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문득 잘 익은 오이김치 한 점이 그리운 밤. 사람은 가질 수 없는 걸 그리워하나보다. 아니 그리워하기 위해 가지지 않나보다. 그리움이란 건 소유와 멀수록 더욱 그리하니, 정작 소유하게 되는 건 그리웠던 건 아닌가보다. 그런가보다. 그래도 오빠가 있어 다행이다. 오랜 마음병에.. 그녀 이야기 2013.10.13
제주바람과 꿈 3호선 버터플라이의 '제주바람 20110807'을 듣는다. 언젠가부터 출근 길 신촌거리가 3호선 버터플라이 노래들과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성기완씨의 인터뷰처럼 가장 현실적인 소리인데, 가장 꿈같은 곡이다. 파도소리는 물을 길어올리는 소리와 노젓는 소리를 동시에 연상시킨다. 저멀리 바.. 그녀 이야기 2013.10.08
9월의 마지막날 9월의 마지막 날, 신촌은 어수선하기만 하다. 노점상들의 생존투쟁과 학교의 거대 지하주차장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하늘은 어둡고 노래는 구슬프며 물소리는 스산하다. 안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무언가를 조금 더 아는 사람이 더 괴로운 사람이다. 나는 그 쪽을 알고 그쪽은 .. 그녀 이야기 2013.09.30
길고 긴 연휴 지구의 조명에 따라 도시는 다른 표정이 된다. 밤의 서울은 여전히 무언가를 주려 한다. 낮의 시간을 잠으로 보낸 이도 환영받는 세계.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드러나지 않는 세계. 감출 수 있는 밤. 신분을 속이기 가장 쉬운 밤. 연휴는 고역이다. 나는 쉬는 것이 뭔지 잘 모르겠다. 다만 .. 그녀 이야기 2013.09.22
추석을 앞두고 잠시나마 같이 글을 썼던 사람들의 소식을 본의아니게 듣게 된다. 어제는 퍼블릭아트에 글을 쓰던 친구를 올림픽공원에서 만났다. 그녀가 좋아하는 기네스를 들고서 우리는 폭풍수다라는걸 오래만에 떨어대었다. '헤이 사이먼! 나는 너를 본 일이 없어. 그런데 그녀가 소개하는 너를 보.. 그녀 이야기 2013.09.18
일요일 아침 일요일 아침 5시 어젯밤 켜놓은 TV 속 LPGA선수들은 여전히 재방송 되다. 돈좀 번 선수들을 위주로 편집하는 생방송과 그에 대한 아무런 편집권도 없는 재방송의 다른 조건속의 복사방식은 좀 우습다. 트위터를 한다, 각종 출판사를 팔로우 했는데, 그들이 리트윗하는 것들은 거의 자신들이.. 그녀 이야기 2013.09.15
향수이야기 내가 향수를 쓰는 이유는 향으로부터 몸의 기운을 얻기 위해서다. 그리고 내 존재를 냄새로 확인하는 과정을 즐기고 있는 내 자신을 본다. 에르메스 향수는 처음 써본다. 운 자르뎅 메디테라니. 지중해의 향. 언뜻 디올의 듄과 비슷하지만, 그 복잡함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점점 바뀌는 향.. 그녀 이야기 2013.09.05
버틀러의 안티고네 "...상실한 대상이 실제 누구인지, 애도의 대상이 누구인지조차 확실하지 않을 때, 그리하여 애도에 실패할 경우, 우울증이 발생한다. 프로이트는 애도의 경우에는 주체가 상실한 대상을 의식하고 있지만, 우울증의 경우에는 그 주체가 상실한 대상을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말한.. 그녀 이야기 2013.08.19
거리풍경, 재키아빠, 역할론 머리가 쥐어짜듯하고 가슴이 내려앉을듯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세상의 풍경이 표면으로 펼쳐진다. 현재까지였을 의미가 사라지고 과거 이미 찍혀진 사진같은 풍경이 된다. 눈앞의 아지랑이. 유아기부터 보아오던 내 투명한 실핏줄의 렌즈로 보는 세상. 비닐로 씌여진 틈을 뚫고 향기를 .. 그녀 이야기 2013.08.02
우정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이런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산에 가고, 저녁에 술 한잔 마시고 커피마시면서 이야기하는 우리는 좋은 친구 아니었나? / 섹스만 빼면… 그런 생각이 든다…나는 너와 친구로라도 헤어지긴 싫다… 가족이 아니면 미래를 설계할 수도 없니!!!'인문예술잡지 F를 읽으.. 그녀 이야기 2013.07.31