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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그나마

나에게 그나마 왔던 좋은 인연들은 모두 내가 좋았던 시절과 관련이 있다. 20대시절 흑역사도 많은 때였지만 나에겐 좋은 후배들이 많았다 30대 시절 방황하던 때였지만 좋은 영화친구들이 있었다 그것을 모두 떠나가게 만든 건 내 본성을 숨길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욕망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억눌리고 살아왔고 그것을 제대로 분출하는 법을 알지 못했고 사람과 진정으로 사랑을 나누지 못했다 폭력, 왕따의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를 보낸 내가 아무런 훈련없이 치료없이 그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감쪽같이 변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나는 불안정한 사람이었고 타인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법을 전혀 알지 못했다 무조건적으로 잘해주다가 갈급해지면 차갑고 공격적으로 변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짝이 있는..

카테고리 없음 2023.04.15

단비가 사람이었으면

단비는 나의 기분을 늘 살핀다_티내지 않는다 니니는 나의 눈치만 보느라 정신이 없다_니니는 내가 없거나 잠들어야만 자유를 느낀다 단밤이는 나의 기분과 상관없이 자신의 요구를 한다_주로 애교(이쁘다이쁘다하는거)와 먹는거 먼로는 단밤이처럼 요구를 자주하진 않지만 정말 뜬금없는 시점에 혼자 깨어 워우워우 울면서 등을 만져달라고 똥고를 들이민다_먼로는 하반신이 아프니까 이해한다 단비는 고개를 보였다 안보였다하면서 가만히 걷다가 뒤를 휙 돌아보면서 스크래쳐에 긁긁하다가 갑자기 목을 늘어뜨려 뒤로 넘기면서 나를 관찰하는데 그게 꼭 사람같다 내 표정이 어떤가 내 기분이 어떤가 내가 피곤한가 아닌가를 늘 보려한다 그런 단비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어제는 단비를 안고 단비야 너는 꼭 사람같구나 너는 나와 소통하려하는..

그녀 이야기 2023.02.27

감자탕

일하다 말구 오빠랑 먹은 양양 감자탕이 생각났다 아무리 찾아도 못찾다가 여기인 게 기억이 났다 사실 메뉴판보고 기억이 났다 오빠랑 참 맛집을 많이 다녔다 모두 오빠와 에릭이 덕분이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그집이 왜 그리 그리웠던지 정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감자탕집이었던 것 같다. https://blog.naver.com/henyo86/221381323201 2002년~2003년 한 납품업체에서 일하면서 그 회사 사장(지금 회사 사장임)이 건물 1층 감자탕집에 대놓고 밥을 맥였는데 점심 저녁(야근은 필수, 12시에 사장이 봉고차로 집에 데려다줌)을 모두 그집에서 먹었어서 그 회사를나온 이후 감자탕을 먹은 기억이 거의 없는데 이집은 정말 오빠랑 아침에 배가 너무 고파서 눈에 보이는 집 들어가서 먹은건데..

그녀 이야기 2023.02.21

하루5분설레기

나의해방일지의 긴 뒷북으로(앞으로도 지속될) 사실 음악으로 위로를 받고 싶어서 예전에 듣던 이노래 저노래를 찾아보았으나 모두 몇초를 들어내지 못하고 스킵하다가 영혼이 위로받는다고 느낀 Nadia Reid의 노래들 중 처음 들어보는 Preservation을 듣고 마음이 머물렀다 종일 취하는 리듬의 재즈말고 가사가 담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근래 거의 없었던 일이다 이 곡을 들은 몇분의 시간동안 나는 본래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그 장면에서 하루에 5분의 설레는 시간을 만든다는 미정이의 대사가 생각났다. 꼬마가 엘레베이터를 잡아주는 7초의 순간을 세고 있던 구씨의 얼굴이 생각났다. 그래서 이 김에 하루 5분 설레는 일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2023년의 목표라면 목표랄까 술에 취하지..

그녀 이야기 2023.01.30

자해

손목을 더 그었다. 상처가 옅어지자 다시 새롭게 상처를 내고 싶었다. 다음날은 정말 쓰리고 아픈데 2틀정도 지나면 상처도 적당히 있고 덜 아파서 견딜만하다. 견딜만한 느낌이 언제나 중요했다. 전혀 아프지 않은 느낌은 전혀 고통이 없는 느낌은 나를 편안하게 하지 않고 불안하고 게으르게 만들었다 자학, 자해 증세에 대해 상담선생님께 말씀드렸다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돌보아야한다고 했다. 검색하니까 주로 청소년기에 많이 하더라고요 40대에 하고있내요 하니까 좀 웃으셨다. 자신의 내면이 아프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질병은 표가 나는데 마음의 병은 표식이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좀봐달라고 하는 어린 행동의 하나인것 같다. 내가 얘기할곳도 없고 너무 외롭고 집도 쉬는공간이 아니..

그녀 이야기 2023.01.29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선생님께 두어번 상담을 받았던 ***이라고 합니다. 상담시간이 빌때마다 전화가 왔었는데 상담을 가지 못하였습니다. 약물처방을 받고 있는 병원에서는 프리스틱 100mg와 비상시 약 프리스틱 50mg를 먹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을 가지 못하는 이유는 술때문이기도 하고, 노력하지 못하는 상황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급여가 최저시급이지만, 모든 돈을 고양이 돌보는 일과 술먹는 일에 다 쓰고 있어서 제 병원비가 너무 아깝습니다. 하지만 프리스틱을 끊으면 금단증상(전기에 감전된것처럼 찌릿거리고 바닥이 흔들리고 토할것같아 일상생활을 못함) 이 많이 심해서 약을 타기 위해 어쩔수없이 가고 있지만 선생님의 병원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저렴하게 해주시는 상담비용임에도 불구하고 아깝게 느끼고 있습니다. 저 자신을 위해 ..

그녀 이야기 2023.01.18

언제 죽나 나는

복수라는 감정은 질투보다는 조금 있지만 구체적으로 실행해보지는 못했다 그냥 그 대상에게 할 용기도 없었고 불특정 다수에게 아니면 그 비슷한 감정을 느낀 인간에게 혹은 그 인간과 닮은 인간에게로 타겟을 옮겨 미워하기도 많이 했다 살아서 뭐하나 나같은 사람은 왜 태어나서 이 고생일까 죽고 싶다고 얘기할 데가 없다 고양이들은 언제나 그 다음이다 내가 살고 나서 그 다음에야 그들을 생각할 수 있다 그들 때문에 내가 살아야된다고는 생각안한다 나는 나때문에 살아야지 내가 누구때문에 산다는 거 자체가 이미 내가 아닌 것이다 내가 내가 아니고 내 삶이 나때문에가 아니면 살아서 뭐하나 죽은거나 매한가지인데

그녀 이야기 2023.01.06

연말

kbs 동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처음 봤는데 남매와 쌀통 쌀이 떨어져가는 걸 늘 걱정하는 남매 베트남 엄마는 서울로 돈벌러 가서 연락이 뜸하고 일용직 아빠(라기엔 할아버지)는 동절기라 일이 없고 중학생 남매를 키워낸 82살 할머니는 안아픈데가 없다 여자아이는 자꾸 할머니를 안아주고 뽀뽀한다 할머니 밥도 차려주고 연탄도 갈아주고 할머니 팬티도 빨아준다 할머니 죽도 쒀서 약과 함께 주고 매일 할머니를 꼭 안고 뽀뽀해준다 아이는 아직 어린데 엄마와 아빠가 꼭 안고 늘 뽀뽀해주어야할 나이인데 아이는 자신이 받고 싶은 걸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에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할머니 아프지 마 할머니가 건강해졌으면 좋겠어 할머니 사랑해 매일 만져주고 안아주고 뽀뽀해주는 남매 쌀이 없어져가는데도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식혜를 ..

그녀 이야기 2022.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