔다. 집단에 속한 남자들은 대부분 무관심하거나 침묵하거나 성적으로 대하였다. 그나마 멀쩡했던 사람들도 내가 이상해졌다고 판단하면 피하였다. 미움과 괴롭힘을 당하는 일은 구체적이고 인과관계가 있다. 명백한 행위가 있고 기억나는 고통의 말이 있고, 통증의 각인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아름답게 기억되는 장면을 기억하자면 그것엔 특정인도 없고, 있다해도 어떤 무드나 이미지로만 기억된다 중국 청해성으로 가던 침대 열차의 아침 20대 초중반의 우리들 햇살 논밭 기차 냄새 우리들 각자가 무엇에 열중한 모습 ..

그녀 이야기 2022.11.27

경직된 사람이 세상에서 젤 싫어

경직된 사람이 세상에서 젤 싫어 부러뜨리고 싶어 나는 부드러운 사람을 원해.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고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고양이와 새처럼 어디로 사라질지 모르는 동선이 좋아 직선의 길 앞만보고 가는거 사회에선 필요할텐데 목표를 위해 매진하는 모든 길을 모든 사람이 같은 보폭으로 같은 동선으로 가면 그곳은 군대지. 너는 군인같아 그런데 아들은 군대안보내고 싶어해 숨막혀 그 표정까지 전부다. 그저 무시하고 살면 그만인데 온종일 가장 오래 붙어있어야하는 사람 나를 요즘들어 대놓고 개무시하는 중 일부러 틱틱거리고 지 성질에 안맞으면 다 째려보고 투덜대고 나는 괜찮고 너는 안되고 정말 유치해서 못봐주겠음 아줌마들이란 왜들 저럴까

그녀 이야기 2022.11.18

재주

사람을 맥빠지게 하는 것 열띈 마음에 찬물을 붓는 것 남의 페이스에 전혀 동요되지 않겠다는 듯 구는 저 태도 365일 단 하루도 바뀌지 않겠다는 저 태도 강박성과 일관성 언제나 경직된 저 태도와 걸음걸이 사고방식 저런것도 재주겠지? 견디기 힘든. 너를 내 옆에 두는 건 그저 일을 묵묵히 해서이지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숨이 막혀 조금이라도 느긋하고 여유가 있었으면

그녀 이야기 2022.11.15

죄송일기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맛있고 귀한음식 먹고 토해서 죄송합니다 맛있고 귀한와인 취할려고 먹어서 죄송합니다 고양이들 원룸에 싸잡아놓고 심심하게 먹이기만 해서 죄송합ㅎ니다 돈 못모아서 죄송합니다 아직도 정신력이 부족해서 죄송합니다 마음속으로 수천명 죽여서 죄송합니다 착한 사람들에게 착하다고 화내서 죄송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집착하고 괴롭혀서 죄송합니다 지불하지 않은 모든 비용 죄송합니다 불행한척 연기해서 죄송합니다 겉과 속이 다르게 살아온 많은 날들 죄송합니다 사실과 다른 말들로 나를 포장해서 죄송합니다 당신들의 것을 탐한 것 죄송합니다 욕심내면 안되는거 욕심내서 죄송합니다 기본기도 없이 열정만 가득해서 죄송했습니다 하루하루가 귀한 사람들 앞에서 죽음을 생각해서 죄송했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2.11.08

감사일기

고양이를 내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코입귀손발 아직 달려있어서 감사합니다 아직 술먹을수있어서 감사합니다 아직 출퇴근할수있어서 감사합니다 먹고자고쉴수있는 공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키움히어로즈를 응원할수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음악을 좋아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예전엔못들었음 락이랑 일렉만 들음 영화를 보고 글을 써대는 일을 그만두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덜 괴로움 나무와 새가 있는 학교에 다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많은 나쁜짓의 댓가를 다 치루지 않게 (조금만 치룸)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적당히 멍청하게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40대여서 감사합니다 가족과 함께 살지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가족을 만들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국은) 덜 아프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을 나..

카테고리 없음 2022.11.08

꼭 해보고 싶은 것, 주말의 계획

아직도 내게 하고 싶은게 남았나? 즐거운 건 있나? '번개탄'이라고 검색했는데 자살하면 지옥에도 못가고 이생을 떠돌며 외로운 귀신이 된다고 누가 써놓았다 (자신이 신기가 좀 있다고 했다) 문득 두려워졌다 지금 삶도 이토록 외로운데 귀신이 되서까지 흐느끼며 홀로 살아야 한다니 죽는 것도 쉽지 않겠다 삶이 다한다는게 어떤 기분일까 하나씩 망가져서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못할 때 죽는걸까 그게 최상의 죽음일까 그냥 멀쩡하다 싶은데도 죽을수 있을건데 왠지 삶이 고통스러운 사람들에겐 삶이 숙제로 계속 주어질 것만 같다 꼭 해보고 싶다기보다 죽기 전에 문득 생각날 거 같은 일 왜냐면 못해볼거니까 아마도. 강아지 줄매고 아무도 없는 숲속길 함께 산책하기 가끔씩 강아지가 뒤돌아 나와 눈이 마주쳤으면 좋겠다 숲과 나무가 ..

그녀 이야기 2022.10.21

힘든 목요일, 졸리다. 영원히 잠들었으면

내주변뿐 아니라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인간들이 싫은데 그들은 내가 그들을 싫어하는지 모르니까 전혀 신경 안쓰고 행동하는데 그게 더 꼴보기가 싫다 내 반경 10미터 안에는 누구의 인기척도 싫고 어떤 인간의 생도 느끼고 싶지가 않다 살아있는걸 느끼고 싶은 건 동물밖에 없다 이렇게 사람을 혐오하고 역겨워하고 미워하고 살의를 느낄바엔 차라리 내가 죽는게 나을거라고 생각한다 태어난것도 죽는것도 의미가 없는 인생이어서 큰 충격도 없을테다 깔끔하게 살다 죽고 싶었는데 이미 너저분하게 살아버려서 못죽는건가 아무도 슬퍼할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불쌍하다고 여길 인간들 몇이 떠올라 괘씸하다 나를 불쌍하게 느낄 자들은 살아있는동안 나에게 죄를 진 사람들이다

그녀 이야기 2022.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