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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내 이름도 몰랐다. 유일하게 종로에서 이뤄진 한 연말 모임에서 그는 술을 마시다말고 갑자기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해보자고 했었다. 술자리가 무르익을무렵 그는 이미 20대 젊은 아이들에게 애정공세를 받고 있었고 아이들의 도를 넘는 무례한 행동에도 어색하면서 정색할줄 모르던 그는 그저 아무 제스쳐도 없이 참고 있었다. 한예종에서 있었던 사건은 정말 우스웠다. 내가 10여년간 본 그 사람은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요즘 그 사람이 내 꿈에 많이 나온다. 커다랬던 머리, 약간의 장발, 트랜치코트, 구부정한 걸음. 어두운 기운, 나른한 표정, 날카로운 눈매. 무엇보다 사람을 대놓고 관찰한다는 점이 특이했다. 그 사람은 유일 무이한 사람이었다. 내가 영화에 빠지게 된 것은 그 사람이 운영..

카테고리 없음 2022.05.08

사랑하는 법

이렇게 더이상 살면 안된다 가족이라는 건 나에게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가족 울타리 안에서 태어났기에 그들이 내 눈앞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어떻게든 얽매여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존재를 부정하는 일은 그들을 미워하는 일보다 더 어렵다 한 사람이나 어떤 존재에 대해 한가지 마음을 갖는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는다 어려선 한가지 마음이면 됐는데, 왜이렇게 복잡한 모든 것들을 알게 된것일까. 세월이라는 거 경험이라는 거 그리고 무언가 더 안다고 하는 교만 의식 허세 사랑한다고 느낄 때, 그 존재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이기는(못보게하는) 무언가가 강력히 씌이는 것이다. 그것이 걷혀지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어떤 사람을 십년간 좋아했을 때 나는 내 마음의 에너지를 다 소진했다 그 부정적인 면을 이겨내..

그녀 이야기 2022.05.06

5/5

기후위기라는데, 달은 뜨고 오늘은 예쁜 초승달이 보인다. 별을 본지는 오래되었다. 영화가 시시해지고 아니 내 인생이 시시해지고 영화라는 걸 만들고 보는 사람들이 그리고 그것을 토해내는 사람들이 내가 처음 그것에 이끌리던 그것과는 너무 달라졌다는 걸 느꼈을 때 나는 나만의 길을 갔어야 하는데 못나고 나약해서인지 그러질 못했다. 나는 진심으로 병신이다. 죽지도 못한다. 내가 거둔 고양이들이 그들의 별로 다 돌아가고 나서야 생각할 일이다. 나의해방일지 라는 드라마를 우연히 보다가 외지인 구씨에게 빠져들었다. 나쁜 남자인데 착했다. 누구와도 말하기 싫어하는 거 같은데 왠지 나는 말을 걸수가 있을 것만 같았다. 같이 걷고 싶은 사람 함께 밥을 먹고 싶은 사람 곁에 있으면 무엇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사람 영원히..

그녀 이야기 2022.05.05

가족

이런 가족의 화음 이 가족이 어떤 가족인진 모르지만 이 노래의 순간만큼은... 많이 부러웠다. 너무 아름다웠다. 정말 아름다웠다. 벚꽃보다 더 감동적이었다. 꾸미는 첫째 아들, 순수한 둘째 아들, 고운 엄마, 든든한 아빠. 이칠성테너의 목소리는 감동 그 자체다. 멋지게 노래하던 가족이 모이면 함께 노래한다고 했던 오빠와 오빠의 가족이 상상되곤 했다. 오빠가 보고 싶었다. 이 노래를 듣는 내내, 오빠를 만나는 동안, 내가 오빠의 가족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망상을 펼치던 나의 슬픈 시간들이 떠올랐었다.

카테고리 없음 2022.04.10

살아있어야하는 고통

4/4 술을 안먹은 시간엔 자살하고 싶고 술을 먹은 시간엔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 자극하거나 자극받고 싶다 하지만 쓸데없는 자극은 정말 토할것같고 대부분 쓸데없는 자극이다 그래서 죽이고 싶은 것이다 내가 정말 원하는 자극은 무엇일까 행복하다고 아니 살아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 살아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 고양이 배털에 얼굴부비기도 잠깐 그렇고 와인도 그렇지만 순간일 뿐 더 허무하기도 하다 다른 방법은, 지식을 진실을 탐구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인내가 부족한 나에게 너무 힘든 일이다 게다가 모든 게 시시해지고 있다 4/10 이번배란기와 생리는 지긋지긋했다. 마치 30대 미칠것같은 시간으로 돌아간듯했다. 건강한 생각만 하고, 운동을 하고, 물을 많이 마시고, 건강한 음식을 먹어도 모자랄판에 하지만 몸이 좋아야 ..

그녀 이야기 2022.04.10

술로 인해 엉망이 되고 있는 날

3/19 토요일 잠을 정말 얼마나 잔것일까 지난주에 새로뽑은 직원이 그만두고 다른 직원이 새로오는 일이 있었고 소화기관과 몸도 안좋아서 더더욱 컨디션이 바닥이었다 평소 토요일 같으면 아무리 늦어도 7시쯤 일어나곤 했는데 눈을 떠보니 10시였다 물론 그전까지 고양이들이 몸위를 밟고 올라오고, 솜방맹이로 얼굴도 때려보고, 이빨로 머리카락도 뜯고, 혀로 손도 핥고 했다 하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겨우 몸을 일으키니 이미 고양이들은 밥먹고 해야할 행동들을 하고 있었다 시간표상 해야할일을 하지 못하면 아이들은 다음 스케줄을 진행한다 고양이들은 정해진 시간을 칼처럼 지킨다 미안했다 하지만 엄마는 지난주에 엄청 피곤했다 미안한 김에 사냥놀이를 한시간이나 하고 11시쯤에 아침밥을 주었다 처음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날도..

그녀 이야기 2022.03.28

Nadia Reid - Get The Devil Out

괜찮은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동시에 함께 든다. 죽고 싶은 마음과 살아내야 한다는 마음이 함께 있다. 얼마 안가 곧 내가 망해버릴 것이라는 위기감과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같이 든다. 어느 하나의 생각에 내 마음이 멈추지 않은지 오래된 것 같다. 모두 그런가., 나만 그럴까? 어떤 사람들이 나와 같을까 인생이 낸 숙제를 단 하나도 해내지 못한 채 더이상 생각했다가는 우울이 날 잡아먹을 것 같아서 약을 먹었고 나는 성장이 멈춘 환자가 된채 한꺼번에 치솟은 여러생각이 마음한가운데 머문채 정지한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나는 그릇도 작고 마음도 나약했고 그만큼 대안이 없었다 너무 편안한 음악을 들었다 뉴질랜드 여성음악가라고 한다 어제밤에는 불을 끈채 정말 오랫만에 눈물이 흘렀..

그녀 이야기 2022.03.08

새벽

월급이 박봉의 박봉이지만 들어왔구 오래 버텨온 머리를 했다 오랫만에 휴가를 내고 20년간 머리한 대치동 미용실에 갔다 언제나 그랬듯 나폴레옹 제과점도 들렸다 고양이들 사료랑 캣그라스 장난감 등도 주문했다 월세도 내고 관리비도 내고 빚고 갚고 당근에 찜해놓은 만원대 옷도 몇개 거래했다 작지만 행복했다 집에와 일찍 잠이 들었는데 새벽녘에 꿈속에서 들린 멜로디에 깼다 어떤 너무 슬픈 멜로디였는데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오른쪽 옆에 막내 단밤이가 새근새근 자고 있고 옆엔 먼로가 널브러져 새근새근 왼쪽 메트리스 아래 두개의 작은 베드엔 단비와 니니가 잔다 순간 나는 아이들의 숨소리와 털에서 나오는 냄새와 온기를 맡는다 오빠 뺨을 부비며 그의 냄새를 확인하던 오랜 습관일까 나는 안심이 된다 거지같이 살아도 ..

그녀 이야기 2022.02.11

편의점 인간

편의점 인간이라는 2016년에 발간된 일본소설을 읽었다. 정상과 결여 정상의 폭력과 결여의 위험함, 또 그것의 만날 수 없음. 정상의 기준에 발맞추려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폭력과 무언가 심각하게 결여된 인간들이 사회에서 발맞추려는데서 빚어지는 안타까움과 슬픔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결여된 자들이다. 그것이 어떤 생각으로 이르게 되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초등학생 시절부터 쏘시오패스에 가까운 공감능력이 결여된 한 여자아이가 착한 엄마와 평범한 아빠, 또 정상적인 동생으로 이루어진 가족 안에서 어찌어찌 살아남는다. 여자는 자신이 이상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지만 가족들이 자신때문에 곤란해하고, 사과하고, 힘들어하는 걸 보고 자신을 드러내고 행동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여..

그녀 이야기 2022.02.02

칼부림 당하는 꿈, 그리고 나의 과거

너무 무서운 꿈을 꾸었다. 연휴 첫날 밤이었다. 나는 대학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강의실에서는 나를 쫒아다니는 남자가 있었고 그의 한 손엔 늘 칼이 쥐어져 있었다. 너무 무서웠다. 그 사람을 만날까봐.. 그를 강의실에서 만나는 날이면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손을 꺼냈고, 그의 손엔 늘 칼이 있었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나를 칼로 공격했다. 강의실에 있는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말렸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가 나를 왜 공격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내가 저 칼에 맞지 않아야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반복 또 반복이었고, 그는 어디서나 출몰했다. 내가 다니는 대학 캠퍼스는 바닷가에 위치해있었다. 나는 종종 바다 수영을 하는 꿈을 꾸곤 했는데, 그곳은 마치 이전 꿈에서 바다 수영을 마음껏 하던 그곳 같았..

그녀 이야기 2022.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