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2 무언가 강력히 대비되기 시작한 때가 언제 부터인지, 지나가는 것들과 박혀있는 것, 디스플레이에 씌어졌다 지워지는 글자들과 여전히 두텁게 어딘가에 박혀있는 글자. 짝을 이룬 채 목적지가 정해진 걸음을 하는 사람들과 홀로 발길이 닿는 대로 멈추어있는 사람. 흘러 다니는 모든 것.. 그녀 이야기 2013.02.27
관산에서... 10센티넘는 눈을 간직한, 사람이 거의 다녀가지 않은 산을 오빠와 밟았다. 뽀득 뽀득 뽀드득... 그리고 숨소리. 새하얀 눈을 헤치며 다녀온 2013년 초 산행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세디찬 바람도 당신과 함께여서 견딜 수 있었어요. 그녀 이야기 2013.02.24
오늘 안개낀 강물에 고개를 처박고 닿을 듯이 굽어진 나무 한그루를 보았다.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는 아니다. 다만 눈이 내린 가지가 온통 휘어져 강물에 닿을 듯 했다. 사실 원인은 굽어진 기둥에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왠지, 삶에 굴복하는 자의 최후같이 씁쓸했다. 어떻게 보면 세상의.. 그녀 이야기 2013.02.22
2013년 2월 17일 오후 08:13 한국어가 아닌 노래, 익숙하지 않은 코드. 한국대중문화가 질척거리고 싫었다. 12000원으로 한달간 지직대던 이어폰을 드디어 바꾸었고 12000원으로 일년여간 시달리던 월경전증후군과 우울증을 어느정도 다스리고 있다. 너무 많은 기회비용을 썼다. 얼마나 이 고통을 잊기 위해 많은 돈과 .. 그녀 이야기 2013.02.17
무제 1.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갈 것인지, 글을 쓸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삶을 두고 저울질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이 같은 생각을 적어도 서른 번은 넘도록 한 듯 진부하고 또 지루한 오후 4시이다. 이 시간이 되면 괜히 파마를 하러 갈까,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 그녀 이야기 2013.02.05
이태원 프리덤? 당분간 이태원에 갈 일은 만들지 않을 것이고 와인은 창고에 짱박아 둘 것이다. 솔직히, 지금은 와인이란 글자만 봐도 올라올 것 같다. 꼴도 보기 싫다. . . . . 내 술버릇이 이미 내 심정과 상황과 기억과 많이 멀어져있음을 느낄 때, 특히 자학모드에 들어간다고 느낄 때, 나는 전혀 그럴 .. 그녀 이야기 2013.01.30
집 하고싶은 게 생겨나는 요즘인데, 집에만 오면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내 자신이 못미덥다. 영화도 보려 했었고, 삼청동에도 혼자 가려고 했었고, 스페인어, 영어회화도 동영상강의를 들으려고 했었고, 빌려놓은 책 세권도 주말에 전부 읽으려고 했었고, 남은 아이즈와이드셧도 보려 했었.. 그녀 이야기 2013.01.28
오빠와 모모꼬에서의 네번째 데이트 오빠! 내가 필요한 건 같이 릴렉스할 수 있는 친구인 것 같아. 지금 여긴 내가 릴렉스할 땐 모두가 긴장하고 내가 긴장하고 진지하려할 때 모두가 릴렉스되있는 것 같아. 10년정도 이리저리 굴러다녔지만 도서관 업계 사람들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열정과 냉정의 폭도 한없이 얕지만 무엇.. 그녀 이야기 2013.01.24
2013년 1월 22일 오후 03:59 오빠가 일기를 쓰지 않으니 나도 의욕이 없다. 너무나 여행이 가고 싶어. 아니 사실 말해, 지금 내가 처한 환경만 아니라면 어디든지 좋겠다. 나를 비롯하여 내 주변 환경 모든 것 중 단 한가지도 견디기 어렵다고 느낀다. 내가 근래 이만큼 힘든 날이 또 있었을까. 분출할 곳이 단 한 곳도 .. 그녀 이야기 2013.01.22
무연사회 일본 NHK에서 특집방영된 무연사회의 취재기록이 번역되어 나온 것을 읽으니 '남에게 피해주지 말자' '가족/친구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같은 모토가 경제 위기 및 비정규/파트타임/파견 노동제도와 맞물려 있음이 여실히 국내의 현 미래를 보는 듯했다. 그나마 우리나라 사람들은 위와 같.. 그녀 이야기 2013.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