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거는 기대 이 일기를 오빠가 보고 있다는 가정하에 써야하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오빠가 이 일기를 매번 읽어줄만큼 머리속이 한가하지 않다는 사실만은 안다. 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나는 가장 위험하다. 그것이 기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 그녀 이야기 2013.05.06
월요일 아침 때로는 내가 정말 심각하지도, 진지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오빠, 나는 오빠를 사랑해. 이 단어들이 전부야. 더 뺄 말도 더 보탤 말도 없는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노력한 게 있지 잃은 것도 있고 얻은 것도 있지. 때론 요즘같은 이런 상태가 평생 지속되는 일이 가능할까.. 그녀 이야기 2013.04.29
우리는... 앞으로 결혼이란 제도가 양산해 낸 많은 형태의 관계들을 본다. 결혼한 남자와 결혼한 여자, 그들이 함께 살며 낳은 아이들, 이혼한 남자와 이혼한 여자, 전 남편과 전 부인, 결혼시기를 놓치거나 자발적인 미혼녀와 미혼남. 이혼한 남자의 애인과 이혼한 여자의 애인, 결혼한 남자의 애인과 결혼.. 그녀 이야기 2013.04.12
4/2 10:00 아름다운 것들이 자꾸 사라진다고 느낀다. 아름다운 순간을 지속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이젠 그 순간이 언제였던지 기억을 찾는 일을 한다.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했다. 영화로 만난 많은 사람들과 인연이 끊기는 순간이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아무 힘도 없는 그 과거의 사람들.. 그녀 이야기 2013.04.02
3월 25일 밤이야기. 생리시작 2주전인 배란기부터 생리불쾌증후군이 시작된다면 그 삼사일 혹은 하루이틀전부터는 키보드 손목보호대에 손목을 올려놓는 것조차 팔목이 고통스러워 눈물이 날 것같은 상태를 경험한다. 한걸음 한걸음이 어지러움을 동반한다. 피도쏟기 전에 마치 피를 쏟은 것 같은 경험을 .. 그녀 이야기 2013.03.26
토요일 밤에... 아델의 someone like you를 들으면 마음이 어디서부턴가 슬퍼오고 서러워온다. 오늘은 정말 오빠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늘 헤어져야 한다는 것이 힘이 들다. 과일과 와인을 사들고 오는 길 많은 사람들 가족들 일꾼들을 마주치고 나는 문득 공사판 인부들이 막 세워놓은 불안전하고 쓸쓸하고.. 그녀 이야기 2013.03.09
오빠=몸 오빠가 예전처럼 돌아갈때마다 가슴에서 무언가 치밀어 오른다. 전화기는 꺼있고, 수십번만에 받는 목소리는 술에 절은 소리. 몇년 전에는 자주 반복되었던 일이다. 나는 음식을 버리고 잠을 자거나 오빠 동네로 가곤 했다. 오빠가 오자마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칼을 꺼냈다. 이상.. 그녀 이야기 2013.03.01
무제2 무언가 강력히 대비되기 시작한 때가 언제 부터인지, 지나가는 것들과 박혀있는 것, 디스플레이에 씌어졌다 지워지는 글자들과 여전히 두텁게 어딘가에 박혀있는 글자. 짝을 이룬 채 목적지가 정해진 걸음을 하는 사람들과 홀로 발길이 닿는 대로 멈추어있는 사람. 흘러 다니는 모든 것.. 그녀 이야기 2013.02.27
관산에서... 10센티넘는 눈을 간직한, 사람이 거의 다녀가지 않은 산을 오빠와 밟았다. 뽀득 뽀득 뽀드득... 그리고 숨소리. 새하얀 눈을 헤치며 다녀온 2013년 초 산행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세디찬 바람도 당신과 함께여서 견딜 수 있었어요. 그녀 이야기 2013.02.24
오늘 안개낀 강물에 고개를 처박고 닿을 듯이 굽어진 나무 한그루를 보았다.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는 아니다. 다만 눈이 내린 가지가 온통 휘어져 강물에 닿을 듯 했다. 사실 원인은 굽어진 기둥에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왠지, 삶에 굴복하는 자의 최후같이 씁쓸했다. 어떻게 보면 세상의.. 그녀 이야기 2013.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